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틴

빼앗긴 항구에서, _ 은유붉은 빚이 드리우는 어느 침묵의 항구, 피에 잠긴 바다에는 뱃고동 소리가 울려퍼진다. 은은하게, 그렇지만 선명히.우리의 항로는 그렇게 시뻘건 안개로 덮혀버린다.피에 잠긴 국화들은 매화가 되었고그런 매화마저 짓밟힌 우리 항구의 암담한 현실.피도 눈물도 없는 시뻘건 안개들은어린 해녀들의 꿈의 새싹을 짓밟았고선장의 가장인 책임의 뿌리를 꺾었다.짓밟힌 꿈과 책임은 수면제를 먹고는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붉은 네온사인에 감싸진 시뻘건 안개로, 눈물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피의 거처로,수많은 매화가 바다에서 발버둥 쳐 그물을 올리니보란듯이 활짝 어깨 핀 매화 한송이.빼앗긴 거처 속 피 냄새를 맡고도 시들지 않은 단 한송이빼앗긴 항구 속에서도 꺾이지 않은 단 하나의 영혼.이미 짓밟힌 새싹들도, 꺾인 뿌리들도, 시들어 버린 매화들도다시 뿌리를 내린다.빼앗긴 우리의 항구 속에서,끝나지 않은 희망의 거처 속에서.ps. 준 것과 빼앗긴 것에 차이를 아시나요?— 단지 능동과 피동의 차이가 아닙니다. 준 것은 다시 되돌려 받을 수 없지만 빼앗긴 것은 다시 되찾을 수 있어요. 지금 우리처럼요.

• 은유
• 2024-06-22

학교 마치고 친구들과 술래잡기를 했다참 재밌었다열심히 놀고 집에가니 엄마와 아빠가 울고 계셨다.나한테 아빠가 아주 잠시,아니 어쩌면 조금은 긴 술래잡기를 하고 온다고 하셨다.나도 술래잡기 좋아하니까 따라간다고 매달렸는데넌 절대 안된다며 꾸짖으시고는날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신다술래잡기가 그렇게 하고 싶으셨나 싶었지만나도 꽉 안아드렸다아빠 다음에는 나랑도 술래잡기 해요;오늘 난 아들에게 말했다아주 잠시, 어쩌면 긴 술래잡기를 한다고절대 이길 수 없는 그런 술래잡기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아들의 얼굴을 보니눈물만 나와 그냥 꽉 끌어 안았다아들아, 넌 절대 술래가 되지말거라숨어서 숨죽이는 일이 있더라도 술래는 되지말아라추적이는 비와 함께 시작된 술래잡기곳곳에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 숨을 죽이고 숨었다비가 많이와 추웠는지 무심코 콜록거리니옆을 서성이던 술래에게 걸렸다잡히지 않으려고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고온 몸을 던지며 살아남으려 애썼다수많은 술래만 남았고..;그런게 어른들의 술래잡기라면난 평생 아이로 살래요

• 은유
• 2024-05-05

커피_은유이른 아침창문 너머로 보이는 바쁜 사람들의 발걸음그걸 보며 먹는 아침의 커피그게 내 하루 일상이었어널 만나기 전까진어느 순간인가다음날을 기대하며 쉽게 잠들지 못했는데내일은 너랑 뭘 할까넌 아메리카노를 좋아할까 라떼를 좋아할까생각하며 겨우 잠들었던 때도 있네난 있지 커피가 쓰다고 생각한 적 없는데이상하게 요즘 커피가 자꾸 쓰네아침에 창문 너머를 바라보며 커피를 먹던 내 손엔따뜻한 우유 한잔이너와 찍은 사진으로 해놓았던 배경화면은어느 바쁜 사람들의 풍경 사진이아. 병원에 가봐야 할까이 우유는 또 왜이렇게 쓴거야

• 은유
• 2024-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