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祖父)를 그리다
- 작성자 김션
- 작성일 201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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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1
- 조회수 420
조용히,
굳게 닫힌 다락방 문을 연다
오랫동안 침묵해온 먼지들에
두 눈이 뜨겁다
몸을 털며 들어서니 창문으로 밀려오는 햇살에
마룻 바닥은 가쁜 숨을 쉰다
오래전
당신은 이곳에서 애타게 나를 부르시며
커다란 화폭에 붓 하나를 들고
소리없이 눈물을 떨구었다
어린 시절, 그저 두려운 마음에
목놓아 울었던 눈에 당신이 어린다
먼지 가득한 화폭 속
강물 굽이치는 산골, 넓은 농지 저편에는
가슴 깊이 간직한 집 한채가 보인다
전쟁 후 당신께서
가실 수 없었던 곳
그토록 그리워하시던 곳
지금 내 눈이 뜨거운 것은
소리없이 울고계신 당신
할아버지, 할아버지
피 울음 총성 속 그 집은 낡은 허물이 되어
당신 그리고 내 가슴 속에 스러졌다
다만,
당신의 울음처럼 내 눈이 붉어지는 것은
화폭 속, 그리고
지금은 부재하는 저 하늘의 별들과 같다
누군가를 소리없이 부르짖으며
떨리는 두 손은 차마
밤하늘의 별을 그리지 못하셨다
당신의 혈흔이 쌓인 곳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마지막 붓을 들었다
그리움이 가득한 두 눈을 부릅뜨고
떨리는 두 손으로
차마 그립다 말하지 못한
당신,
그 집과 가족들은
밤하늘의 별이 되었다
지금, 두볼을 타고 흐르는 뜨거움은
조용한 공간 속 애타는 부름에 답하는
그리운 시간
마르지 않는 눈가에
한줌의 부토로써 쌓이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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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햇살 한 줌에 기대어 수수로이 부서지는 장미꽃 한 송이 오후를 알리는 푸른 종소리, 난 당신 이마에 입맞춤을 한다 가슴 속 따스한 추억을 찾을 수 없어 헤메이던 숱한 날의 기억 누군가의 머리 속에 남는다는 것 오래오래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한 여인의 애타는 뜨거움 햇살 어지러운 눈썹 사이로 조용히 만나 어느새 우리는 우리가 있던 곳에서 너무 멀리 떨어졌다는 것을 눈물로서 알게 된다 세월이 쓰러짐은 언제쯤, 텅 비어버린 당신 공간에 평생을 약속한 장미꽃 한 송이가 시들어가고 있다. 끊임없이 울어 부서지는 어느 날, 오후 울음의 끝자락, 다음 생을 기약하며 차가워진 당신 뺨을 어루어만진다
- 김션
- 2010-07-15
햇살이 저수지를 달군다 흔들림 없던 물결 위를 항해하는 종이배 한 척 시계의 초침을 따라 조용히 흘러간다 앉을 수도 설 수도 없는 상처의 끝, 고독한 시간마다 잠들지 않는 바람에 조용히 흔들리는 자신의 모습, 온 몸이 다 젖어가면 그저 눈을 감으려 했다 숨 막히는 시간이 흘러들어 뜨거운 저수지를 만들어도 누군가를 그리워 하는 듯, 작게 피는 들꽃에 눈길을 머물며 한 자리의 그늘을 찾는다 넓은 수면 위 홀로 거닐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젖은 하늘을 올려다 본다
- 김션
- 2010-07-15
뜨거운 창가에 햇살이 따갑다 긴 여정 끝에 지친 몸을 이끈 벌 한 마리 들썩이는 교실 속 급우들의 어리석은 고함에 털썩 모든 설움을 내려놓았다 그 큰 눈이 내 눈에 어린다 오래 전 내게 뜨거운 독을 놓았던 그 두려움에 두 눈을 칠판으로 돌린다 ' 겁쟁이 ... ' 시간이 지나도 햇살은 아무 말 없이 자리를 지킨다 날으는 먼지가 나를 쿡 찌르며 또 다시 뜨거운 독을 풀었고 먼지 앉은 그의 몸을 닦아주지 못한 채 개미 한 마리가 그를 끌고 간다 그는 처음으로 내게 어머니가 보고 싶다고 했다 다시 개미 한 마리가 더러운 핏덩이를 끌고 간다 아마도 눈 없는 내 송장인가 보다
- 김션
- 2010-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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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어떤 그림을 어떻게 그리셨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