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화
- 작성자 눈금실린더
- 작성일 202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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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2
- 조회수 490
어딘가에서 헤매다가 나를 찾아줄래 너는 항상 느리고 무거운 걸음으로 걷지 그럴 때 발끝에는 무엇이 붙어있는 걸까 항상 궁금했었어
어제 온 빗물 소금기 가득한 진흙 오후에 내리쬐던 햇볕
같은 거라도 붙어있는지 누군가 그 바닥을 볼 수 없도록
걷는 너는
누구에게
무엇을
숨기고 싶은 거야? 꽃이 피는 계절이었다면 그 발이 새하얗게 물들었을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항상 건조하고 뭉툭한
그 발밑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어….
*
도망치듯이 빠르게 꽃을 뿌리고 잘라서 시든 발자국이 남지 않도록, 먹구름이 사라지는 곳에서만….
*
빗소리가 들려.
*
미안, 다시 얘기해줄래? 방금 내 손이 밟혔거든.
제대로 못 들은 것 같아.
*
내일은 수국이 피는 곳으로 갈 거야?
*
마른 화단에 새 숨을 불어넣듯이 그런 것들로 계절이 흘러가는 걸 세어 볼 수 있도록….
*
이제 됐어 네 발에 무엇이 있든 뿌린 것대로 눅눅하게 말라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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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원한 당신단 하나의 오롯함당신의 결핍나의 혈액과다 복용어지러움착각진실마지막갈구오히려오해망상다정사랑안정감지속,
- 눈금실린더
- 2024-09-14
그러니까 무너지는 밤은 이곳에서부터시작된다는 것입니다그대제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을부디 용서하십시오환상 속에서 우리는 항상 볼을 맞대고눈물 흘리는데이런 거짓이 실례가 됩니까다만 얼마나수많은 밤들을 뜬 눈으로 지새웠는지쉬이 잠에 들지 않는 당신의숨결을 차치하더라도우리가 어찌하나의 꿈속에서 살 수는 없나요그것마저 거짓임을압니다
- 눈금실린더
- 2024-08-29
우리의 거짓을 태우면 남는 것은 허물밖에 없어무너져 있었지만신경쓰지 않았어상관 없다고 생각해서열차가 승강장을 지나서 정차한다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도망칠 때마다 흔들리곤 하던동공의움직임말라붙은 아가미로 호흡한다이미 버린 게 너무 많아서 테이블 위의 패를 다시 들여다 볼 수 없는데...손아귀를 벗어난 그릇이 산산조각난다창문은 없다아무것도,*너의 얼굴이 일그러질 때내가 냈던 카드는 구겨진하트 에이스그리고 기나긴 적막
- 눈금실린더
- 2024-08-26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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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안녕하세요. 독특하고 새로운 시를 봐서 기뻐요. 시를 읽다가 (미안, 다시 얘기해줄래? 방금 내 손이 밟혔거든./제대로 못 들은 것 같아.) 이 부분에서 멈칫했어요. 지금의 제 어휘력으로 감히 설명할 수 없는 강력한 무언가가 느껴졌거든요.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