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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주 장원

  • 작성자 들꽃 향기
  • 작성일 2006-01-24
  • 조회수 1,328

 

방학이라 그런지 올라오는 글의 양도 풍성하고, 수준도 꽤 뛰어난 작품들이 간간히 보여서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새로 등장한 필자의 만만찮은 필력을 보는 것도 즐겁지만 계속 활동하던 이의 성장해가는 모습이 더욱 흐뭇합니다. 바쁜 학교생활에 쫓겨 제대로 추스리지 못했던 시심이 막 영글어가나 봅니다.


 이번 주에 눈에 띄는 필자들은 김재현, 막사발, 오르페우스, 보헤미안랩소디, 빨강머리 앤, 옥따비오빠스 등입니다. 특히 인상적인 작품은 오르페우스의 <갈대와 소> 빨강머리 앤의 <우렁이 마음으로> 그리고 막사발의 <어시장의 인어왕자>입니다. 감각적이 표현은 뛰어나나 강하게 남는 메시지가 부족한 다른 작품들에 비해 간결하고 소박한 이미지와 선명한 메시지가 좋았습니다. ‘갈대와 소’에서는 소가 갈대가 되고 갈대가 소가 되는 원형의 삶, 불이의 삶에 대한 성찰이 돋보였고, ‘우렁이’는 작은 것을 허투루 보지 않는도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이 좋았습니다. 주 장원으로는 오르페우스는 그동안 여러 번 수상을 했던 필자이니 제외를 하고, 빨강머리 앤은 처음 시를 올렸고 다른 작품들이 조금 취약한 면도 있어서 다음 기회를 더 보기로 합니다. 막사발은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로 선을 보이는 필자인데 지난 주보다 훨씬 정돈된 모습이 보입니다. <어시장의 인어왕자>는 시장바닥을 기어다니며 구걸을 하는 장애인을 다룬 글인데 가슴 아픈 소재를 담담하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담담함이 힘인 것도 같고, 아버지라는 지칭이 좀 걸리는 면도 있습니다만 현실과 상상을 잘 조화시켜 슬픔을 아름답게 드러낸 점이 뛰어나다 하겠습니다. 하여, 주 장원으로 선정하는데 큰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글을 올리는 모든 필자들에 대해 간단한 평을 올렸지만, 이 자리에서 모든 이들을 언급하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늘 마음이 걸립니다. 누구를 선택하는 것은 또 다른 누구를 소외시키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작품을 보는 저의 눈만이 객관적이고 정당한 것도 아니니까요. 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문학에 대해 열정을 가진 청소년들이 그래도 꽤 많은 것을 알고 반가움과 고마움을 느낍니다. 여기서 이름이 거론되고 안 되고, 상을 받고 못 받고의 이유 때문에 또 다른 상처와 좌절을 안겨준다는 사실에 참 마음이 무겁군요. 삶과 문학을 보다 긴 안목, 유장한 흐름 속에서 성찰하고 소중한 것에 대한 열정을 꺼뜨리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어시장의 인어왕자   / 막사발



질척한 어시장의 오후

퍼어런 천막을 통해 내리쬐는 햇빛이 비릿하다

바로 그 천막 아래서

한껏 물큰거리는 시장 바닥은

이 쪽부터 저 쪽까지 전부 다 울 아버지 차지다

낙지를 대야에 던져넣는 아낙네도

꽃게를 저울에 달고 있는 할머니도

번데기를 한 컵씩 담아 파는 할아버지도

모두 한 자리에 단단히 매여 있는데

자유로운 울 아버지는

배꼽 밑으로 어느 해저왕국의 인어왕자처럼

검은 꼬리에 두 다리를 꽁꽁 감춘 채

소양강 처녀가 애잔히 흘러나오는 스피커를 판자에 싣고

구정물이 넘치는 시장 바닥 이 쪽에서 저 쪽까지 모두 휩쓴다

한 젊은 새댁이 동전을 땡그랑 떨어뜨리고 간다

짧게 물보라가 이는 아버지의 눈꺼풀

과연 지난날 아버지는

어느 운 좋은 어부의 그물에 걸리었던 것일까

해가 서서히 저물고

사람들도 하나 둘씩 자리를 뜬다

낮게 밤바람이 깔린 어시장에는

홀로 남은 인어왕자만이

쓸쓸하게 어둠 속을 기어다니고 있다



들꽃 향기
들꽃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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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5주 장원

