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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 작성자 김사은
  • 작성일 2024-07-01
  • 조회수 71

어린 딸은 꽃을 좋아했다 

그 어여쁜 모습에서 나는 옛 시골집을 사랑한 아버지를 보았다 

시골을 비추는 테레비를 비추는 눈동자 

테레비 앞에 앉아계신 아버지는 

스마트폰으로 시골집에서 찍었던 사진을 넘겨본다 

시골에서 내 어릴 적 함께 한 진돗개를 보는데 

그곳에서 태어나 죽은 생을 아버지는 부러워하시는 것 같다 


그가 기르던 난이 매연을 먹고 죽었다 

큰 딸이 조화를 선물해 주었다 

아버지의 미소가 일그러져 보였다 

주변의 모든 것이 생명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회색 연기와 소음을 내며 땅을 점령한 철덩어리들 

그 비좁은 사이를 항상 빠르게 걸어가는 마네킹들 


마시고 있는 게 산소가 아니란 것을 깨달았을 때 그는 수리점을 들렸다 

수리기사는 여러 장비를 그의 몸에 대더니 스트레스성 고장이라 말한다 

수리를 거부하고 그날 아버지는 자기에 담긴 채 조화에 장식된 어머니를 빼내어 돌아갔다 

모든 것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김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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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시증

몸에는 서늘한 어둠이 닿는데 감은 눈으로는 빛이 보인다 빛의 존재 이유는 어둠의 존재인지 부재인지 나밖에 비추지 못하는 보름달 아래서 이제 그만 가라고 말할 뻔했다 함께한 세월은 낡아가고 모두 이 관계가 틀렸다는데 당신조차 그리 생각하여 맞잡은 손에 힘이 풀어지는 건가 오늘도 골목 모퉁이에 쭈그려 앉아있는 당신 지쳤나 보다 이제는 비 맞지 못하는 당신이지만 우리 항상 함께 썼던 추억에 나는 당신 옆에 앉아 우산을 펼친다 당신에게로 기울어진 우산 비에 젖은 내 어깨를 바라보는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나 여기서 말한 사랑 합니다는 당신에게도 들릴지젊은이가 우리 앞에 나타나는데 또 나만 데려간다 우산 없이 보송한 당신의 미소가 슬프다

  • 김사은
  • 2024-07-04
내 시선 끝에는 당신의 발자국이

나는 위를 보며 걸었고 당신은 아래를 보며 걸었다 파란 하늘을 더럽히는 저 시커먼 까마귀 떼가 사실은 개미떼라면 내가 바라보고 살아온 하늘이 사실은 바닥이었다면 그럼에도 눈물은 위로 흐를 수 있는 건가 내가 하늘을 걷고 있었던 것이 될 수는 없겠지 하늘이 조각나 파편이 내리고 당신이 서 있는, 닿기 싫어 높이 뛰어도 결국 날 끌어당기던 바닥은 단단해 보인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하늘에 붙어있으려 한다 태양은 여전히 너무 멀리 있고 구름은 나를 지탱할 수 없어 홀로 무리에서 떨어진 어느새 한 마리를 향해 손을 뻗지만 그것조차 나를 피하여 나는 떨어진다 떨어지면 풀지 못한 이 것과 작별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는 언제 바닥에 도착하는가 끝없이 떨어졌다 아니, 떨어지고 있는 것은 맞는지 하늘에서 눈을 뗄 수 없어 모르겠다 외로운 새는 외로움을 알고 있을까 시린 이와 뜨거워 녹을 듯한 귀 사이의 턱은 무언가 말하려 하는데 열리지 않는다 달이 가려진 무저갱에 까마귀 떼가 녹아내렸고 가로등 꺼진 하늘에 개미떼가 스며들었다

  • 김사은
  • 2024-07-03
검은 빛 세상

무정한 자동차 들판 위를 달려간다. 아니 걸어간다. 우산 쓰지 못해 혼자 비에 젖은 땅은 자신을 밟는 모든 것들을 잡으려 한다. 나는 아이스크림 위를 걷는다. 땅 속으로 끌려들어 가지 않으려고 뛴다. 신발 자국 선명히 남겨놓고 나는 바람에 맞서 이 너른 들판을 지난다. 신발 밑창이 발바닥이 되어 갈 때 쯔음, 전봇대가 나를 가로막고 바닥에 박힌 수많은 검은콩들이 내 발에 피를 낸다.(아스팔트라는 종의 검은콩들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내가 지난 들판은 어느새 검은 콩밭이 되어있었다. 밤하늘에는 별이 떠있는 데 시계는 정오라고 말한다.

  • 김사은
  • 202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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