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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성탄- 그리고

  • 작성자 민수
  • 작성일 2018-12-26
  • 조회수 660

 

온종일- 성탄- 그리고

눈이 그친다. 이런 눈은 너무 흔하다. 눈은 어떠한 의도도 가지고 있지 않다. 눈은 쉽게 굳어버리려 한다.
우리는 눈을 치운다. 높은 곳에서 떨어진 눈 딱딱하게 굳어버린 눈을 집 밖으로 나른다. 눈을 치울 때 눈이 우리를 바라본다.
우리가 삽으로 눈을 부술 때 거대한 눈덩이들이 우리를 바라본다. 예전에 자꾸 놀라던 적있었음을 눈 속에서 차를 꺼내며 생각했다.
이수명 <투숙>

 

 

한밤중이었다. 산타의 항문에서 순록들이 떨어졌습니다. 소변 컵을 챙기듯 빨간 양말을 챙기는 아이들. 눈이 초점을 잃고 내리고 눈이 조금씩 더 어긋나게 내리고 아이들은 눈을 뭉쳐 이리저리 굴린다.* 눈을 파헤쳐도 항문을 올려다 봐도 올해 역시 배설물만 잔뜩 담았구나. 산타를 따라간 아이들이 한순간 녹아내렸다 휩쓸려 지나갔습니다. 순정이 꽝꽝 얼어 깨졌습니다. 한 아이가 항문으로 올라갔습니다.  그 집 아이는 구원받았대. 우스갯소리에 가난한 부모가 어이없는 눈으로 항문을 흘겨본다. 펑펑 순록들은 여전히 떨어집니다. 주름이 뭉게뭉게 서린 항문. 항문을 닫힐 틈을 모른다. 오늘날은 더럽게 열렸습니다. 지난날은 천박하게 열렸습니다. 아무도 순록을 줍지 못했다니까요. 목사가 그때 커다란 순록을 들고 입장한다. 부모들이 엎드려서 십일조처럼 긴다. 아멘아멘 신앙심이 깃든 체조. 교회 앞에 발가벗은 부모들이 변기에 처박히듯 목사의 남근을 숭배합니다.

 

 

첫째 아이는 꽤나 모범적입니다.

둘째 아이는 깜깜한 밤에 두리번거립니다.

셋째 아이는 그냥 순록을 좋아해요.

넷째 아이는 뚝 그쳤습니다.

 

 

그렇지만 한 순간에 휩쓸렸다. 제설통에 담긴 아이가 집에 돌아올 생각이 영영 없다고 합니다. 산타의 항문이 벌렁벌렁거린다. 저긴 들어가는 구멍이 아닌데 한밤중 동네가 허공으로 솟아오르고 있었습니다.

 

*이수명 <투숙> 차용

민수
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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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미

    안녕하세요 민수님, 시를 읽고 지난 번에도 놀랐었는데 이번에도 놀라고 갑니다. 시 좋아요. 무엇보다 노력해준 흔적이 보여서 더 좋고요, 첫 구절부터 좋았는데 산타의 항문에서 순록들이 떨어진다는 표현이요. 그리고 목사, 십일조 구원 등의 표현들이 유기적으로, 성탄과 연결되어서 좋았습니다. 일단 민수님의 시는 몇 편 더 읽어보고 싶네요 한 가지만 말씀드리자면 마지막 연에 산타의 항문이 벌렁거린다, 거긴 들어가는 구멍이 아닌데 에서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굴뚝 같은 이미지도 나고, 들어서면 안 되는 미지의 문 같기도 하고 여러가지 의미가 읽혀서 좋았습니다. 다만, 왜? 항문과 배설로 성탄을 해석했는지, 단지 종교적인 이유인지, 성탄절을 빌미로 아이들을 조율하는 어른들의 태도에 대한 건지 그 부분이 조금 더 잘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민수님, 꾸준히 좋은 작품 올려주세요

    • 2018-12-29 15:19:24
    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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