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저주
- 작성자 김백석
- 작성일 2023-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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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346
지식의 저주
모래사장에 발을 담그면 지구의 심장에서 오는 열기까지 느낄 수 있었어. 사파이어빛 파도에 발을 담그면 수십억년 순환해 온 물의 기억을 흝을 수 있었어. 나는 그래서 바다기가좋았어. 박물관에 가지 않아도 큐레이터를 졸졸 뒤따르지 않아도 나는 모든것을 알 수 있었어.
그런데 아는 것은 사는 것이 아니더라. 검정색 아스팔트위로 자동차가 달리면, 헤드라이트와 고라니가 눈을 마주치면 사는 것은 아는것이 되어버려.
기억은 천천히 자신의 댐을 방류 하고 그 와류 속에서 앎이라는 것은 천천히 부정당해.
삶은 처음부터 말라버린 공터가 아닐까
나는 누군가 이곳에 있었디는 저수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봐바 저수지에 고라니의 시체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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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을 사랑했다 무취를 사랑했다 무위를 사랑했다 그냥 털달린걸 사랑했어
- 김백석
- 2024-09-29
스윗밤사랑은 없다고 가늠했다 총열이 휘어 있는비비탄 권총으로 조준하며 어릴때 비비탄에 맞으면 진짜 총이라도 맞은 것처럼 구슬프게 울었지 나는 권총으로 나를 쏘았다 다 컸으니 안 아프겠지 하고옛날처럼아팠다 붉게 부어오르고 따끔 하며나는 혼자 웃었다 목젖도 보일 정도로 퍽 크게 웃었다 아픔은 가셨다 확실한 어릴때 보다 금방 떠났다 나는 떠나가는 너를 봤다아픔을 뒤집어 쓰고 붉음을 뒤집어쓰고, 어린 한때를 뒤집어 쓴 너를,그리고 겨냥했다 가늠쇠로 너를 가늠했다가늠쇠는 휘었고 비비탄 알이 쏟아지듯 뿜어진다 토하듯, 거의 울부지듯, 뜨거운 비명을 지르며, 광기의 땀을 흘리듯이. 그때에 12도 쯤 휘어져 있던 가늠쇠에서,아픔이 나와, 아픔을 맞추고, 아픔이 아픔을 하며, 아파서 울음을 짓는 아픔은 하품을 하고나는 왜인지, 나도 모르는, 존재하지 않는, 가늠쇠의 그 속에서, 희미하게 비치던 그 사람을, 그 사랑의 뒷통수를, 마침내야 보고야 말았다.
- 김백석
- 2024-09-08
칼에 찔리면 피가 난다 추억에 찔렸다 무엇이 흐르고 무엇을 적시나 딱딱하고 까슬거리는 목석 같은 여자를 생각 했을 뿐이 었는데 오래전 인화 된 사진을 꺼낸다파랑이며 빨강이며 노랑이며 하던 것들은 대기 중으로 빨려 가고 검정이며 흰색이며 회색이며 하는 것들만 겨우 미련으로 붙잡고 있는 것 사진에서는 왁스 냄새가 난다 에탄올 냄새도 난다 곰팡이 냄새도 났고 너희도 미련이 남았구나 문뜩 말하는 법이 궁금해서 아무도 모르게 부르짖었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지 누군가를 부르는 것도 잊는 방법이라고 말해주길 엄지와 검지가 부싯돌처럼 맞부딪히고바스락 바스락 사진이 조금씩 타들어간다 사진은 언제가 다 타겠지 그러면 그러면 그 재를 딱 한 움큼만 쥐자 그리고 오래된 길을 조금만 걸어서 아무도 없는 폐가에 들어가자 그리고 몽땅 적셔버리자 이름없는 집이 젖은 집이 될때까지 구석 구석 적시자 그리고 갔던 모든길을 되돌아가서 좁은 침대에서 기억나지 않는 낡은 꿈을 꾸는 거야 먼지에 콜록 기침을 하며 스르륵 단숨에 감기는 나의 눈
- 김백석
- 2024-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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