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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주 장원

  • 작성자 들꽃 향기
  • 작성일 2006-01-18
  • 조회수 812

 

 이번 주에도 많은 작품이 올라왔습니다. 꾸준하게 글을 올리는 필자들과 새로이 등장한 이들도 꽤 있었습니다. 아마도 시는 짧아서 다른 장르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모양입니다.

 

 이번 주에는 크게 눈에 뜨인 작품이 많진 않았습니다. 많은 작품을 올리긴 했는데 작품 한 편 한 편의 완성도에 집중을 하지 않은 느낌을 주는 필자들이 제법 있어서 좀 아쉽더군요.   막사발님 <프린터기> 같은 작품은 소재의 연결이 어색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개성적인 느낌을 주었습니다. 너무 많은 곳에 시선과 힘을 분산시키지 말고 작품이 될 만한 것에 몰두하기 바랍니다. 아네모네님 <코 고는 소리>도 후반부에 가서 설명적이 되지 않았다면 훨씬 선명한 작품이 되었을 것입니다. 기성시인도 그렇지만 '덜 된' 작품은 늘 지나치게 부족하거나 너무 넘치거나 둘 중 하나인 때문이지요. 부족한 인식을 채우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너무 지나치게 설명하고 보여주려고 하지 않도록 자제력을 길러야겠습니다.

 

 이번 주에 가장 흥미있게 본 작품은 消雨의 <뒤비>입니다. 처음에 무슨 소린지 이해하지 못할 말들을 쓰다가 (시 속의 화자 자신의 경험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이렇게 써 나가는 것이 예사로운 건 아니지요.) 뒤로 가면서 하나씩 밝혀내는 솜씨가 훌륭했습니다. 할머니들의 구수한 말투와 따뜻한 두부, 비지 모두 잘 어울리는 소재들이었고요. 요즘도 이렇게 두부를 집에서 만들고 서로 나누어 먹는 훈훈한 동네가 있다니 부러운 생각이 드는군요. 消雨님은 지난 주부터 주목해 왔는데 발전이 눈에 뜨인 것 같아서 기쁩니다. 할머니가 만드신 따뜻한 '뒤비'를 독자들 모두 즐겁게 먹었을 겁니다. ^ ^

 

    ************

 

    뒤비    /  消雨

 

'대문나와 시냇물

다리를 건너서

수퍼옆에 난 골목길

글루 들어서

 

초록대문에 들어가면

그기가 선남네 집이라

해지세워 맹든 뒤비를 준다카니 받아오그라'

 

할머니 말씀 기억하며

대문을 넘으면,

얼어버린 시냇물근처 잡초 무성하고

문닫은 구멍가게 옆을 지나서

사람둘 지나갈 좁은 골목길을 향한다.

 

아무리 둘러봐도 초록대문이 없어

이름표를 둘러보며 선남네를 찾았지만

선남네는 커녕 개짖는소리에 놀라 돌아왔다.

 

'으이그.

골목 들가서 애경이를 찾그라

그집 막둥이가 애경이라

부르면 귀신거텀 알아들어'

 

또다시 대문,다리,슈퍼 그리고 골목.

애경이를 찾지만 돌아오는건

개짖는 소리다.

 

한숨쉬며 발돌리려는데

세월에 녹슬어 색이다 벗겨진 대문하나가

쇳소리내며 열렸다.

 

흰머리에 스웨터 겹입은 할머니가

뒤로 삽살개 한마리 끌고 밖으로 나왔다.

 

반가운 마음에 선남네가 어디냐 잡고 물어보니

 

'니가 성철이 맏딸이가

하이고 많이도 컷구망 할미 기억하나

애경이가 뭐그리 진나 했드니만

손님와서 방갑다 인사한기구먼 ,'

 

삽살개 애경이가 멍 하고 짖자

그집 첫째손주 선남언니가 나와

김오른 두부담은 봉투를 내손에 쥐어주었다.

 

'우리집에서 새벽부터 만든기라,

이건 뒤비 만든기고 이건 비짓국이라

할메 마이 잡수라 전해주고'

 

꾸벅 인사하고 뒤돌아간 내 뒤로

그집 막둥이 애경이의

잘가라고 짖는 소리가 들렸다.

 

오른손엔 비짓국

왼손엔 뜨끈한 뒤비 다섯모.

들꽃 향기
들꽃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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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꽃 향기
  • 2006-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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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헙, 월장원이라니 깜짝 놀랬습니다. 두부주신 답례로 매작과(꽈배기모양의 약과인데 만드는것도 먹어본것도 처음이었어요)를 만들어서 드렸답니다.^^

    • 2006-01-18 16:08:56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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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충고 감사합니다~ ^^ 담에는 딱 주제 하나를 잡아서 알짜배기 표현들만 열심히 파보겠습니다! ^^

    • 2006-01-18 01:40:37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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