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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의 일

  • 작성자 모모코
  • 작성일 2023-08-08
  • 조회수 510

 계속해서 당길게도무지 풀리지 않도록.


 불꽃이 밤하늘을 걷는다 여름 축제의 막이 걷힌다저기 멀리에서 안개가 불어오는데네가 묻는다이건 어디서 오는 거야네가 묻는다그러나 중요하지 않은  너와 밤을 걷기로 했다는 드리워진 것들을 거두어 내기로  그런 사소한 것들만이 가벼워져 떠오르고비로소 네가 폭죽처럼 떠오른다잡아야  것이 손에 잡힌다우리가 굵어가는  서로에게 기대어 가기 때문이라고그건


 네가 모르는 

 너는   없는 매듭의 


 이를테면 자두가 열리려면 나무가 필요해비록 멍들은 것이더라도자국이  나무의 밑동갈라져가는 우듬지 손목에는 얼마만큼의 초침이 새겨져 있는지  알지슬픔처럼  안개뿌리가 되기엔  마음이 너무 크고 쪼아먹는 새가 되기엔  마음이 확실해서 기둥이 되어줄게내가 뱉는 행간과 행간 사이에서 네가  있길 바랄게거기에는 내가 엮어둔마음을 매달아둘게망막 위로 번지는 물기를 불꽃으로 닦아줄게그렇게


 그런 것들은 말하지 않으려 한다 축제의 밤에


 이어지는 행렬과

 교차 

 교차

 교차


 엮고 엮어서


 어디까지   있지


 우리의 실은 낡지 않는다 우리의 밤은 밝지 않는다

 그래도 괜찮아 끝나지 않는 음악의 행렬 불빛의 언덕 멀리서 누군가 던진 불꽃이 활주한다우리는 우리만의 빛을 손바닥 위에 올린다 밝은 팔찌에 울리는 맑은 네게 물을 줄게 네게 안개를 줄게 다시 네게 물기를 닦아줄게 네게 어린 안개를 거두어 줄게 매듭은 풀리거나 단단하거나   하나


 우리의 여름을 뭉치면 멍이  자두가 남을 것이다새빨갛진 않고 푸르지도 않은 짙은 얼굴로 앉아 있을 거야기대어매듭을 만들자.


 도무지 풀리지 않도록

 네가 맺는 모든 것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축제의 밤에는 매미 소리와 불꽃 소리와 나뭇잎이 속삭이는 소리가 얽히고 손아귀에는 묽은 안개가 흘러내린다이제  걷힐 거야우린  걸을 거야그렇게 팽팽해진 하늘처럼 자란다단단해진다 우리는어떤 바람에도 풀리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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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가로지르는 것이 있어

밤은 구부러지는 터널처럼 끝자락이 보이지 않는 폭설의 연속 검은 눈발이 세상을 두드리듯 떨어졌고 나는 기다란 열차 속에 있었다 늙은 열차는 어둠의 가장자리를 걷지 않았다 두터운 산의 가슴팍을 곧장 온몸으로 밀고 나갈 뿐 우리보다 일찍 출발한 열차는 눈에 발이 묶였고 늦게 개통한 기종들 몇몇도 미끄러졌다 했지 멋대로 늦춰지고 당겨지는 운행에 대한 방송 깊게 파인 열차의 좌석에 앉아서 듣다가 무릎 위의 채송화 화분을 꼭 쥐었다 장미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본다면 이름을 알 수 있는 붉은 꽃 그리고 옅게 금이 간 화분이었다 차창 너머 몸집을 부풀리는 추위의 얼굴은 내가 아는 모습이기도 때때로 처음 보는 모습이기도 했다 열차를 흔드는 비명 같은 바람 소리가 어디에서 들어본 것만 같기도 했는데 죄다 내 옷깃에 스몄다 그러니까 내게 채송화의 이름을 알려준 사람이나 화분을 선물해 준 사람이 나의 바깥으로 걸어 갔을 때 언젠가의 내가 엎드려 흘려둔 숨소리 마치 눈물 방울처럼 창백하게 적셔왔다 몸을 떨게 하는 추위처럼 나에게 달라붙어서 내 몸은 조금씩 무거워졌고 나는 웅크리거나 고개를 떨구어야만 했다 하지만 겹쳐 입은 옷과 딱딱하게 만져지는 빗장뼈 그곳을 통과할 수 있는 건 차갑게 흘러드는 밤의 소리가 아니었다 나를 가로지르는 것이 있어 결코 떨어뜨리고 싶지 않은 손 안의 화분처럼 내가 쥐고 있는 믿음 빨갛고 환한 채송화의 잎새처럼 웃으며 말해준 그 사람의 말 나의 가슴팍에도 뿌리를 내려 아주 깊숙한 곳까지 가로질렀다 겨울밤 폭설이 벌어진 상처처럼 멎지 앉아도 언젠가 가닿을 종점을 기다릴 수 있는 믿음이었지 내가 몸을 맡긴 기차는 온몸으로 겨울밤을 밀고 지나갔다 그때 나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끝자락과 멀미처럼 새카맣게 일렁이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 수 있었다 종점에 닿으면 화훼 시장에 가야지 분갈이를 하자 겨우내 굵직해진 뿌리를 이사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화분에게 속삭이면서 발아래로 어둠을 떨어뜨리고 나의 심장 박동처럼 가슴께를 가로지르는 작은 경적 소리를 들었다

  • 모모코
  • 202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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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모코
  • 20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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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모코
  • 2024-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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