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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마선과 가시광선 사이 그 어딘가

  • 작성자 유로치카
  • 작성일 2023-11-06
  • 조회수 547

 III와 EIE의 연애는 2219일째 그녀는 그를 쓰다듬는다 그는 그저 웃음으로 답한다 그녀는 손을 멈추고 대신 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안타깝게도 이제는 둘이 함께 같이 있는 기억은 떠올릴 수 없다 폭포가 흐르는 계곡을 함께 갔었더라도 결국 그릴 수 있는 장면은 네가 혼자 남는 것


 욱신거린다 습관적으로 꾀병이라고 중얼거렸다


 심장이 아픈 것을 사랑이라고 가르쳐 주었던 너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나의 얼굴 가죽 몇 장 그러나 곧 다시 불타 없어질 이기적인 것들 가슴이 아리고 슬퍼도 숨길 수 없다는 것은 내가 들은 말 중 정말 이상한 말이었으나 부정하지 않았다


 사랑의 말이란 무엇일까


 남에게 나를 온전히 드러내지 않고도 그것을 진실되게 전할 수 있다면 그제야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공학과 오래된 문학에는 어떤 관계가 있었기에 나는 이토록 아파하고 슬퍼하면서도 사랑하는 걸까


 머릿속에서 울리는건 미츠키의 My Love Mine All mine 그러나 내가 듣고 있는 건 빗소리와 심신에 안정을 준다는 천둥소리


안개 낀 통나무 집 앞으로 들어오는 햇빛과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더미 그리고 멀리서 뛰어가는 작은 말들 어쩌면 개들


 머리가 아파서 잠시 생각을 접어두기로 했다 어쩌면 영원히 눈을 뜨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건 그다음이었던 것 같다


처음으로 아프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제 몸이 아닌

유로치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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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로치카
  • 2024-06-14
네가 가장 사랑하는 꽃과 낚싯대를 들고 나는

창가에 둔 식물의 이파리가 흐물거린다 마치 미련이라도 남은 듯 꿈틀거린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어째서? 그러니까 그쪽은 멍청하고 착해서 죽을 거라고요. 그러니까 어째서요. 가족들한테는 어떻게 말하죠? 가족이 있습니까? 아니요 내 가족은 하나죠 내 말은 말 귀 못 알아듣는 내 개들에게는 어떻게 말하냐 이거예요 명확하지 않은 인물들의 지칭 언급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것은 바로 오늘도 일어나고 있는 고요한 설원의 일 누군가는 창조할 수 있는 심장을 누군가는 지구 끝에서 이루어지지 않을 사랑을 그리며 떨어지는 얼음 유성을 바라보았지 네 심장을 뜯고 파해쳐 손에 쥔다음 차가운 입술을 뜯은 다음 이마를 맞대고 한참을 가만히 있어 잘 들어 나 이제부터 암에 걸릴 거야 뼈암에 걸려서 고통스럽게 죽을테니까 네가 먼저 죽어서 나를 잊어버려 눈물방울 뚝 뚝 뚝. 찰칵. 위대한 역사의 한 장면, 전쟁으로 인한 이별을 앞두고 마주 보는 연인. 문득 지난달 나눈 이야기가 떠올라서 괴로워졌다 네가 남겨준 옷을 등 위에 덮고선 양 귀를 막고 고개를 숙인다 참지 못하고 달려간다 노동자들도 쁘띠 부르주아도 존재하지 않는 폭설의 타이가 숲으로 제 옷보다 몇 치수나 큰 군복 코트 입은 체 일어나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주저앉아서는 남겨진 핏자국을 초점 없이 바라본다 해는 이미 졌으며 다시 한번 겨울의 폭풍이 몰려오고 있으므로*안드레이 플라토노프, 체벤구르에서 영감을 받았음.

  • 유로치카
  • 2023-12-28
무화과 나무에서는 꽃이 피지 않는다

낙후된 추락의 에덴동산 나무가 만들어낸 빈민촌 여름이면 산벌레가 기어들어오는 곳 밤이면 남들은 못 보는 달을 보는 곳 정겹지 않다 그저 역겨워 치가 떨려서 손을 꽉 쥘 뿐 나의 영혼은 21m쯤 떨어진 곳에 육체와 떨어져 묻혔다 아무도 발견하지 못할 그곳에서 나를 찾지 마라고 외쳤지 언니 언니는 뭐가 그렇게 좋아서 무르익다 못해 짓무른 열매를 끌어안고 터진 거예요 나는 아직도 집에 돌아가지 못했고 언니 그림자는 내 발 밑에 눌어붙었는데 이젠 손끝에 캅사이신이 파고들어도 씻어줄 사람 하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언니는 모르지 아마도 영원히 모르겠지 몸과 마음을 거짓된 도자기 유약으로 꾸미는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 아마 내가 겪을 수 없는 감정 느꼈다면 당신은 여기 있었을 테니까 당신들은 모르잖아요 눅눅한 장판에서 1년 내내 살아가는 것 수도와 가스가 끊겨 살아갈 수 없어 집을 나왔다 들어가는 것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으니 답답해서 몇 날 며칠을 울었다며 일기장에 굵은 글씨로 써놓았다고 했죠 언니 그거 알아요 이제 나는 큰소리에 놀라지도 않고 셔터 소리에 몸을 움찔거리지도 않아요 내가 태어난 노란 모래사장을 발로 걷어차지도 않고 지나간 날들을 보며 웃을 수 있는 모습을 언니도 보면 좋았을 텐데 참 좋았을 텐데 작년 겨울 포차집에서 곱창전골 시켜서 먹으며 하던 소리 너는 다시 태어나면 부족함 없는 곳에서 태어나라 곱게 접은 두 눈 눈물 고인걸 마지막으로 강물이 되어 흘러간 내 사랑 품어주었던 나의 빛을 두고는 은하수 가꾸러 저 멀리 날아간 사람을 붙잡긴 힘들겠지요 그래도 가끔씩은 물어봐주세요 거긴 지옥이냐고 바람 부는 옥탑방 서울의 빛이 가득한 이곳 바다는 보이지 않지만 인조 파도소리가 가끔 들리는 곳 별이 밝아요 이번 연도에는 꼭 오세요 못 다 전한 꽃다발 들고 기다릴 테니바람 부는 옥탑방 서울의 빛이 가득한 이곳 바다는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의 목소리가 가끔 들리는 곳

  • 유로치카
  • 202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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