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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에 얼굴을 묻고 울다가

  • 작성자 모모코
  • 작성일 2024-06-30
  • 조회수 523

귀를 기울였지길도 울고 있는 것만 같아서.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검은 길의 마음은 어떤 모양일까울퉁불퉁한 표면을 곧게 깔아놓은 건 네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나는 너를 닮은 것들은 쉽게 지나치지 못하고.

 

넘어져서 얼굴이 쓸려도 아프지 않았어무르팍이 깨지지도 않았지여긴 꿈이구나완전히 내가 만들어 놓은 상상의 안쪽이구나생각하다가.

 

나는 꿈에서도 너를 만나는구나맨발을 내려다보며 이 길 위에서 내가 자꾸만 넘어지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한다.

 

소리가 들리는 길은 처음이야울고 있는 길도 처음이지너는 분한 일이 있으면 울고야 마는 아이앞을 생각하다가 터져버린 울음나는 만나본 적 없는 것들 위에서 미끄러지고.

 

베개에 고개를 묻고 운 적이 있어너와 함께 울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어서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힘껏 달려 본 적은 없어서.

 

아스팔트에서 눈을 뜨고서 알아차린 것들달구어진 길에 엎드려서 진동을 느끼고네가 어떤 마음으로 이 길을 깔아두었을까깔아두며 앞으로 나갔을까 고민하는 동안.

 

너의 발끝에서 질질 흘러나왔을 아스팔트를 쓸어내린다하나도 아프지 않았어마음을 쥐어짠 뒤에 나오는 잔여물그러니까 울퉁불퉁한 눈물을 쓰다듬으며.

 

표정으로 포장된 심장검게 그늘 들이찬 얼굴 쏟아부으며 딱딱해진 길나 밤새 너를 생각했어단단하게 자리 잡은 아스팔트 뜯어내며 흘려보내는 한 마디.

 

너를 위해 우는 동안 실컷 미끄러졌어만나본 적 없는 길을 걸으며넘어지면 몰래 우는 소녀를 생각하며울음을 밑창에 끼우고 달리는 너를 떠올리며처음으로 잘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잘 이해하고 싶다는 다짐으로.

 

아스팔트는 나의 이야기를 먹고 부풀어 오른다조금씩 말랑해지다가 힘을 주면 뜯어져서 바닥이 보이고마침내 포장되어 있던 길의 안쪽을 만나고.

 

길게 펼쳐진 길을 끌어안을 수는 없지끝도 없이 달려가는 네 마음처럼다만 나는 귀를 기울일게말캉한 길너의 가장 내밀한 표정을 가만히 담아내는 상상.

 

알고 있지이 모든 건 내가 만든 상상의 안쪽나는 여전히 네 뒷모습을 보고 걸어가겠지만꿈에서도꿈속에서도 생각하고 있어악착같이 울부짖으며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소녀를결승선보다도 뛰어가는 방법을 골몰하는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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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가로지르는 것이 있어

밤은 구부러지는 터널처럼 끝자락이 보이지 않는 폭설의 연속 검은 눈발이 세상을 두드리듯 떨어졌고 나는 기다란 열차 속에 있었다 늙은 열차는 어둠의 가장자리를 걷지 않았다 두터운 산의 가슴팍을 곧장 온몸으로 밀고 나갈 뿐 우리보다 일찍 출발한 열차는 눈에 발이 묶였고 늦게 개통한 기종들 몇몇도 미끄러졌다 했지 멋대로 늦춰지고 당겨지는 운행에 대한 방송 깊게 파인 열차의 좌석에 앉아서 듣다가 무릎 위의 채송화 화분을 꼭 쥐었다 장미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본다면 이름을 알 수 있는 붉은 꽃 그리고 옅게 금이 간 화분이었다 차창 너머 몸집을 부풀리는 추위의 얼굴은 내가 아는 모습이기도 때때로 처음 보는 모습이기도 했다 열차를 흔드는 비명 같은 바람 소리가 어디에서 들어본 것만 같기도 했는데 죄다 내 옷깃에 스몄다 그러니까 내게 채송화의 이름을 알려준 사람이나 화분을 선물해 준 사람이 나의 바깥으로 걸어 갔을 때 언젠가의 내가 엎드려 흘려둔 숨소리 마치 눈물 방울처럼 창백하게 적셔왔다 몸을 떨게 하는 추위처럼 나에게 달라붙어서 내 몸은 조금씩 무거워졌고 나는 웅크리거나 고개를 떨구어야만 했다 하지만 겹쳐 입은 옷과 딱딱하게 만져지는 빗장뼈 그곳을 통과할 수 있는 건 차갑게 흘러드는 밤의 소리가 아니었다 나를 가로지르는 것이 있어 결코 떨어뜨리고 싶지 않은 손 안의 화분처럼 내가 쥐고 있는 믿음 빨갛고 환한 채송화의 잎새처럼 웃으며 말해준 그 사람의 말 나의 가슴팍에도 뿌리를 내려 아주 깊숙한 곳까지 가로질렀다 겨울밤 폭설이 벌어진 상처처럼 멎지 앉아도 언젠가 가닿을 종점을 기다릴 수 있는 믿음이었지 내가 몸을 맡긴 기차는 온몸으로 겨울밤을 밀고 지나갔다 그때 나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끝자락과 멀미처럼 새카맣게 일렁이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 수 있었다 종점에 닿으면 화훼 시장에 가야지 분갈이를 하자 겨우내 굵직해진 뿌리를 이사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화분에게 속삭이면서 발아래로 어둠을 떨어뜨리고 나의 심장 박동처럼 가슴께를 가로지르는 작은 경적 소리를 들었다

