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소와 조소
- 작성자 눈금실린더
- 작성일 2023-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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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2
- 조회수 334
흙을 뭉친다 손가락 사이로 형태 없이 빠져나가는 고체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어 네가 원하는 것이면 뭐든 괜찮다고 말하지만 나는 잘 모르겠어 만들고 나면 작품에서 악취가 나고
개미 구더기 애벌레 거미 지네 곱등이 바퀴벌레 온갖 흙 속에 사는 벌레들이 뛰쳐나올 것만 같아 그런걸
누가 좋아하겠어 옆에서는 사람들이 나비를 구경한다 사실 나는, 나비도 개미도 전부 좋아하지만
이런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할 때,
*
전에 네 작품이 웃는 얼굴을 한 흉상이라고 한 걸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웃는 게
어떤 웃음이었지
입꼬리를 내렸다 전부 비웃어 버리고 싶었어 미안해 이런 감정은 나쁜 거지 그렇지만 한 번만 웃어줄래 용서해줘, 이기적인 부탁을 한다 눈물을 흘린다고 생각했는데 비식비식
입을 가리면서 웃고 있었다 바보 같아
정말
바보 같아, 흙 속에
파묻힐 것만 같았다 귓구멍으로 들어온 구더기가 알을 까는 상상
작고 작은 곤충들의 보금자리
나 또한 흙 한 줌
*
흙을
흙을
뭉갠다 손 가락 사 이로 흔적 없이
빠져나가는
*
무엇이 되지 않았고 원하지도 않았다
전부 다 틀렸고
이젠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아
*
웃는 나비를 조각했던 그때 우리는 얼굴을 마주 보고 있었다 올라간 입
우는 거미도 좋아, 입 올리며
*
바보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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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원한 당신단 하나의 오롯함당신의 결핍나의 혈액과다 복용어지러움착각진실마지막갈구오히려오해망상다정사랑안정감지속,
- 눈금실린더
- 2024-09-14
그러니까 무너지는 밤은 이곳에서부터시작된다는 것입니다그대제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을부디 용서하십시오환상 속에서 우리는 항상 볼을 맞대고눈물 흘리는데이런 거짓이 실례가 됩니까다만 얼마나수많은 밤들을 뜬 눈으로 지새웠는지쉬이 잠에 들지 않는 당신의숨결을 차치하더라도우리가 어찌하나의 꿈속에서 살 수는 없나요그것마저 거짓임을압니다
- 눈금실린더
- 2024-08-29
우리의 거짓을 태우면 남는 것은 허물밖에 없어무너져 있었지만신경쓰지 않았어상관 없다고 생각해서열차가 승강장을 지나서 정차한다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도망칠 때마다 흔들리곤 하던동공의움직임말라붙은 아가미로 호흡한다이미 버린 게 너무 많아서 테이블 위의 패를 다시 들여다 볼 수 없는데...손아귀를 벗어난 그릇이 산산조각난다창문은 없다아무것도,*너의 얼굴이 일그러질 때내가 냈던 카드는 구겨진하트 에이스그리고 기나긴 적막
- 눈금실린더
- 202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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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눈금실린더님. 시 잘 읽었어요. 조소라는 구체적 정황을 중심으로 화자의 캐릭터를 만들어나가고자 한 시도가 좋습니다. 매력적인 정황입니다. 다만, 화자는 왜 흙을 뭉치다말고 “너”를 생각하는 것인지, 그렇게 만든 작품에서는 왜 악취가 나는 것인지, 왜 하필이면 벌레를 상상하는 것인지 등 질문이 많이 생깁니다. 그렇다고 진술서 쓰듯이 기계적으로 이러한 질문들에 대답하려는 태도로 퇴고하실 필요는 없어요. 이런 질문들을 어떤 식으로든 읽는 사람이 할 필요가 없게 하면 됩니다. 고민해보세요.
글틴에 올리는 첫 글입니다! 많이 미숙한 글이지만 잘 부탁드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