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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림

  • 작성자 데카당
  • 작성일 2024-06-19
  • 조회수 97

흰 바탕에 박인 검정 글씨, 그 앞에 사람 하나

헛소리가 들리는데, 그 사람은 깔깔대며 웃고

이빨의 크레바스에서 반사해 나오는 헛소리의 갈래

갑작스레 나타난 검정 바탕, 크레바스가 닫힌다


이렇게 발표를 마치도록 하겠지만, 헛소리는 계속됩니다

발표자 앞으로는 엎드린 무덤들이 얌전하게 정렬해있다

발표자가 자리에 들어가 다시 시작된 수업은, 종소리

널리널리 퍼지는 종소리는 닫힌 무덤에서 아들을 일으킨다

이 사람을 보라, 깨어난 아들을 지목하는 빌라도의 손

아들은, 3분동안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또 상징들로 뭉갠다 


까마득한 크레바스가 내 발밑에서 입을 벌리고,

여지껏 들어본 적 없었던 소리가 발목을 잡아 당겼습니다

ㅡ사특한 것! 사특한 자의 패역이 자기를 망케 했구나!

얼음이 갈라진 곳에서 나오는 소리라고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그렇게 따스한 음성은 하늘에 늘어진 아비로부터도 느낀 적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에 정신이 나가버린 채 크레바스로 미끄러져 들어가니

머리가 세 개 달린 아비가 앉아있던 겁니다

아비의 두 입에는 아비와 어미가 물려있었는데, 그 입으로 말했을 겁니다

아비와 어미가 오물오물 씹히는 동안에도 ㅡ사특한 것! 은 계속 들렸으니까요

나는 박자에 맞춰 위아래로 덜그럭거리는 부모를 고개를 주억거리며 구경했습니다

그러다 아비가 불렀고, 부모 곁으로 다가가 덜렁대는 사지를 떼어냈습니다

어떻게 떼어냈느냐 하시면 잘 모르겠지만, 고드름이었을 겁니다

골반께에 고드름을 깊게 찔러넣고, 손목 힘으로 대퇴골과 골반 사이를 벌렸습니다

근육을 끊어내는 것은 힘들더군요, 고드름을 두개씩 더 박아 떼어냈습니다

견갑골과 상완골 사이에도 고드름을 박았는데, 박는것 만으로 떨어지니 신이 났습니다

내친김에 갑상연골에도 고드름을 박아 이리저리 돌려서 떼어냈습니다

떼어낸 덩어리들을 아비 입에 털어넣고 나서는 축축한 기억 뿐입니다

눈 앞이 깜깜해졌고, 머리가 조여드는 것을 느꼈고, 쇄골이 부러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포근한 곳으로 돌아간다는 기분이 들었고, 곧 제 체격에 딱 맞는 방이 나왔습니다

방에 들어찬 물로는 폐를 가득 채우고, 까슬한 느낌에 몸이 부르르 떨렸습니다

내 성벽을 아비께 들킨 것만 같아, 부끄러워 졌고, 밀려오는 쾌감을 참고 있는데,

종이 울리자 떨어지는 느낌과 동시에 얼음장이 보였고, 곧 크레바스 위로 던져졌습니다

아, 나는 아직도 아비의 쾌감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흰 칠판 위 검은 글자들, 그 앞에 아들 하나

헛소리들을 말하곤, 움찔대는 아들

두개에 만들고픈 크레바스가 아른거리다,

검은 글자는 지워지고, 무덤의 손이 크레바스를 벌린다

추천 콘텐츠

방이 꽉 차다

우웨엑, 웨엑, 물 쏟는 소리 웨엑, 물 쏟는 소리, ...... 나무문을 부드럽게 열고 들어온다 게워내는 말들, 소리가 계속 들어온다 음악을 튼다, 꽤 크게 틀었다 들린다, 문을 열었다, 쏟아 들어온다 어떻게, 어떻게, 정말 문이 열린다 ㅡ뭐 하고 있나, 뭐이리 조용해? 모두가 방에 들어오다, 아무도 나가지 않다 미어터지는 방, 멍해지다, 말이 떠오르지 않다 놀랐다, 음악 소리를 키운다, 소리가 들어온다 삼중주의 화음이 해소되지 않아서 실증주의 회의가 늙어버려서 걸어나가고 싶어진다, 나가면 말을 해야지 꾸익, 꾸익, 꾸이익, 꾸이이익 게ㅡ게ㅡ게ㅡ게ㅡ 빠라밤, 빠라밤, 뿌우우 다시 들어온다 웨에엑, 우웩, 어색한 사투리가 들어온다 에탄올이 문을 찢고 들어온다 꾸익! 꾸익! 게ㅡ게ㅡ게ㅡ 다시 문이 열리다, 누군가 말을 하다 ㅡ어이, 왜이리 조용해~~ 반투과성 막의 성능이 탁월해서, 나는 토가 나오질 않아서, 아무 소리도 나가지 않다