    가난의 울음에도 삼층석탑은 나날이 커갔다.  더욱 단단해지고, 갈수록 무거워졌다.  십여 년간 삼층석탑을 어깨에 이고  세상을 걷던 엄마의 허리가 소리를 쳤다.  깊은 밤하늘 부서지는 노란 달빛처럼  엄마의 허리뼈도 느릿느릿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다.  예전과는 다르게 한 번 주저앉았다가도  금세 일어서지 못하고 빌빌 떨어댔다.  어느 날부터 집안에 하얀 가루가 흩어 뿌려지기  시작했고, 초라한 약봉다리가 늘어만 갔다.  그 흔한 물리치료에 벌벌 겁을 먹으면서도  삼층석탑을 닦기 위한 헝겊은  가장 빛깔이 좋고 부드러운 비단을 썼다.  삼층석탑은 엄마에겐 가장 귀한 보물이었다.  그러나 가끔 삼층석탑이  너무 무거워 정신을 아득히 떨어뜨릴라치면  엄마는 자신의 가슴을 깨물며 약해지는  몸뚱이를 원망하며 하늘에 울음을 던졌다. 쭈글한 손을 허리에 얹은시어머니는 새처럼 쪼아댄다"애미야~" "애미야~!""맏며느리가 뭐 하느라 그리 굼떠~"한해에 두 번의 연휴에온몸이 삭아간다바다 파도에 바위가 깎이듯손끝은 무뎌지고남편에 대한 애정은 닳아간다

  • 들꽃 향기
  • 2006-02-07
1월 4주 장원

  윽 - 벌써 자정이 다 되어가네요.오늘 중으론 올리겠다고 약속했는데,   50여편의 작품을 읽었습니다. 설날이 끼어서 그런지 올라온 편수는 조금 줄었지만 수준있는 글들이 대부분이어서 좋았습니다. 아마도 글틴이 이제 제대로 무르익어 가나봅니다. 여러분들끼리 나누는 대화도 참 품위가 있으면서도 정겨워서 곁에서 지켜보고 있으면(이런걸 눈팅이라고 하지요?) 절로 웃음이 나와요. 여느 인터넷 사이트에서 보이는 저질스런 댓글은 단 하나도 발견을 못했으니 글틴의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알겠지요? 사실 선생님들은 글틴의 수준이 너무 높아서 걱정이기도 하답니다. 웬만한 청소년들은 끼어들 엄두를 내기가 힘드니까요. 처음에 좀 썰렁해도 자꾸 들어오고 댓글도 달면서 전입신고도 하고 하다보면 금새 친한 친구가 되는 것 같더군요. 격의없이 들어와서 글도 올리고 대화도 나누고 하기 바랍니다.  좋은 작품들이 많았지만 (그렇게 수준이 떨어지는 작품이 거의 없었지만) 그 중에서도 눈에 뜨이는 작품이 상사화 <아버지의 촉루> 돛새치 <자장국 설거지> 빵우 <병> <세월> <학생은 군인이다> 꺄르륵의 <연꽃밭 할매얼굴> 등입니다. 오책의 <쌀> chris의 <사랑의 스펙트럼>도 참신했고요. 비슷비슷한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어서 한 작품을 고르기가 쉽지 않군요.  그중 오책과 chris의 작품은 새로운 시적 대상(쌀 같은 경우, 어른 시인들은 종종 다루는 소재이지만, 청소년들은 글감으로 쓰는 경우가 드물거든요)은 좋지만, 표현 혹은 주제의 면에서 조금 더 다듬거나 깊이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일단 미루어둡니다. 그리고 빵우는 <세월>이 특히 좋은데 상을 자주 받은 학생이니까 또 일단 보류를 합니다.  상사화 <아버지의 촉루> 좀 더 치밀하게 퇴고를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발견과 연상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돛새치 <자장국 설거지>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고보니 가족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군요. 민족의 명절 설 덕분인지..) 이 작품 역시 좀 더 깔끔히 다듬을 부분이 있고, 마지막에 시험성적 얘기 같은 것은 없는 것이 더 나았겠지만, 묵묵한 어머니의 헌신을 헤아리는 자식의 내면을 잘 드러낸 성찰이 돋보여서 호감이 갑니다. 처음 보는 필자인 꺄르륵의 <연꽃밭 할매얼굴>은 봄바람같은 시입니다. 어찌보면 뚜렷한 핵심이 없는 듯이도 느껴지지만 그 화안하고 살랑이는 분위기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 작품만 뽑고 다음으로 미룰까 하다가 이번 주는 인심을 팍팍 쓰기로 합니다. 설날도 끼었으니 세배돈 주는 셈치고 이상에서 언급한 세 작품을 모두 주장원으로 선정하겠습니다.  수상자들에게 축하를 드리고, 다른 모든 필자들도 쓰는 것과 읽는 것이 함께 행복하고 충

