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의 끝
- 작성자 하지헌
- 작성일 2021-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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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1
- 조회수 80
9월의 끝
교사 뒤편에
늦게 핀 장미가
시들어가고 있다.
때늦게 핀 장미
때늦게 죽은 것들은 모두 찬사를 받았는데
때늦게 살아남은
때가 늦도록 죽지 못한 것들은 어떡하지.
타오르듯 피어난다.
때는
구월의 끝자락
이른 국화와
장미가 피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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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살고 싶어 네 아래에 네가 사는 곳에 내가 죽고 싶어 네 터가 되고 싶어 나는 연약하여 함께 살 수 없으니 그렇게라도 함께하자
- 하지헌
- 2022-07-16
결국 날 사랑해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는 걸 이제야 알았지 너무 늦었지 이제까지의 즐거움은 막차를 타고 불행함만을 내려놓고 떠나버리고 나는 승강장에 나란히 앉아 외로움을 곱씹으며 곱씹으며 우울을 장식처럼 여기고 세상은 어쩐지 나를 미워만 하는 것 같고 나는 머무르기만 하고 여긴 너무 외로워 말은 소리 대신 하얗게 타올라 입에서부터 온기를 타고 재처럼 피어나는 / 꺼져가는 숨으로 대답하기를. 안녕이라고.
- 하지헌
- 2021-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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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헌
- 2021-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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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하지헌 학생, 안녕하세요. 읽으면서 고영민 시인의 「국립중앙도서관」이라는 시가 떠올랐습니다. 독자가 시를 읽으며 텍스트 내에서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빈 공간을 많이 만드는 것도 좋은 시를 쓰는 한 방법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