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이 있는 세계
- 작성자 율하
- 작성일 2023-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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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2
- 조회수 565
뜻깊게 봤던 글이 너무나 좋아서 눈에 오래 담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문체로 글을 써내렸다.
자세히 보아야
욕조에서는 무럭무럭 김이
별이 총총해질 때까지
앗,
닮았다.
지우개를 종이에 힘껏 비빈다.
좋아하는 거장이 되기 위하여,
그렇지만 그를 닮지 않기 위하여.
*풀꽃-나태주, 눈사람 자살 사건-최승호, 무릎 꿇다-김사인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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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도서관 구석에 박혀져 있던 시집을 꺼내 이해할 수 없는 페이지를 매만지는 버릇이 생겼다 이해할 수 없는 시인데도 가장 좋아하는 시가 된다 종이를 천천히 문지르며 종이가 꼬집힌 흔적을 찾는다 흔적과 지문이 마주치는 부분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묻어 있다 검지의 감각만으로 얕은 골짜기를 더듬다 보면 흔적이 감정을 알려준다『분노하는 손톱자국 복합적인 구겨짐… (중략) 』 그 훼손이 나의 나침반이고 시를 읽는 이유가 되어서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그 시를 마음의 정중앙으로 도착시켜 버린다 당신의 이름도, 성별도, 얼굴도, 나이도 모르지만 내 심장에는 이제 당신이 있다 인적사항이 불분명한 당신에 대해서바보같은 나는 사로잡힌다.
- 율하
- 2024-05-13
찬 바닥 위에서 둥근 손톱을 바라본다.보름달처럼 차오른 손톱이 희다.굼뜬 몸을 오랜만에 일으켜서둥근 보름달을 초승달 모양으로 잘라낸다.이 달이 다시 차올라 보름달이 될때까지무엇을 할지 골똘히 생각하면반복하여 달을 끝없이 바라보고 나보다 바삐 움직이는 쥐를 바라볼 것이다.그 선회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까.초승달을 잘근 깨물어본다.무미건조한 감촉이 혀 끝에 닿는다.그래서 어떠한 약보다 쓰게 느껴졌다.먹던 초승달을 뱉고나머지 초승달은 주변에 흩뿌린다.쥐가 나 대신 내가 되리라 소원하며다시 굼뜬 몸을 바닥에 눕힌다.
- 율하
- 2023-09-30
의미없는 음보의미없는 색감의미없는 문장자칭 문학소녀는 종이 위에 거짓 눈물을 흘리고고급스러운 아가씨는 물감 범벅을 몇십억에 구입하고나는 또 거기에 속고구경꾼들의 외침*박수갈채* *환호성*
- 율하
- 2023-09-17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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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잘 읽었어요!! 문장을 직접적으로 인용하고 닮았다고 깨닫는 부분이 인상적이예요 하나 궁금한 점이 있는데 마지막 두 문장은 어떤 의미인가요?
@예리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 시는 자신이 존경하는 시인처럼 되고 싶어도 그것을 결코 닮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담고 있습니다. 시를 비롯한 모든 예술 작품에서의 모방은 금기이니 말이에요. 그렇지만 자신이 정말 사랑하는 예술가, 즉 거장이 되고 싶다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죠. 그렇기에 화자는 좋아하는 거장처럼 되기 위하여 거장의 모습을 모방하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그처럼 되고는 싶지만 그와 닮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역설적이고도 재미있다고 느껴졌기에 만든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