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틴

열아홉     너의 하루를 되짚어 보며 나는 오늘도 너의 시간을 쓰다듬는다.   그래, 아팠구나 그래, 힘들었구나 하며.   앙상하듯 가녀린 몸 위로 짓눌렀을 중력에 잠시만, 마음 아파보자.   너를 향한 기대와 압박감이 네 살을 파고들 듯이 눌러올 때 오늘 하루 너에게는 숨구멍이 필요했을 거다.   도망치고 싶은 두려움과 다가오는 미래의 불안함과 잠시 안주했던 나태함을 하루 세 끼 밥으로 꼭꼭 씹어가며 끊임없이 삼켜냈을 너이다.   피로에 지쳐 쓰러지듯이, 잠든 너의 눈꺼풀 위로 고요한 밤이 떠오를 때   나는 너의 귓바퀴 뒤로 흑갈빛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응원과, 위로와, 또 다시 시작될 내일 하루, 살아갈 숨을 불어 넣는다.   잠든 너의 눈꺼풀 위로 고요한 밤이 떠오를 때   숨이 막히듯 고는 숨소리와 적막한 방 안에 놓인 가방, 책, 쌓여있는 인쇄물에 잠시 시선을 거두고   나는 움찔거리는 너를 위해 창문을 조금 열어두었다.

• 양또
• 2018-12-27

소나기     소곤거리듯 비가 내렸다.   가로등의 불빛이 하나, 둘 켜지고 주황색 그을음 밑의 까만 아메리카노   창밖에는 소나타 소리가 떨어지고 한밤중 탭댄스 무대가 펼쳐진다.   커피의 온기가 식어갈 때쯤 유리창에 붙은 투명한 물방울 위로 비치는 열렬한 기다림   나는 네게 우산이 없을까 봐 작은 노란색 접이 우산을 만지작거렸다.   커피의 온기가 식어갈 때쯤 유리창에 붙은 투명한 물방울 위로 비치는   주황색 그을음 밑의 까만 아메리카노   나는 너를 기다리며 밤하늘의 빗방울을 모두 세었다.  

• 양또
• 2018-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