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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발표] 잠 못 이루는 밤 커서는 깜빡이고 (수정)

  • 작성자 사즈
  • 작성일 2020-10-23
  • 조회수 443

몇 문장 쓰고 구석에 박아둔 문서들이 쌓이고 쌓여

기도에 달라붙어 숨 못 쉬게 만들었고

 

이제는 문서 하나를 찾으려 두세 번씩 스크롤을 내려야 한다니

불만스레 중얼거리는 사이에도

문서에 내려앉은 소복한 먼지는 엄청난 중압감을 안겨준다.

 

내 또래 친구들이 쓴 완벽한 글들은

씁쓸하고 파괴적인 열등감을 자아냈다.

내가 너무 한심해 한숨도 쉬다

 

뭔가를 쓰고는 싶어 키보드를 두드리고

끝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머리를 싸매고 앓는다.

 

매번 백일장에 글을 써내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아, 하나 있다 선생님의 위로.

'다음에는 잘 할거야 지호 글이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네'

그 위로는 진심에서 우러난 건지

그저 침울해 있는 제자의 기운을 북돋아 주려는

선생님의 착한 마음씨에서 비롯된건지

알 수가 없어 더욱 침울해지고

 

못해도 좋아하는 것을 하라는데 내 글에 대한 자신이 없어요.

고등학생이 되면 글 쓸 시간이 줄어들 텐데 시간 많은 지금 

많이. 써. 놔야지.

 

글 나부랭이 쓴다고 붙잡고 있는 전자기기가

빙하 녹이는 데 일조만 하고 있는건 아닌지 걱정이야.

 

그저 공부 하기 싫단 이유로 글쓰기를 도피처로 삼아온 거니?

글을 그렇게 우습게 알면 안 되지.

 

갑자기 단어들이 생각나지 않아요 문장들이 사라져가요.

문장과 문장은 원수지간처럼 서로를 쏘아보기만 하네요

너네를 어떻게 하면 화해시킬 수 있겠니 푹 내쉬는 한숨

 

 

 

복잡하고 미묘한 것들을 칼로 석둑석둑 잘랐고

그 미묘한 것들의 단면이 서로 맞닿이고 얽혀서

지금 나의 가치관을 만들어 냈다.

 

그런 가치관이 잘못된 거면 어쩌지? 내 가치관을 담아 만든 글들은 폐기처분 해야 하나요

종량제 봉투에 넣고 꽉 묶어 버리는건가 근데 나 쓰레기 버릴 줄 모르는데.

 

하고 싶은 얘기는 많고 쓰고 싶은 얘기도 많은데

너무 부족해서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는

나의 부족한 능력은 그걸 좌절시키고

심지어 지금은 내가 뭘 쓰고 싶은지도 모르겠네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위로한답시고

사람들의 환부에 소금이나 뿌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는지

꼴사납게 나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노력만 하면 못 하는 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얼마나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모르니 

다 때려치우고 엎어버리고 싶었고

 

잠 못 이루는 밤 머리는 복잡하고 

쓰고는 싶은데 쓸 수가 없어서

하소연하는 시 같지도 않은 시나 쓰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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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즈
  • 2023-06-16
시간의 무덤

그런 때가 있(었)다흰 줄이 있는 자두맛 사탕을 녹여먹듯너의 이름을 소르륵 녹여먹다혀가 베어 쓰려올 때가야자 시간,너와 오래 있다 보면마음 한 구석이 시큰하니 아려올 때가잠은 죽음의 예행연습이라는데잠이 부족하다며 쉬는 시간마다 책상에 엎드리는 너를 보면심장이 뻐근하니저려올 때가이것이 과거시제임과 동시에 현재시제인 이유는여전히 일학년 모 교실을 가면서글픔을 쓴 약처럼 억지로 삼키던그때의 너와도리없이 그런 너를 바라만 보아야 했던그때의 내가다만 폭풍처럼 고요히+) 앞서 올라간 '솜털을 쥐는 마음'의 또 다른 버전입니다. '솜털을 쥐는 마음'은 선생님께서, '시간의 무덤'은 이 시의 모델이 되어준 친구가 마음에 든다고 해서 의견이 갈리길래 고민하다 둘 다 올려보았습니다.

  • 사즈
  • 2023-06-16
솜털을 쥐는 마음

흰 줄이 있는 자두맛 사탕을 녹여먹듯너의 이름을 소르륵 녹여먹다혀가 베어 쓰려올 때가 있었다야자 시간, 너와 오래 있다보면 마음 한 구석이 시큰하니 아려올 때가 있었다잠은 죽음의 예행연습이라는데잠이 부족해 쉬는시간마다 책상에 엎드리는 너를 보면유독 심장이 뻐근하니저려올 때가 있었다-그런, 때가 있었다 아니, 있다 아마도, 지금도+) 박준 시인님의 시집 '우리가 장마를 함께 볼 수도 있겠습니다' 중 '능곡빌라'를 읽고 쓴 독후시이며, 첫 문단의 자두맛 사탕 비유는 손원평 작가님의 '아몬드' 중 41p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 사즈
  • 2023-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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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민경

    수정시를 올려주셨군요. 잘하셨습니다. 전에 말씀드린 부분들에 대해선 잘 고쳐주셨습니다. 그러나 아직 추상어나 한자어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그런 단어들을 빼거나 고쳐보세요. 그 외엔, 이전 시도 그렇고, 이 시도 혼잣말 하는 듯을 하는 듯한,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지 못한 문장들이 좀 있어요. 예를 들어 ‘사람들의 환부에 소금이나 뿌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는지/꼴사납게 나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같은 문장들입니다. 이전 시에선 ‘그런 걸까’라고 자신 없이 말하고 있고요. 조금 더 확실하고 자신 있게 말씀해주셔도 좋겠습니다. 그럼 다시 만날게요.

    • 2020-10-30 02:02:56
    권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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