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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4주 장원

  • 작성자 들꽃 향기
  • 작성일 2006-02-01
  • 조회수 1,578

 

 윽 - 벌써 자정이 다 되어가네요.

오늘 중으론 올리겠다고 약속했는데,

 

 50여편의 작품을 읽었습니다. 설날이 끼어서 그런지 올라온 편수는 조금 줄었지만 수준있는 글들이 대부분이어서 좋았습니다. 아마도 글틴이 이제 제대로 무르익어 가나봅니다. 여러분들끼리 나누는 대화도 참 품위가 있으면서도 정겨워서 곁에서 지켜보고 있으면(이런걸 눈팅이라고 하지요?) 절로 웃음이 나와요. 여느 인터넷 사이트에서 보이는 저질스런 댓글은 단 하나도 발견을 못했으니 글틴의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알겠지요? 사실 선생님들은 글틴의 수준이 너무 높아서 걱정이기도 하답니다. 웬만한 청소년들은 끼어들 엄두를 내기가 힘드니까요. 처음에 좀 썰렁해도 자꾸 들어오고 댓글도 달면서 전입신고도 하고 하다보면 금새 친한 친구가 되는 것 같더군요. 격의없이 들어와서 글도 올리고 대화도 나누고 하기 바랍니다.

 

 좋은 작품들이 많았지만 (그렇게 수준이 떨어지는 작품이 거의 없었지만) 그 중에서도 눈에 뜨이는 작품이 상사화 <아버지의 촉루> 돛새치 <자장국 설거지> 빵우 <병> <세월> <학생은 군인이다> 꺄르륵의 <연꽃밭 할매얼굴> 등입니다. 오책의 <쌀> chris의 <사랑의 스펙트럼>도 참신했고요. 비슷비슷한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어서 한 작품을 고르기가 쉽지 않군요.  그중 오책과 chris의 작품은 새로운 시적 대상(쌀 같은 경우, 어른 시인들은 종종 다루는 소재이지만, 청소년들은 글감으로 쓰는 경우가 드물거든요)은 좋지만, 표현 혹은 주제의 면에서 조금 더 다듬거나 깊이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일단 미루어둡니다. 그리고 빵우는 <세월>이 특히 좋은데 상을 자주 받은 학생이니까 또 일단 보류를 합니다.

 상사화 <아버지의 촉루> 좀 더 치밀하게 퇴고를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발견과 연상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돛새치 <자장국 설거지>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고보니 가족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군요. 민족의 명절 설 덕분인지..) 이 작품 역시 좀 더 깔끔히 다듬을 부분이 있고, 마지막에 시험성적 얘기 같은 것은 없는 것이 더 나았겠지만, 묵묵한 어머니의 헌신을 헤아리는 자식의 내면을 잘 드러낸 성찰이 돋보여서 호감이 갑니다. 처음 보는 필자인 꺄르륵의 <연꽃밭 할매얼굴>은 봄바람같은 시입니다. 어찌보면 뚜렷한 핵심이 없는 듯이도 느껴지지만 그 화안하고 살랑이는 분위기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 작품만 뽑고 다음으로 미룰까 하다가 이번 주는 인심을 팍팍 쓰기로 합니다. 설날도 끼었으니 세배돈 주는 셈치고 이상에서 언급한 세 작품을 모두 주장원으로 선정하겠습니다.

 수상자들에게 축하를 드리고, 다른 모든 필자들도 쓰는 것과 읽는 것이 함께 행복하고 충만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아버지의 촉루 / 상사화

 얼굴에 붉은 불을 켜고 밤늦게 돌아온 아버지의 얼굴은 알코올이 닿았는지 다른 때보다 활활 타고 있었다 초 냄새는 아니 나고 알코올 냄새만 나는 것을 보니 아버지는 風前燈火처럼 꺼질까봐 큰 불꽃을 만들어 온 건가 보다


 녹고 녹아서 작아진 아버지의 몸 둘레에는 온통 촛농이 굳어있었다 바람이 거세도 몸이 타들어가도 아버지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촛농은 떨어지기도 전에 굳어버렸기 때문이다


 얼굴이 빨간 아버지는 흥겹게 노래하며 양말을 벗었다 손수 예수像 앞에 있는 聖초를 다듬곤 하던 칼로 뒤꿈치에서 굳은살을 베어냈다 나는 아버지의 눈물을 보지 못했다 굳은 촛농처럼 부서지는 굳은살을 보았을 뿐이다

 

 


  자장국과 설거지  / 돛새치


 

출출하면 냄비로.

