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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손가치

  • 작성자 율하
  • 작성일 2024-05-13
  • 조회수 269

오래된 도서관 구석에 박혀져 있던 시집을 꺼내

이해할 수 없는 페이지를 매만지는 버릇이 생겼다

이해할 수 없는 시인데도

가장 좋아하는 시가 된다


종이를 천천히 문지르며

종이가 꼬집힌 흔적을 찾는다

흔적과 지문이 마주치는 부분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묻어 있다


검지의 감각만으로 얕은 골짜기를 더듬다 보면

흔적이 감정을 알려준다

『분노하는 손톱자국

복합적인 구겨짐… (중략) 』


그 훼손이 나의 나침반이고

시를 읽는 이유가 되어서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그 시를

마음의 정중앙으로 도착시켜 버린다


당신의 이름도, 성별도, 얼굴도, 나이도 모르지만

내 심장에는 이제 당신이 있다 

인적사항이 불분명한 당신에 대해서

바보같은 나는 사로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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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시계

「오늘 땅을 떠날 것」 초록은 나에게 그런 쪽지를 주고 사라졌다 덕분에 이끼도 사라졌다 예전에는 이끼가 집 바닥을 가득 메워 숨쉬기가 어려웠다 바닥에 남은 건 먼지를 끈적하게 붙이고 사라질 나의 발자국뿐 송골송골 물이 맺힌 창틀에는 파랑만 가득하다 다만 그 속에도 블루베리만큼 푸른 내 얼굴이 있어서 나도 초록과 함께 땅을 떠나고 싶다 초록이 없는 세상은 다름 아닌 파랑만이 가득해서 떫은 맛이 났던 과일은 냉장고에서 모두 썩은지 오래 곰팡이가 가득한 냉장고는 세탁실 창문 너머로 힘껏 던졌는데 박살 난 냉장고 파편은 멀리멀리 튀어 오르고그 틈새로 기어들어가는 개미조차 파랗다 초록이 무엇이더냐 노랑과 파랑의 중간 혹은 진하고 탁하게 생겨먹어 제구실을 하지 못할 노랑 익기 전 맛없는 과일의 마지막 몸부림 몇 년 전 생겼던 무릎의 멍 자국 그걸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그제야 파랑이 보이고 파랑은 지금 바이올렛 색깔의 메모지를 사러 간다 나는 유리컵을 사야겠다 창틀에 맺힌 파랑을 이번엔 사랑하기 위하여

  • 율하
  • 2024-08-12
쥐와 벌

찬 바닥 위에서 둥근 손톱을 바라본다.보름달처럼 차오른 손톱이 희다.굼뜬 몸을 오랜만에 일으켜서둥근 보름달을 초승달 모양으로 잘라낸다.이 달이 다시 차올라 보름달이 될때까지무엇을 할지 골똘히 생각하면반복하여 달을 끝없이 바라보고 나보다 바삐 움직이는 쥐를 바라볼 것이다.그 선회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까.초승달을 잘근 깨물어본다.무미건조한 감촉이 혀 끝에 닿는다.그래서 어떠한 약보다 쓰게 느껴졌다.먹던 초승달을 뱉고나머지 초승달은 주변에 흩뿌린다.쥐가 나 대신 내가 되리라 소원하며다시 굼뜬 몸을 바닥에 눕힌다.

  • 율하
  • 2023-09-30
거짓 감동 및 구경꾼

의미없는 음보의미없는 색감의미없는 문장자칭 문학소녀는 종이 위에 거짓 눈물을 흘리고고급스러운 아가씨는 물감 범벅을 몇십억에 구입하고나는 또 거기에 속고구경꾼들의 외침*박수갈채* *환호성*

  • 율하
  • 202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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