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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

  • 작성자 해파리
  • 작성일 2024-06-29
  • 조회수 40

낙원을 바랍니다

벚꽃 잎이 살랑이고 푸른 분수가 하늘까지 솟구치는 곳을요

종이비행기의 소망을 타고서 이 집 저 집 희망을 전달하는 것을요

포근한 함박눈이 되어 새빨개진 콧잔등을 두드리는 것을요

아픔의 상처를 딛고서 무릎부터 허리까지 곧게 세우는 것을요

갓 태어난 아기의 눈망울에 행복이 가득 차길 바라는 것처럼

푸르른 들판에 세잎클로버가 가득 들어차는 것을요

바람에게 이야기를 실어 보내어 누군가의 바람개비를 돌리는 것처럼

뾰족한 바람개비가 돌고돌아 둥그런 원이 될 때까지

우리는 이상의 낙원을 바랍니다

해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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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그대는 내 눈에 너무나도 반짝여서다른 이의 눈에도 빛나 보일까 불안했습니다미소를 지으면 피어나는 웃음꽃을압화로 찍어내 언제까지나 보고 싶었습니다나의 열기에 당신이 힘들어하는지도 모른 채그저 그대만을 내리쬐는 태양이 되고 싶었습니다사람은 사랑을 할 때 가장 아름답다고 하지만우리 사이에는 그다지 어울리는 말은 아니었습니다아직까지 남아있는 열기를아직 떨리고 있는 마음을시원한 바닷바람 아래서 지그시 잠재워 봅니다그대는 내가 오를 수 없는 가파른 밤이어서그저 밑에서만 바라보며 누워봅니다

  • 해파리
  • 2024-06-15
그저 하여라

피할 수 없기에 받아들여라모래가 파도에 쓸려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오듯바람에 너의 옷가지를 내어주어라세이렌의 노래에 홀려 난파되는 배처럼어쩔 수 없기에 굳이 피하려들지 말아라바닷물이 너의 옷을 적시고 짠내가 물씬 풍겨와도거대한 심해 동굴이 네 머리끝까지 삼키려들어도하얀 조개처럼 입을 닫고 몸을 맡겨라등대의 불빛이 배를 인도하듯바다가 너를 흘려보낼 테니길잡이 별이 선뜻 모습을 비춰도갈매기가 네 옆에서 날갯짓을 보채어도불가사리처럼 푸른 물에 딱 붙어있어라푸른 별의 가장자리로 가더라도이국의 바람이 색색의 이야기로 말을 걸어도바다 위 노인처럼 굳게 있어라푸른 윤슬에 눈이 부셔도두 귀에 소금이 가득 들어차도그저 물결에 둥둥 떠내려가거라

  • 해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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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망각

내가 본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잊고 싶다가사가 없는 피아노 건반들의 합주나여름밤 촌에서 본 밤하늘의 풍경이나처마 끝에 매달린 빗방울이나달빛에 반짝이던 호수의 윤슬이나건물 사이로 비치던 노을의 붉은 조각이나이름 모를 아이의 샛노란 웃음이나이른 아침 주방에서 들려오는 달그락거림이나나른한 오후의 고양이 하품이거나 하는처음 본 그때로 돌아가서다시 겪을 수 없기에 영원히 심장에 새겨졌던그 황홀했던 감정을 몸에 흠뻑 적시고 싶다

  • 해파리
  • 202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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