국물이나 찌꺼기 뭐든 있겠지

아니나 다를까

엄마가 해놓고 간 자장국 자장국.

소스가 아냐

깍뚝썰기한 당근 감자 조각낸 양파

맛좋은 채소가 들어있는


약한불로 지글지글 덥히다 보니

오늘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큰 걸로 한사발은 먹어야 할 터

냄비를 비우면 딱 맞아떨어지는데.

 

냄비를 비워도 엄마는 아무 말 안하겠지

난 배불리 먹고.

추리한 모습으로 돌아온

엄마는

신김치 밑둥으로 아침끼니 때우고.

그래서 생각을 했지

이번엔 내가 반 사발만 먹자

그것도 최선의 양보라고

또 밥은 많이도 말아

뻑뻑한 자장밥으로 비웠네


이제는 설거지통 생각난다

먹은걸 담가놔야 하는데

아니다.

오늘은 내가 설거지 좀 해놀까

아니다

온갖 구정물의 밀린 설거지.

더해 내 빈그릇까지

 

설거지를 안해도 엄마는 아무 말 안하겠지

난 편안히 자고.

보이지 않는 거대한 맷돌을 목에 걸고 온

엄마는

오래된 나무처럼 굳건히 서서

어제부터 쌓인 그 설거지 해치우고.

그래서 생각을 했지

이번엔 그냥 누워서 자자

그것도 내 이유 된다고

머리맡에 빈 대접 숟가락을 그대로 놓고

베개를 베네


맞춰논 알람시계 종소리가 울리기전

현관문 따고 들어올 엄마,

창문틈을 들어온 밤새 냉기로

빈 대접 말라붙은 자장국의 흔적과

내 입술 주위 번진

위대했던 식사의 흔적을

바라보겠지.

전날 밤 두번의 작은 시험 그 결과를

알지 못한 채

엄마는.

 

 

 연꽃밭 할매얼굴  /  꺄르륵 



야야 저것보래이

노랭이가 팔랭팔랭 거링게

저 것이 나비제

꽃이 핑께 지도 난다 야야

아즉도 추분디 저 팔랭이는 팔랭팔랭

꽃 폈다꼬 지도 팔랭팔랭 하네


할매요 울 할매

좁은 골목길 틀어

거미줄 같이 금간 벽 너머로

내 할매 이부자리 있다

찌그러진 양철 주전자엔 단술있고

그 옆엔 같이 찌부러진 요강이있다


할매

봄이 왔응께 꽃이 피제

꽃이 핑께 나비가 날제

팔랭팔랭 날아가꼬 꽃한테가면

꽃도 좋고 나비도 좋제

나도 좋고 할매도 좋제 안그나


오야오야

할매요 울 할매

튼 내손을 쭈글텅쭈글텅한 할매 볼에 얹고

오야오야

똑똑타 내 손녀

오야오야 오야오야만 한다


할매요 할매

할매 얼굴에도 봄이 왔심더

억겁세월 굽어진 갯벌같은 얼굴에

진흙같은 잔주름이 일렁이면

그 일렁이는 피부새로

할매도 봄을 피운다


오야오야

할매 얼굴에도 연꽃이 폈데이


들꽃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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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꽃 향기
  • 200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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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축하드립니다~ 역시... 대단들 하세요 실력이 -ㅂ-;;; 하~

    • 2006-02-08 23:23:50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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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헉 선생님T^T// 끄적임에 그렇게 긴 답글을 달아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람의 스팩트럼(사랑의 스팩트럼이 아닌 '사람'의 스팩트럼) 말인데요- 주파수가 낮다, 파장이 길다 이런 부분에서 생각이 짧고 웃음이 길다를 끌어낸 거에요 =ㅂ=// 이번에 뽑힌 시 세 개 다 너무나 멋집니다! >ㅁ< 세뱃돈 받을 자격 있는 세배였던 것 같아요^^

    • 2006-02-01 23:54:34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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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 /1500
  • 광인변주곡

    와, 축하드립니다 _ 특히나 연꽃밭 할매얼굴은 읽어나가면서, 정말 즐겁네요

    • 2006-02-01 22:37:05
    광인변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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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 /1500
  • 돛새치

    아 감격!!흑흑.. 너무 감사드려요! 더 노력하겠습니다.^ ^ (참 선생님, 수고스러우시겠지만 '자장국과 설거지'로 살짝 수정해 주셨으면~)

    • 2006-02-01 13:55:21
    돛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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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우와~ 정말 감사드립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제가 받을 자격이나 있을런지 참 부끄럽네요^-^;; 정말정말 감사드립니다~

    • 2006-02-01 11:23:52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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