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작성자 세빈
- 작성일 202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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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71
추운 겨울 종종걸음으로
버스를 타 세 걸음
왼쪽 벽에 머리를 대고
기댈 수 있는 그 자리
유리창에 입김을 호 불어
네 이름을 썼다 지웠다
혹여 누가 보지는 않을까
두 손으로 작은 칸막이를 만들어
네 이름은 받침이 어려워서
왼손으로 쓰기는
참 어렵다고 생각했던
그러다가 네 왼손 엄지에
조그마한 점을 보다 웃던
왼손 글씨를 잘 쓰는 네가
얼마나 대단해 보이던지
꼭 쥔 손바닥에 묻은 볼펜 자국은
또 얼마나 귀여워 보이던지
내 손으로 닦아주고 싶어
남들 못 보게 네 두 손을 꼭 쥐고
햇살 받은 운동장 옆 개수대에서
두 손을 살살 문지르며
심장마저 같이 움찔했던 그 여름
네가 없는 겨울에서
네 이름을 써댔더니
네 석 자가 투박하게 얼어서
아무리 꼭 쥐어도
녹아 흐를 줄을 모른다
있잖아,
네 왼손 엄지
손톱 밑 작은 점은
나 밖에 모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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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 보면 그것은 점이 아니라 심성 뒤틀린 선의 응집체였지 구불구불한 선을 따라가다 검토를 마친 팩스가 오류 따위로 전송되지 않았을 때 휘어진 볼펜의 스프링 따위를 발견하고 그 아버지의 옅은 한숨 속에서 시끄러운 모멸감을 발견하고 좇을 수 없이 빠른 발걸음 속에서 느린 발의 차가움을 발견하고 구불구불한 선의 끝에는 점이 있어 그곳에는 울리는 소리가 황홀한 볼펜과 10136번을 부르는 요란한 아버지와 느리고 느린 체인을 독촉하는 자전거가 있어 하지만 진짜는점이 아니라 선이었지 그 구불구불한 선은 내 침대를 감아 점을 만나게 하고칭칭 감긴 침대서 눈을 감아야만볼 수 있는 점은하늘에 가득한 저 진짜 점들을 이어모조리 선으로 만들고 싶다는 선하지 않은 점을 만들었어왼팔에 있는 점이 무척이나 싫어졌어또 잠에 들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 세빈
- 2024-07-04
안녕 달에서 왔어 처음 내게 했던 말을 기억해 너무 소중해서 글자들을 흩었다 모았다 꿀꺽 삼켰지 9번의 여름과, 9번의 봄과, 9번의 가을과,못 다 채운 시린 겨울을 기억해혹여 문장으로 남기면소실되는 글자가 생길까토마토, 네잎클로버, 구제 티셔츠, 토끼풀따위로 너를 기억해너의 이름이 가물가물해서문희, 문정이, 문복이, 문태따위로 너를 기억해이제는 지구 어디서도너의 체취를 느낄 수 없지만나는 네가 하늘을 가르고 순식간에 달에 가버린 것을 알아 나는 달에 뛰어갈 힘이 없으니 지구를 터트릴게 펑하고 터지면 지구를 원동력 삼아 너에게 닿을게 신에게 사랑받는 내가 너의 볼모 할 테니 이번에는 나를 인질 삼아줘 글자들이 무중력에 흩어지지 않게꼭 붙들어줘...안녕 지구에서 왔어이름이 뭐였더라?
- 세빈
- 2024-06-30
평생을 눈으로 좇은너는 나에게 ㅇ작고 둥그런 머리통 둥글 나라의 둥글어를 하는 너 기댈 곳을 찾는 너에게 ㅇㅣ작대기를 하나 세워주자니 ㅇㅡ 가로로 누워 너를 찔러버리면 어쩌지 하고 도로 넣었어 나는 누구에게나 둥근 점 하나 없이 모지니 건드려서 상처 나지 않는 날이 없으니 ㅁ ㅇㅁ 나란히 있는 모습을 그리다 어쩐지 서글퍼져 도로 지우고 또 너만 둥그러니 덩그러니달달한 너의 혓바닥 위에서뒹굴 만큼 뒹굴다 비춘 모습도 ㅁ ㅁ의 꿈네모의 꿈둥글 나라 이야기 ㅇㅇ ㅁ ㅇ ㅇ시계도, 두루마리 휴지도, 선풍기도, 냉장고서 3일을 묵은 수박도, 이가 나간 머그컵도 나를 둘러싼 모든 온도가 어쩌면 지구가, 아니 그냥 온 세상이 너야 둥글다 작고 둥그런 머리통이 슬프다 ㅁ의 결심 오늘은 네 옆에 나란히 서야지 하며 새까만 타이어를 두르고 뒹굴 만큼 뒹굴어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둥글 나라 영주권은 너무 비싸서 살 수가 없었어]
- 세빈
- 2024-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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