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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들

  • 작성자 백석
  • 작성일 2024-07-02
  • 조회수 51



꿈을 꾼다. 바퀴벌레가 나온다. 

사그락 사그락. 침대를 기어가고

옅은 노란색의 벽을 기어가고 낮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네 마리, 다섯 마리……… 셀 수 없는 바퀴벌레가 나를 덮치고

벽을 덮치고 갈색 문을 덮치고 

나는 눈을 뜬다. 

존재하던 검은 바퀴벌레는 어디

낡은 형광등뿐

나는 어디 여긴 어디

너는 누구

살려줘

기름기 낀 내 얼굴

나 잠들었나

여긴 내 침대

여긴 학교 

여긴 대한

여긴 아시아

여긴 지구

근데 여기에 왜 바퀴벌레가……

불안한 내 눈 달달 떨며

거울을 바라보니 

그레고리 잠자!

넌 바퀴벌레!

육족보행을 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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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더러운 것이 너무나 많아우리 눈을 감자이참에 확 장님이 되어버리자종이컵 하나에 담긴 커피가 너무 많아넘쳐흘러서쥔 볼펜의 허리가 뚝 끊어져서이젠 몰라우리는 장님손을 잡고 어두운 실명의 길을 걷자검은 것은 평등한 것이니너도 검고 나도 검고 볼 수 있는 것은 검은 것뿐다행이야 저녁하늘이 까매서장님이 되어 본 하늘도 똑같을 테니까깨진 소주병에 피가 묻어나도 녹색의 모서리에 살구색 살점이 묻어도괜찮아다리가 부러졌을 때 하나도 아프지 않아부러져 뼈가 튀어나온 걸 봤을 때 아프지눈을 감아 숨을 쉬어 구름은 복식호흡으로 느끼면 돼푸른 하늘은 어차피 볼 시간 없어괜찮아장님이어도 핸드폰 라이트를 키고 다녀보이지 않더라도너가 날 볼 수 있게

  • 백석
  • 2024-07-06
모기대왕

고인 물에 모기가 산다 모기는 알을 낳고 모기유충은 살아간다. 여름이 온다 나는 재채기한다 나는 감기에 걸렸다. 그녀는 모른다 내가 쓴 시들이 이별을 암시한다는 걸. 여름이 오고 있다 여름은 봄의 다음, 새로운 정열. 나는 오늘도 그녀에게 사랑을 속삭인다.담배 한 대 붙인다 목을 때리고 들어오는 연기와 캡슐의 씁쓸함 길게 느러진 노란 가래그녀는 모른다. 내가 담배를 핀다는 걸. 모기가 기숙사의 빈 통로를 배회한다 목적은 더러운 땀내를 찾아, 내 씨앗을 뿌리기 위해, 빨간 피를 탐하기 위해. 후회란 무엇일까 그녀는 나를 후회한다 그랬다 나는 웃는다많이 웃었다 그때누우면 대충 걸어 논 빨래감들이 보인다땀내가 지독하다. 모기가 누런 단칸방에 붙어있다 나무로 된 이층침대에는 먼지가 날리고 모기는 가장 역한 부분을 찾는다나는 기침한다. 더러운 가시로 역한 곳을 찌른다. 북향의 창에서짓눌린 석양이 보였다. 득득 긁는다피가 난다모기 자국. 재채기했다. 거기에 물이 고여있나 보다그녀는 나를 모른다 너는 나를 모른다 우리는 우리를 모른다잠언을 뱉었다. 피를 빨았다. 다시 시를 쓰길 시작한다. 다시 피가 검고 얇은 가시로 빨려 들어간다. 너는 나를 알아야 하는데나는 헤매이지 못하는 검은 바람벽다시 시를 쓴다. 다시 피를 빤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무심코 기침이 나왔다. 피가 울컥하고 나왔다. 그는 분명히 읊조렸다. 미안해, 미안해.

  • 백석
  • 2024-06-25
Here Comes the Sun

이른 여름여름은 너무 빨리 온다벌써 우거진 푸름선뜻 다가온 정글아마존의 비린내앵앵 우는 모기와 깔따구, 하루살이 그리고 유리 벽에 머리 박고 죽은 그들붉게 달아오른 입술 위로너가 포개지면 나는 침대에 누워 덥다 더운 열대야를 이겨낸다사실 더운 건 내가 이불을 덮고 있어서야하얀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덮었던 하얀 이불을난 아직도 쌓아두고 있어더워, 창을 열면 켜진 형광등 사이로 모이는 벌레들빛으로 향하는 검은 벌레들또다시 아침이 밝으면 사라지는 그들어디로 갔을까내가 심은 화분 안에 알을 깠을까벽지 위에 한점이 되었을까아니면 오후에 발견했던 유리 벽처럼죽어 있을까너무 빨리 온 여름은너무 더워냉장고 속에 들어가고 싶어하얀 겨울에 파묻혀 입술을 파랗게 물들여덜덜 떨고 싶어냉장고, 내 낙원발견되고 싶어 히말라야를 등산하다 죽은 탐험가처럼꽁꽁 얼어붙어 산 깊은 곳 아무도 찾지 않는 냉장고의 모서리여름의 바나나처럼 당당히 썩고 싶지 않아나는 조용히 구석에서너가 알 듯 말 듯소리 없이, 쌓아둔 눈사람처럼

  • 백석
  • 202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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