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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 작성자 언덕의고양이
  • 작성일 2007-07-21
  • 조회수 56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닫아놓은 창문에 들러붙어
빗방울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잠시 그곳에 앉아
거친 숨을 고르고 천천히 미끄러져 가고 있었다

 

나는, 순간 그의 모습에서 죄인을 읽었다*

 

오래 전 누군가의 피였다가
어느 꽃잎에 맺힌 이슬이었다가
처마 밑 둥지에 들어선 어미새의 눈물이었다가

 

태양의 손에 이끌려
하늘에 영원히 속박당하고 있는 것임을

 

뜨거워질 수 없는 몸을 가지고 있어
스스로는 발화할 수 없고
다만,
땅에 떨어지고 나서야 태양의
사형집행을 기다려야 하는 사형수

 

태초에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그 내력까지야 알 길이 없었지만
그는 수천의 길과 수천의 시간을 걸어서

 

죄를 짊어지고
다시 땅으로 내려간다

 

 

 

 

 

* 서정주 자화상에서 차용.

언덕의고양이
언덕의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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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덕의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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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덕의고양이
  • 200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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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덕의고양이
  • 2007-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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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저는 분위기 보다 빗방울의 生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것을 파고들어 헤집어 내는 발상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처음에 비가 땀 흘린다길래, 유리창이 땀 흘리는 것이 아닐까? 싶었는데 제가 잘못 짚었던 것이었네요. 늘 ㅡㅡㅡㅡㅡㅡㅡ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ㅡㅡㅡㅡㅡㅡㅡㅡ ㅡㅡㅡ ㅡㅡㅡㅡㅡㅡ ㅡㅡㅡㅡㅡㅡㅡㅡㅡ 같은 것만 보다가 괜찮은 연갈이 시를 보니 색다른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방금 말한 형식이 못하다는 것은 아니고, 개인적인 .. 제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 2007-07-22 03:59:14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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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좋은거같다. 이런 분위기가 좋아 나는

    • 2007-07-22 00:24:44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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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좋네요. 근데 출처를 밝히면 인용해 써도 되는건가요? 잘 몰라서.

    • 2007-07-21 20:05:51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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