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집
- 작성자 민수
- 작성일 2018-11-17
- 좋아요 0
- 댓글수 3
- 조회수 627
집과 집
집으로 죽을래,
집,
뭉툭한 약지손가락 같은 집,
애인과 묶은 손 철처럼 제련시키고서
맹세처럼 무언無言으로도 단단한 나의 집에서
하지만
나에겐 집이 없는데,
나에겐 집도 없는데,
집은 나를 떠나가야만 하네,
집으로 죽기가 제일 어렵다고
허덕이는 칠흑이
송장 같은 옷으로 일을 하러 가는 칠흑이
맹세보다 두텁게 창문을 가득 메웠네
혼인신고도 못한 애인은 창문을 보고도 아무말 않고
그냥 나와 키스를 했어
시한부로 달려 있는 꽃송이가
잔뜩 뭉쳐 다발이 된다 한들
불통이 된 전화기에서
결혼식를 흉내내는
귀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한들
우리는 아무말 않고
우리는 아득히 메워지고
집이 아닌데 집으로 가득한 우리
아파트 단지 여백을 맴도는 우리
애인은 자기가 죽을 집이 나와 닮았다는
말을 종종하고
나는 그게 섹스 같아서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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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민수님 반갑습니다, 처음 인사드리는 것 같은데요. 시 게시판은 2주일에 한 번씩 댓글을 달아드립니다. 댓글이 달리는 시기가 빠르지 않더라도 양해부탁드립니다. 시를 처음 올려주셨짐나 시를 처음 써본 것 같지는 않네요. 시를 많이 써보거나 읽어보신 분 같아요. 글틴에 용기내 시를 올려주셔서 감사하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올려주는 겁니다. 꾸준하게 계속 시를 써주신다면, 실력이 계속 늘어날 겁니다. 그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전체적으로 시가 솔직해서 좋았고요, 꾸미거나 잘 쓰려고 멋부리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문학을 대하는 태도가 바른 것 같아서, 그 점도 마음에 들었고요. 시 내용도 좋았습니다. 집을 대상으로 여기는 게 아니라 집을 나라는 존재로, 이입했거든요. 이건 시를 처음 쓰는 분이 가질 수 있는 시선은 아니라고 봅니다. 자 그럼 디테일하게 시를 살펴보겠습니다. 맹세처럼 /무언無言으로도/ 단단한/ 나의/ 집에서 ' 집을 수식하는 단어가 4개입니다. 맹세, 무언, 단단, 나의 너무 복잡하죠. 여기서 하나만 선택해서 지워주세요. 단단한 나의 집, 맹세한 나의 집, 등과 같이 힘주어야 할 부분 딱 한 군데만, 힘을 주시기 바랍니다,. 혼인신고도 못한 애인은 창문을 보고도 아무말 않고 - 혼인 신고도 못했다면, 애인보다는 신부라는 말, 남편이라는 말이 어울릴 듯 보여요, 원래 애인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이이죠. 이런 사소한 문제도 생각해보시고요. 허덕이는 칠흑이/송장 같은 옷으로 일을 하러 가는 칠흑이 //시한부로 달려 있는 꽃송이가 이 문장들은 삭제해도 무방해보입니다. 익숙한 표현들이라, 어디선 본 듯한 구절이라는 느낌을 받아요. 애인은 자기가 죽을 집이 나와 닮았다는 말을 종종하고 이 시는 이 문장이 정말 좋은데요. 이 문장이 전체적인 분위기도 살리고 있고요, 이 문장만으로 시를 끝내는 게 어떨까 싶은데요, 감히라는 말, 섹스라는 말은 없어도 될 듯 보여요 남녀가 혼인신고하지 않은 남녀가 한 집에 있거나 한 집에 있으려 하거나 그 자체만으로도 섹스라는 말은 내포되니까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위에 써 놓은 저 문장이 참 좋아서 여운이 남기때문에 저대로 마무리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계속 좋은 작품 올려주세요
* 글틴에 작정하고 평 올리는 게 처음입니다. 양해 부탁드리구 늘 선택적 수용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민수님, 시 게시판에서 처음 뵙는 것 같아요. 그런데도 시가 조밀해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많이 추상적이지 않아서 좋았어요. 각설하고, ‘집으로 죽을래’라는 첫 행이 시선을 끌었습니다. 떠나간다-송장-시한부로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도 유기적이었고요. (오타나 띄어쓰기는 자체적으로 수정해주세요!) 다만 ‘말이 없다’라는 표현이 어떤 의미를 가졌으나 말이 표면적으로 제시만 되고 있고, 그 이상의 의미를 가로지르면서 휘어잡고 있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쉬웠어요. 처음의 ‘무언’부터, 말이 없는 것에 대한 이상의 의미가 조금이라도 보여졌으면 좋았겠습니다. 섹스와 키스 같은 노골적인 행위가 조금 더 묵시록적으로, 또는 순교적으로 그려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 단어가 가지고 있는 힘은 그것만으로도 강력하지만 이 시와 분위기에서는 거룩하게, 일종의 의식처럼 느껴졌어도 좋았을 것 같아요. 꽃송이-결혼식을 이을 때 부케로 이어졌으면 조금 더 유기적이지 않았을까 하기도 했어요. 나와 애인이 집 바깥에 있는지 안쪽에 있는지가 불분명해요. 아파트단지가 나온 걸 보면 집 근처인 것 같긴 한데, 전화기를 보면 집 안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나의 집’이라는 어휘를 쓴 걸 보면 월세나 전세인 걸까요? 트리거가 한두개 정도 더 있었으면 조금 더 선명하고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더해서, 왜 ‘애인은 자기가 죽을 집이 나와 닮았다’고 생각했을까요? 집에 대해서는 꽤 자세히 나와 있는데 화자에 대한 정보는 애인이 있다, 집이 없다 정도밖에 없습니다. 교차점을 조금이라도 찾아줬으면 조금 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미적 완결성을 띄지 않은 문장들이 시 뒤쪽에 많이 배치되어 있어서 앞의 강렬한 인상에 비해 뒤가 묻히는 경향도 없지 않아요. 뚜렷하게 잡아주기만 해도 시가 전체적으로 조화로워질 것 같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악 너무 좋아요 .. 너무 제가 사랑하는 감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