  • 들꽃 향기
  • 2006-02-01
1월 2주 장원

  이번 주에도 많은 작품이 올라왔습니다. 꾸준하게 글을 올리는 필자들과 새로이 등장한 이들도 꽤 있었습니다. 아마도 시는 짧아서 다른 장르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모양입니다.   이번 주에는 크게 눈에 뜨인 작품이 많진 않았습니다. 많은 작품을 올리긴 했는데 작품 한 편 한 편의 완성도에 집중을 하지 않은 느낌을 주는 필자들이 제법 있어서 좀 아쉽더군요.   막사발님 <프린터기> 같은 작품은 소재의 연결이 어색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개성적인 느낌을 주었습니다. 너무 많은 곳에 시선과 힘을 분산시키지 말고 작품이 될 만한 것에 몰두하기 바랍니다. 아네모네님 <코 고는 소리>도 후반부에 가서 설명적이 되지 않았다면 훨씬 선명한 작품이 되었을 것입니다. 기성시인도 그렇지만 '덜 된' 작품은 늘 지나치게 부족하거나 너무 넘치거나 둘 중 하나인 때문이지요. 부족한 인식을 채우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너무 지나치게 설명하고 보여주려고 하지 않도록 자제력을 길러야겠습니다.  이번 주에 가장 흥미있게 본 작품은 消雨의 <뒤비>입니다. 처음에 무슨 소린지 이해하지 못할 말들을 쓰다가 (시 속의 화자 자신의 경험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이렇게 써 나가는 것이 예사로운 건 아니지요.) 뒤로 가면서 하나씩 밝혀내는 솜씨가 훌륭했습니다. 할머니들의 구수한 말투와 따뜻한 두부, 비지 모두 잘 어울리는 소재들이었고요. 요즘도 이렇게 두부를 집에서 만들고 서로 나누어 먹는 훈훈한 동네가 있다니 부러운 생각이 드는군요. 消雨님은 지난 주부터 주목해 왔는데 발전이 눈에 뜨인 것 같아서 기쁩니다. 할머니가 만드신 따뜻한 '뒤비'를 독자들 모두 즐겁게 먹었을 겁니다. ^ ^     ************     뒤비    /  消雨

  • 들꽃 향기
  • 200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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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각적이 표현은 뛰어나나 강하게 남는 메시지가 부족한 다른 작품들// 찔리네요- 분발하겠습니다

    • 2006-01-26 02: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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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겜중독으로 인해 새벽내내 심즈하다가 너무 잠이쏟아져서 잠깐 들렸는데 이게 꿈인지 생신지 분간이 안가네요;ㅁ; 덕분에 게시글을 네번이나 다시 읽었답니다; 정말 뽑힌건 맞나요? 많이 부족한데, 좋게 봐주셔서 모두들 감사합니다. ^^ 앞으로 더욱 열심히하겠습니다

    • 2006-01-25 04: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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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강머리 앤 님 처음 시를 올린 게 맞기는 맞습니다만... 하핫

    • 2006-01-25 00: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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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사발님, 축하드려요^^-

    • 2006-01-24 2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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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사발님의 시를 읽었을 때, 내심 이번 장원은 막사발님이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굉장히 좋은 시, 정말 잘 읽었습니다.

    • 2006-01-24 22:45:41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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