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걸린 창문
- 작성자 붙박이별
- 작성일 2011-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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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647
나무 그늘로 삐져나온
한줄기 햇빛이 가리킨 벤치
한 남자가 벤치에 앉아있다
겁에 질린 듯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그 옆에서 넋을 풀어 놓은 채
허공에 걸린 창 너머로
생각을 바라보는 여자
남자의 허둥거리는 동작에
여자의 창문이 덜컥 닫힌다
여자는 남자를 쳐다본다
남자의 창문은 열린다 해도
기억이 보이지 못한다
남자에게는 허공의 창문에
구름 두 점 흘러가는 것이 전부
노인의 흰 머리카락,
노인의 빛나는 두피
드러난 것도 아닌 남자는
아무 기억도 보지 못한다
허공에 걸린 창문에
그 무엇도 걸지 못하고
지금 지나가는 구름 두 점만
고개 갸웃거리며 볼 수 밖에 없는
구름처럼 가벼운 기억력을 가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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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붙박이별
- 2011-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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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붙박이별
- 2011-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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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붙박이별
- 2011-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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