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여행
- 작성자 화자
- 작성일 202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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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456
그냥 살고싶었을 뿐이라고
대단한 것도 아니고
특별한 것도 아니고
그냥 죽고싶지만은 않았을 뿐이라고
그저 나를 살게 내버려둬, 외쳤다
끝트머리 절벽만 아니라면 아무래도 좋으니
목을 붙잡은 손아귀에 힘만 들어가지 않게 해달라준다면야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다며
그냥 이유없이 살고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꼬르륵 꼬르륵
심해깊은 바닷 속으로 가라앉으며
가르지 못한 호흡으로
아무 듣는 이 없이 속삭였다
그냥 살고싶었을 뿐이라고, 한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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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있는 책들소리없이 종이 먹고나 역시 소싯적우물우물종이 씹곤했지그때는 정말 우물우물했어근데 요즘 책들은왜 보이지가 않어?피곤에 찌든 일상서우물우물종이 위를 걷는다 그러다가 길가에 매가리없이 드러누운 책 보고아, 이제는 너도 쓰러져가는구나나 역시 후끈후끈 아스팔트 도로 위에 태평하게 드러누워 익사해가고우물우물 생각한다그래도 다시 살아야지뜨거운 열기에 몸을 일으키고죽어있는 책들찌익찌익종이 찢기는 소리에다시 살아난다세포와 세포가 서로 붙잡던 손을 끊어내던 강력한 결속의 의지찟겨진 종이를 힘껏 천장으로 뿌리고 하늘에서 살금살금 내려오는 눈어깨 위로 살포시 닿더니내 몸을 짓눌러서 땅에 박히고나는 소리없이 도로 위쌓인 눈 듬뿍 퍼서입안 가득 채운다이빨이 시리다눈을 토해내다이제는 우물우물도 힘들어눈은 다시도로에서 녹고도로는 눈을 먹는다자글자글 주름도 소리없이 얼굴을 먹는다책은 소리를 먹는다눈물은 결국 소리를 잃는다
- 화자
- 2024-06-19
해가 지는 긴 하루너를 만났다 얼마만이더라너는 뱃 속 탯줄 물고 있었고나는 그 옆서 꿈틀꿈틀있던 것 같은데부극부극 후덥지근한 땀내인지 핏내인지 그리운 심장박동이 우리를 감싸고.너랑 나 안고있었어그 곳에서는서로서로 달아올라심장심장 맞대고숨 내뱉으면 그 숨 내게 오고숨 머금으면 그 숨 네게 가고근데 지금은 어떻지이제 그 심장박동 소리 밖으로 뚝떨어져버려서더 이상 붙어있을 수가 없잖아나와서는 울기만 했대너랑 그렇게 붙어보질 못했어탁 트인 숨이 요즘은폐를 조여서 오히려 꺽꺽 헐떡거리면서 살아그러니안아보자 어디 한번오랜만에 만났으니
- 화자
- 2024-06-18
시는 노래한다 어둠 속에서도나는 노래를 듣는다 어둠 속에서도근데 내 노래는 어디에 있을까장렬하고 가슴시린 슈베르트꼬깃꼬깃 기어가는바흐청명하게 귓 밥 훑는모짜르트여유 속 당따당 뇌를 울리는김죽파들으면서내 노래는 어디에 있을까순간 음악은 어둠 속 죽어서 묻혀버리고오직 고요나도 어둠에 묻힌다 꽉막혀서 시릴 정도의 어둠끝났다 노래는끝났다 나는이제는 모든 게 끝났다 부고를 들었고 나는 그렇게 들었다굳게 얼어붙어버린 나의 시신을그렇게 들어올렸다끌어올려서 살아보려고 발버둥친다전완근 힘줄이 터지고얼음에 금이 간다깨부수어져서 찬란하고 따가운 유리조각으로 나를 찌른다유리파편 휘날려서 어둠을 청명하게 덮는다노래는여기 어둠에 있다
- 화자
- 2024-06-17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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