  • 데카당
  • 2024-07-06
동방현자

안녕, 나는 번제로 불탈 번왕이야 천자놈이 꿈결에 애비를 봤다네? 지 애비는 하늘이면서, 천자 애비의 지배자는 사탄인 거잖니? 상소를 올렸지, 비답을 받았지 ㅡ호산나, 호산나, 호산나, 호산나! 뭐랄까, 참 개신교적이다, 그렇지? 아, 아들이 사제왕 요한이구나, 그런데도 위패는 모시고 말이야, 조상이 성령인가? 상소를 올렸지, 사사받았어, 마셨지 감초 맛이 나더라, 들척지근한 그거, 정말 싫었지 다시 상소를 쓰러 갔는데 글쎄, 천사를 봤어 지방에 불이 붙어서 날리고 있더라고 자기 날개에 묶인 천사라니, 별꼴이야 위패는 헉헉대며 착상할 자궁을 찾고 있고 역겨웠지, 이게 신약이 아니라 구약이구나, 싶었어 맞아, 갑자기 암곰이 뛰쳐나왔어 어디서 모래가 날리더라, 애비가 마신거지 모래만 보면 발광을 하신다니까, 옛날 버릇 못 버린거지, 에휴 미친새끼, 신전 무너진게 언젠데 번제니, 번제는 시간 됐네, 나는 가지만, 번제의 끝은 난교라는거 잊지 마 날뛰고, 나를 찢어먹고, 날뛰고, 배를 갈라 나는 버릴거 없는 몸이니까 내장 빼지 말고 먹어 저기 천자가 보이네, 그런데 인자는 어디 간걸까, 그 곰은 어디에, 나는 대머리가 아니라 지켜주지 않는걸까 잊지 마, 두피는 매끈하게, 소소익선 번제 후에는 난교, 다다익선

  • 데카당
  • 2024-07-05
공부와 육아의 유비

논의 물이 흘러넘쳐 천으로 들어간다 내가 싸내는 데이터의 알집도 터지면 사마귀를 쏟아내고 다시 바퀴벌레와 교미한다 논의 황토가 넘쳐 천을 황토빛으로 물들인다 유린당한 천이 삼키는 침에 꾸덕한 혈전이 섞였다 내가 삼키는 정보들에 슬은 구더기가 꿈틀이면 귀엽다 구더기를 체외수정해 체내로 넣고 자연분만하는 파리를 위하여 천의 목에 걸리는 황토가 똥이 떠다니는 수로를 거쳐 귀향한다 똥도 산실을 찾고, 황토도 산실을 찾았다 산실을 모르는 구더기들이 구겨넣어진 파리가 비틀대다 쓰러진다 구더기를 납치해왔던 파리가 파리채에 맞고 구더기가 수정된다 자해를 목표로 하는 내 머리에 슬은 구더기가 입을 벌린다 터를 잡고 있던 바퀴벌레의 복부에 구멍을 파고 분양해준다 머리에 든 똥통을 위하여, 똥통에 든 구더기를 위하여, 머리로 귀향해오는 황토를 위하여, 복부가 앙증맞게 파열한 바퀴벌레 위에 올라타 턱이 날아간 성형 사마귀와 뒹굴고 시신경까지 손을 넣고 휘휘 젓는다 머리의 똥을 양육하기 위하여 똥 속의 구더기를 교육하기 위하여 구더기가 뒹구는 황토를 부어주기 위하여 다 자란 구더기는 구더기를 납치하는 파리가 되어야 했다 구더기는 이종교배하고 생식기를 황토에 문지르는 파리가 시체에 산란기관을 비벼 먹이를 공급하는 파리가 되어야 했다

  • 데카당
  • 2024-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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