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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대왕

  • 작성자 백석
  • 작성일 2024-06-25
  • 조회수 132



고인 물에 모기가 산다 모기는 알을 낳고 모기유충은 살아간다.  


여름이 온다 나는 재채기한다 나는 감기에 걸렸다. 


그녀는 모른다 내가 쓴 시들이 이별을 암시한다는 걸. 


여름이 오고 있다 여름은 봄의 다음, 새로운 정열. 


나는 오늘도 그녀에게 사랑을 속삭인다.


담배 한 대 붙인다 목을 때리고 들어오는 연기와 캡슐의 씁쓸함 길게 느러진 노란 가래


그녀는 모른다. 내가 담배를 핀다는 걸. 


모기가 기숙사의 빈 통로를 배회한다 목적은 더러운 땀내를 찾아, 내 씨앗을 뿌리기 위해, 빨간 피를 탐하기 위해. 


후회란 무엇일까 그녀는 나를 후회한다 그랬다 나는 웃는다

많이 웃었다 그때

누우면 대충 걸어 논 빨래감들이 보인다

땀내가 지독하다. 


모기가 누런 단칸방에 붙어있다 나무로 된 이층침대에는 먼지가 날리고 모기는 가장 역한 부분을 찾는다


나는 기침한다. 


더러운 가시로 역한 곳을 찌른다. 


북향의 창에서

짓눌린 석양이 보였다. 

득득 긁는다

피가 난다

모기 자국. 

재채기했다. 

거기에 물이 고여있나 보다


그녀는 나를 모른다 너는 나를 모른다 우리는 우리를 모른다


잠언을 뱉었다. 


피를 빨았다. 


다시 시를 쓰길 시작한다. 


다시 피가 검고 얇은 가시로 빨려 들어간다. 


너는 나를 알아야 하는데

나는 헤매이지 못하는 검은 바람벽


다시 시를 쓴다. 

다시 피를 빤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무심코 기침이 나왔다. 

피가 울컥하고 나왔다. 


그는 분명히 읊조렸다. 


미안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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