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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사람

  • 작성자 식빵연필
  • 작성일 2023-12-24
  • 조회수 627

원래 겨울이 이리 차가웠던가

너라는 불씨가 피어나 따뜻했던가

어쩌면 마비된 감각이 다시 돌아오는 것일지도

오랫동안 굳은 다리가 너무 차갑다


얕게 뱉는 한 숨은 김이 되고 그 속에서 너가 일렁인다 

눈처럼 흰 피부와 푸른 눈동자

예쁘게 다듬은 조각상처럼 너는 맑고 투명하게 반짝인다


손으로 너를 잡는다 이내 사라진다 아, 허상이다

나는 매일 잿더미에 파묻혀 같은 짓을 반복한다

잿가루가 휘날리면 너는 그 속에 녹아 날아간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우리의 향취

그러나 재는 언제나 태워진 무언가다


그대는 눈사람을 만들어본 적 있는가

그때의 설렘을 기억하는가

나는 그런 의미로 잿사람을 만들어 올리겠다

감히 부수지 못하도록 돌을 꽉꽉 채워볼까

아니지 그러면 재를 많이 넣지 못해

그냥 부숴지게 놔둬볼까

아니지 그러면 만든 의미가 없지 

그냥 내가 옆에 서 있는 것

바람은 너를 깎아내지만 이걸로 족하겠다


당신과 닮은 눈을 만들고

당신과 닮은 손을 만든다

정말 당신같고

정말 사람같다


잿사람과 나 

눈 내리는 어느 겨울날 

누군가 사라질때까지 우리는 우아한 춤을 추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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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터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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