  • 모모코
  • 2024-10-04
둘러앉을 때 비로소 보이는

밤은 내려앉은 대문처럼 겨울의 손을 들여보냈다 나는 산장의 불을 켜두는 사람 어느 대도시의 자동차 전조등 대신 자그마한 알전구의 빛을 이마에 적시곤 했다 발길 닿지 않는 곳에 찾아오는 바람이 창틀의 나이테를 벗겨 먹는 소리를 들었다 영하의 온도를 지닌 손님들은 덜컹거리는 발걸음을 가지고 있었고 나는 골짜기에 걸터앉아 지냈다 침대 아래로 굴러 들어간 것처럼 보이지 않던 내 얼굴을 찾고 싶었으므로 말하자면 나의 아름다움 폭설처럼 들이닥치는 사람들의 말소리 사이 엉겨붙고 얼어버리던 모양새였다 좀처럼 뜨지 못하는 속눈썹인 듯 딱딱해져서 내 안에 굳어버리고 만 것들 나는 겹겹의 밤을 견디는 동안 배롱나무로 만든 기다란 식탁 하나를 만들었다 여섯 명도 둘러 앉을 탁자 위에 엎드리며 내 곁으로 찾아오는 손님들을 기다렸다 때때로 찾아오는 손님들은 밤을 적시며 문득 흘러내리는 눈물처럼 이불처럼 포개어지며 찾아오는 불안처럼 혹은 나처럼 산장 속으로 걸어와 나의 식탁에 앉았다 검은 모자를 쓴 것처럼 텁텁한 얼굴들 어째서 나의 손님으로 찾아오는 걸까 묻지도 않고 의자를 빼어 내어줄 때마다 창밖에서 쌓여가는 눈처럼 두터워지는 시간 우리는 작은 전등 아래서 서로를 마주하며 가장 숨겨두고 싶은 아름다움을 얼굴에 패인 주름 또는 상처 같은 흔적을 보았다 겨울밤은 나를 똑 닮은 손님을 들여 보냈고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깊이를 더하던 시간 어떤 손님이 문을 두드려도 열어줄 수 있도록 오랫동안 나는 내 산장에 불을 켜두고 있었다

  • 모모코
  • 2024-09-30
반려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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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모코
  • 2024-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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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낭죽

    저도 피드백을 받은 후 수정된 시에서 괴리감을 느낀 경험이 많은 것 같아요. "이건 더 이상 내가 쓴 시가 아니다"라는 생각 말이에요.그것 때문에 피드백 받기 전의 형태의 시를 백일장에 제출하기도했고요.(이것 때문에 선생님한테 많이 혼났습니다. ㅎㅎ;;)음..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자신이 쓰고 싶은 글과 완벽함을 추구하는 글을 분리해서 써보는게 좋을 것 같아요.좋은 필력과 자신의 마음을 글에 담아내는 능력, 둘 다 시인한테는 필요한 것들이니까요.이게 마음이 편하기도하고요.음 쓰다 보니 어떻게 이야기를 끝내야 할지 모르겠네요. 모모코님한테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면서 글 마치겠습니다.

    • 2024-07-03 01:51:56
    낭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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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모코

      @낭죽 저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글... 을 쓰고 싶은 게 아닙니다. 저는 제 자신을 조각내지 않고 싶어서 이 글을 올린 것인데, 아마도 제가 생각하는 지점과 다른 부분을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 2024-07-04 18:21:48
      모모코
      0 /1500
    • 낭죽

      아 그렇군요 살짝 머쓱하네요 으아아아아악

      • 2024-07-08 02:52:54
      낭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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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낭죽

      @모모코 완벽함을 추구하는 글을 바라는게 아니라면 시를 통해 뭔가 바라는 목표가 있는게 아니라면자신을 덜어내지 않는게 좋지 않을까요?원하시는 목표가 있다면 다르겠지만 ㅎㅎ어떤것을 향해 나아가는 순간부터는 바라지 않더라도 필연적으로 자신을 조금식 덜어내고 다시 채워나가게 되더라고요

      • 2024-07-08 03:10:12
      낭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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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모코

    퇴고 후에 올리려 삭제했던 시인데요, 저는 그저 이 상태가 좋아서 달라진 것 없이 다시금 올려요. 이 시를 보고 추상적이다, 또는 너무 직설적이다, 이런 말을 좀 들었는데요. 저는 이런 시 쓰기 방식이 좋았고 이 시야말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말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해서요. 말씀 해주신 분들도 좋은 퇴고를 위해 조언해주신 것이지만 퇴고를 하면 더는 제가 아닌 시가 될 것 같아서 글티너와 멘토님들 의견 듣고자 올려 보아요. 잘 쓴 시보다도 좋은 시 쓰기에 대해 매번 고민해요. 저는 그런 시로부터 아주 멀리 있다고 생각해서,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네요. 크크 이런 주절주절...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 2024-06-30 21:42:16
    모모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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