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과 농구의 상관관계
- 작성자 백석
- 작성일 202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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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1
- 조회수 244
막이 내린 농구코트 위로 갈대 바람이 분다
농구화의 삑삑거림과 바다가 된 땀들
갈색 바닥 그러진 흰 선
떨어진 한 떨기의 털
머리털, 다리털, 겨털
잠수탄 애인처럼 보이지 않는 너
나는 농구공을 꽉 쥐고
손을 뻗어, 손톱을 긁어
농구공은 포물선을 그리고
부르튼 사타구니
움직이지 않는 정강이
너는 뒤로 돌아 빈강당을 떠나고
구는 원을 통과하고 그물은 흔들리고
점수는 2점이 올라간다
나는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고
너희들은 나를 떠나는구나
피멍이 눈물 자국처럼 생기고
쪼그려 앉아 심호흡과 땀을 닦는다
한 방울 두 방울 강당에 떨어지고
나는 머리카락을 쥐어뜯는다
내가 너를 만나서 그렇구나
빈공간, 빈강당, 빈코트
골대와 공, 공과 나
사실 빈공간이란 말이 잘못되었듯
공과 나는 붙을 수 없다
아직도 흔들리는 그물
아직도 떠나지 않는 너
코트의 왼쪽 모서리 문 뒤에 너가 등을 기대고 나를 기다리는 것을
나를 꼴리게 한 그 머리털 하나 안 남긴 것을
뻔히 알면서
땀내, 암내, 다한증 두 손, 어긋난 사시
퉁 퉁 계속해서 튀겨지는 공
온몸을 바닥에 엎드려
닿은 코끝, 닿은 발끝
아프게 뭉개지는 두 알과 개불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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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석
- 2024-07-06
꿈을 꾼다. 바퀴벌레가 나온다. 사그락 사그락. 침대를 기어가고옅은 노란색의 벽을 기어가고 낮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네 마리, 다섯 마리……… 셀 수 없는 바퀴벌레가 나를 덮치고벽을 덮치고 갈색 문을 덮치고 나는 눈을 뜬다. 존재하던 검은 바퀴벌레는 어디낡은 형광등뿐나는 어디 여긴 어디너는 누구살려줘기름기 낀 내 얼굴나 잠들었나여긴 내 침대여긴 학교 여긴 대한여긴 아시아여긴 지구근데 여기에 왜 바퀴벌레가……불안한 내 눈 달달 떨며거울을 바라보니 그레고리 잠자!넌 바퀴벌레!육족보행을 하는 사람들!
- 백석
- 2024-07-02
고인 물에 모기가 산다 모기는 알을 낳고 모기유충은 살아간다. 여름이 온다 나는 재채기한다 나는 감기에 걸렸다. 그녀는 모른다 내가 쓴 시들이 이별을 암시한다는 걸. 여름이 오고 있다 여름은 봄의 다음, 새로운 정열. 나는 오늘도 그녀에게 사랑을 속삭인다.담배 한 대 붙인다 목을 때리고 들어오는 연기와 캡슐의 씁쓸함 길게 느러진 노란 가래그녀는 모른다. 내가 담배를 핀다는 걸. 모기가 기숙사의 빈 통로를 배회한다 목적은 더러운 땀내를 찾아, 내 씨앗을 뿌리기 위해, 빨간 피를 탐하기 위해. 후회란 무엇일까 그녀는 나를 후회한다 그랬다 나는 웃는다많이 웃었다 그때누우면 대충 걸어 논 빨래감들이 보인다땀내가 지독하다. 모기가 누런 단칸방에 붙어있다 나무로 된 이층침대에는 먼지가 날리고 모기는 가장 역한 부분을 찾는다나는 기침한다. 더러운 가시로 역한 곳을 찌른다. 북향의 창에서짓눌린 석양이 보였다. 득득 긁는다피가 난다모기 자국. 재채기했다. 거기에 물이 고여있나 보다그녀는 나를 모른다 너는 나를 모른다 우리는 우리를 모른다잠언을 뱉었다. 피를 빨았다. 다시 시를 쓰길 시작한다. 다시 피가 검고 얇은 가시로 빨려 들어간다. 너는 나를 알아야 하는데나는 헤매이지 못하는 검은 바람벽다시 시를 쓴다. 다시 피를 빤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무심코 기침이 나왔다. 피가 울컥하고 나왔다. 그는 분명히 읊조렸다. 미안해, 미안해.
- 백석
- 2024-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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