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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은 언제 행복해지려나

  • 작성자 문학황제
  • 작성일 2014-03-13
  • 조회수 561

신발 끝에 벚꽃이 스며든다.

색 바랜 꽃잎은 이곳저곳 서성인다.

나무 끝에

꽃잎들은 바람과 사투 중이다.

비는 메마른 눈물을 쏟아낸다.

 

분홍색 딱따구리는

젖은 벚꽃 잎으로 치장한다.

이제 나무는 걱정을 덜었다.

 

때 이른 봄비로

나무들은 벚꽃을 토해낸다.

분홍빛 화장을 한 신부들은

신랑을 찾아 비바람에 실려 간다.

나머지는 낙오자들.

 

다들

개나리랑 노느라 분주하다.

하수구에 처박힌 냄새나는 것들은

지위를 박탈당했다.

 

아스팔트는 괴물 같았다.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다.

탈락한 신부들은 울면서

아스팔트에 먹혔다.

 

제일 연약한 놈들은

흙의 품으로 돌아간다.

그들은 나무처럼 토해내지도

마구 짓이겨놓지도 않는다.

그리고 모든 꽃을 아무 이유 없이 감싸준다.

평생 편안히 잠들 거라.

 

 

 

 

 

 

문학황제
문학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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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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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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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황제
  • 201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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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사고와 언어가 좀 상투적입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쓰는 아스팔스=도시문명, 흙=자연, 의 이분법. 즉 도시는 나쁜거고 흙은 좋은것이라는 것도 상징이고 오래 쓰였습니다 그것이 꼭 틀린것은 아니지만 좀 새로운 방식으로 썼으면 좋겠네요

    • 2014-03-24 01:12:26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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