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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귀뚜라미

  • 작성자 애화
  • 작성일 2007-12-06
  • 조회수 665

어느 날부터인가 어릿한 내 귓가에

귀뚜라미 한마리가 조급한 빚쟁이 마냥 들어앉았다.

 

재작년쯤에 방충망을 타고 지릉지릉 울어대던 한여름의 귀뚜라미.

 

아파트 6층이란 까마득한 높이, 그래서 놈은

제 날개를 허공에 달아 하얗게 새도록 부벼댔던가.

 

모래알처럼 잘게 부스러지던 날개,

이제는 떠나간 이의 눈썹처럼 여리웁고 아득한.

 

얼마나 절절하길래 이리도 사위가 고요할까

그리워 엉엉 우는 밤은 부끄러워 몸을 숨긴다.

 

수차례 눈이 얼어 쌓이고 또 흘러내려도

기적(汽笛)처럼 울어 보채는 저 귀뚜라미 소리.

애화
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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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화
  • 2007-12-06
도시의 눈

도시에 전쟁처럼 눈이 내린다.이곳은 마치 포격에 신음하는 병참(兵站) 같다.공중엔 찌그러진 달이 떠있고, 그 틈새로통조림처럼 싱싱한 달빛이 진득하게 배어나온다.서로의 어깨로 어깨를 파묻는 연인들속에선 군불을 익히고 있을 것이다.길옆에 개들이 젖은 신문지처럼 구겨져있다.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어제처럼, 바람이턱 아래 고드름을 오자(誤字)로 달아놓는다.수 만개 망명정부의 깃발이송전탑 위에 하얗게 쌓여 빼곡하다.이를테면, 옷깃 마다 가볍게 눈송이를 달고서길거리에 나부끼는 행인들은저마다의 왕국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불빛 아래로 깨진 술병 속으로몸 비빌 데를 찾아 엉겨 붙으면서도내일이면 싸르락 싸르락 흩어져버릴 왕국.오늘자 신문을 눅눅하도록 가슴에 품은 채소매 끝이 붉어지도록 눈물로, 땅 땅실탄을 박아 넣고서야, 사람들은화톳불처럼 포개져 잠의 불씨를 지핀다. 

  • 애화
  • 2007-12-06
싸리비와 싸리나무의 관계

싸리비에 먼데 파발처럼 아련히 싸리나무 비치네.  싸리비에 싸리나무 비치는 것은 물그림자와 같아서상념의 물결이 들이찰 적마다 염없이 출렁이네.  기독(基督)처럼 제 살들 사이에 대나무를 묻고선허공에 뿌리를 내리고 머리로 땅을 짚어선 싸리나무들.  싸리비에 싸리나무 비치는 것은 꽃 진 자리와 같아서한 생(生)을 더듬어 몽글몽글 여무는 거라네.  아, 그 때문인가짓친 눈을 맞으며 새로 그대가 그리워지는 것은  밤사이 외딴 마을에는 함박 눈이 쌓였네.홀로 눈발을 싸락싸락 쓸어내는 밤.

  • 애화
  • 2007-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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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뵙고싶다

    • 2007-12-07 18:48:05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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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선생님 보고 싶어지는 시

    • 2007-12-06 22:29:17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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