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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향 불량식품[썸-머]는 다 큰 애들을 짭짤하게 부식시키고

  • 작성자 해강
  • 작성일 2024-06-16
  • 조회수 361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걸 처음으로 이해한 2교시

적정선을 넘는 여름에 피는 아지랑이에

나는 선 대신 땅을 밟아서 

정글짐 꼭대기에서 헛디딘 날

파아란 페인트사탕을 까다가 그만

텅텅 텅 텅텅 부딪히는 소리에

눈앞이 폭력적으로 점멸하고

팬티속에 들어온 모래알이  

녹슨 철봉이 묻어나온 소매가

위험하게 뜨거운 머리가 

나를 녹다운 시킨거야


모래가 온 데 달라붙은 사탕이 서럽고

푸르딩딩해지기 직전의 팔꿈치는

생각대로 움직여지지도 않잖아

무르팍에 박힌 검고 하얀 모래알의 경고

상식에서 벗어난 아픔은 나를 더 울지 못하게 만들었었고


마침 아이들은 모두 숨어있었지

나는 그때 술래였는데

아무도 날 보지 못했고

나는 생각보다 살아있었어

눈물이 나올락 말락 뜨거운 숨구멍


하늘은 백지마냥 하얗고

절뚝거리는 운동장엔 먼지바람

꼭꼭 숨어버린 친구들

나 지금 너무 아픈데 내가 찾아야 해?

끅끅 울음을 넘기며

착석을 거부하는 알싸한 꼬리뼈를

간신히 무시하고 앉은 수돗가엔

숨으려는 노력도 없이

포도맛 불량식품을 먹고있던 너


그래 

너는 내가 

피아노 학원에서 혼나는 날마다 

포도크림을 사는 친구가 되었고


그래 서 너의 숨에서 달려나온 싸구려 포도크림향은 

버룻처럼 나를 동요하게 해.


너는 울지 않으려고 그걸 달고 사는걸까

코에서 넘어오는 포도향은

자갈돌 들어간 실내화도 기쁘게 신게 하니까


그래 이건 

케케묵은 쓸쓸함이 날아가는 맛

그런 맛과 향


그렇게


입시학원 앞 이마트에도 

대학교 안 매점에도

집 앞 편의점에도 

술집이 늘어선 지저분한 골목속에서도 찾을 수가 없어


크게 낙심한 운동화코.

너무 실망하지 마

마지막으로 거기 가보자

내게 말하는 포도크림.


다시 찾은 초등학교는 우리를 향해 너희의 자리는 

더이상 여기 있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더이상 정글짐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고


그는 자주 알고싶지 않은것들 까지도 가르쳤고

또 그의 운동장은 인조적인 초록색이 되어있었고,

아이들과 녹이 보이지 않는 운동장. 


아주 예전에 술래를 피해 달아난 친구들은,

진짜 잘 숨는것 같아. 누구의 얼굴도 이름도 기억나지 않아.

너는 포도크림을 사려 문방구로 뛰쳐나갔다.


숙제를 찢어 숨긴 날

쇠자로 맞은 손바닥보다도 더 많이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이방인이 된다는 게 뭔지 이해한 2교시 쯤

포도향크림이 없었더라고 말하며 

물기를 뒤범벅한 얼굴로 내게 달려온 

불량 수도꼭지를 안고


나는 딱 추방당한 운동장 모래알의 개수만큼

무수하게 쓸쓸해지기 시작했는데..


품에서는 삐걱삐걱 우는 부식의 환청.

바다에 다리를 꽂고 버틴 쇠기둥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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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강
  • 202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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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강
  • 2024-07-06
비센트, 빈고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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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강
  • 2024-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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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희찬

    해강님의 다른 글들도 모두 읽었는데 너무 좋아요~^^ 사실 위 작품은 본지 오래됬지만 그 당시 몸이 안좋아서 댓글 못남겼는데 이제 조금 괜찮아서 이렇게 댓글 남겨요. 일단 위 시를 읽고 추억이네 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어요. 정글짐 진짜 추억의 단어네요. 7살짜리 동생에게 정글짐을 물어보면 정글짐을 모르더라구요. 그래서 이제 사라지고 있는 기억이 시 속에서 담겨져 있어 괜히 울컥거리고 감성을 자극했어요. 해강님의 다른 시도 그렇고 위 시도 그렇고 해강님 특유의 색깔이 있어 너무 좋고 문채가 특히 제 스타일이에요. 항상 응원할게요~^^(글이 길어지다 글의 서두가 말끔하지 않네요. 아직 몸이 온전치 않아서 그런 것 같네요.ㅎㅎ)

    • 2024-07-04 19:09:04
    송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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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즈

    포도향 불량식품 읽고 시가 너무 좋아서 해강님 시들을 홀린 듯이 모두 읽었네요. 시를 읽으며 생각해보니 포도크림, 정글짐, 술래 같은 단어들을 얼마만에 듣는건지.. 괜시리 추억에 잠기게 되네요. 끅끅-꼭꼭의 대비도 너무 좋고.. 감각적이면서도 유년시절의 기억을 건드리는 시들을 사랑하는데 해강님 시가 저한텐 그렇게 느껴집니다. 분명히 겪어본 쓴 맛이 나는데 한편으로는 단 맛도 나고(?) 고선경 시인 시집, sns에서 유명하던 대산청소년문학상 은상 첫사랑, 여름 느낌도 나고 제가 어휘력이 부족해 뭐라 표현을 제대로 못 하겠네요ㅠ 하여튼 정말 좋아요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시 많이 써주세요

    • 2024-06-16 20:25:35
    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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