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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연의 유리구슬

  • 작성자 화자
  • 작성일 2023-09-03
  • 조회수 409

당신 새삼 내어주신 유리구슬
그 영롱한 깨짐의 파편이
수시로 날설 것을 알기에
혹여 바닥에 흩부수어질라
둥그스름하고 매끌한 것만을
계속이 어루어만지르고
은은히 돌던 빛조각은 손가락새로 사그라들며
마디는 찬 기운만 머금는다


지문만이 묻어 붙어
덕지덕지
어느새 무디게 된


그것을

여전히 둥그스름하다 매만지는 나


까끌히 구가 삵아 유리가 녹아 내릴 때까지
유려히 손가락에 익은 빛가리기
깨짐과 다름없는, 영롱않는 유리구슬
그냥 구슬
찬기운 무른지 오래
파편이라도 되어 주워 붙일 생각은 않고
연연을 못하며
내 관절만 나가라는듯

울퉁불퉁 유리구슬 주무르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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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독의 사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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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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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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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자
  • 20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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