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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속 수영선수가 되려합니다.

  • 작성자 화자
  • 작성일 2023-10-14
  • 조회수 454

어느덧 시곗바늘은 12에 들어선다

12에 들면 모든 생각과 공간과 시간은 0이 된다

모든 것이 매마르고 횡량한 바람만 너 없이 나를 가른다

0이 지나면 다시, 어둠이 뒤덮일 12를 기다린다

사람은 시간에 산다

그래서

나는 기다린다

기다렸다

기다리는 중이다

기다림, 도무지 무언지 모르겠을 기다림 


어저께는 시곗바늘이 한강근교에 불안하게 매달려있었다

굵은 것으로 보아 시침이었다. 12에 가까이 닿아 있었다.

시침은 갑자기

뚝 하고 6으로 떨어졌다

강가에는 물결조차 일지 않았다

물살이 조신히 흘렀다 


근데 그 시곗바늘은 왜 시침이어야 하는거야?

동생이 물었다.

나는 말했다

그 바늘은 시침이고 싶었대

느리고 천천히, 모든 침들의 동력을 흡수해서 

우직하고 올곧고 뻗뻗하게 나아가고 싶었대

그래서 시침이었어

그러나 근교 위 그건 정말로 시침 그랬었나 


그건 근교에서 떨어지며

시침에서 분침으로

분침에서 초침으로 

막에 이르러서는 탈모로 실없게 난 머리카락 한올 처럼 6속에서 헤엄을 했다. 


시계의 바늘이 어느덧 12를 가르킨다. 시침은 12에 놓였다. 분침도 12에 놓였다. 

금방이라도 나풀거릴 듯, 꼬구라질 듯 아슬아슬하게 숫자 사이를 기어오르는 초침만이 11과 12사이에서 몸을 일으킨다.

6으로 떨어지기 위해 다이빙을 준비 중이구나.


나는 시계의 건전지를 모두 빼버렸다

조금만 더 두었으면 그건 당장이라도 6속으로 뛰어들것 것 같았으므로

시계침이 12와 11 사이에서 온데간데 못하고 몸을 부르르떨어댄다

시계침, 멈춰있으리라 확신할 수 없다

12로 향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할 수 없다

만에 하나 분침이 12에 도달하고

분침의 도달로 인하여 시침은 완전한 12가 되었을 때

시침이 떨어지면 그건

어제의 6일까, 내일의 6일까

다름없는건 그게 지금의 6은 아니라는거

그렇게 걱정많은 난 오늘도

팔을 휘젓고, 발버둥을 친다

헤엄을 준비하는 선수 중의 선수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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