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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셨다

  • 작성자 난바다
  • 작성일 2023-12-29
  • 조회수 389

흔히들 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 돌아가셨다라는 말을 쓴다.

 

돌아가셨다.

 

그 말을 곰곰이 되 뇌이다 보면 그 말의 뜻이 크게 와 닿을 때가 많았다.

 

돌아가셨다왔던 곳으로 다시 갔다.

 

다시 가다죽으면 우리가 원래 있었던 곳으로 가는 걸까.

 

죽으면 어디로 가는 걸까바다하늘?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같은 곳에서 살던 존재가 아니었을까.

 

그 어딘지 모를 같은 곳에서 그저 평행선을 따라 서로를 보며 살다가 실수로 이 곳으로 온 것일지도.

 

아니면 있을지없을지도 모를 신께서 서로를 더 더욱 사랑하라는 의미에서 우리를 이 곳에 보낸 거일 수도 있다.

 

우리는 죽으면 어디로 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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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언은 여름

여름날에 태어난 사람의 첫사랑은 여름. 하필 그 여름에 태어나 평생 기억할 수밖에 없다던 첫사랑을 시작부터 떠안은 채, 일 년에 한 번씩 그 첫사랑과 마주한다. 여름의 맛이 무엇인지 아니? 사실 나는 안다? 바닷가에서 귓가에 속삭이던 언니의 목소리, 손 안에는 가득 담긴 바닷물. 삼켜 봐, 여름의 맛이야. 멀리서 보면 푸른색이던 바다가 언니의 손 안에서는 살구색이다. 수박 맛일까, 레모네이드 맛일까. 살구빛 여름, 꿀꺽, 그리고 이어지는 목소리는 다름 아닌, 짜. 컥컥거리던 나의 목소리가 웃긴 모양인지 언니는 그 첫사랑을 배경으로 한 채 모래사장을 뛰어 나가고. 엄마는 다급히 뛰어가 음료수 속 얼음 하나를 입 안에 넣어주었다. 얼음이 데구루루 굴러가는 소리는 이리도 선명한데 짠맛은 지워지지도 않는다. 눈물을 가득 머금은 맛, 그래. 첫사랑은 여름. 여름은 눈물 맛. 나의 첫사랑의 맛은 짠 눈물 맛이었다.여름이 올 때면, 그리고 눈물이 흐를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나의 첫사랑. 지독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그 첫사랑. 언니. 언니 말이 맞았어. 첫사랑, 그니까 여름의 맛은 눈물 맛이 맞아. 개도 안 걸린다던 여름 감기마저 내게 지독한 걸 보면 말이야.여름 감기에 유독 아팠던 일곱, 얇은 여름 이불이 끈적한 땀과 뒤섞여 나의 몸에 찐득하게 달라붙고. 귓가에 카세트테이프처럼 계속해서 중얼대시던 엄마의 한 마디가 스쳐 지나간다. 여름 감기, 너무 지독하지 않니? 끄덕거리고 싶다가도 이마에 비해 너무 커다랗고 무거운 수건에 짓눌려 가쁜 숨소리만 겨우 내던 때. 볼을 타고 흐른 눈물이 입 안 가득 고인다. 창가에 보이는 여름은 이번엔 푸른색 여름, 꿀꺽. 그리고 이어지는 목소리는 역시, 짜.엄마가 넣어주었던 얼음의 맛보다 여전히 입 안에선 소금기가 계속해서 남아있다. 언니가 쥐어주었던 사탕은 어느 새 녹아 끈적해지고 결국 손에는 다시 짠 향만 가득해진다. 바닷물이 계속해서 자신의 색을 바꾸는 것처럼 나의 첫사랑과 여름은 다른 형태로 내게 되돌아 온다.첫사랑은 지독하다. 아니, 여름도 지독하다. 지독한 것 두 가지가 나에게 눅진하게 달라붙어서는 같이 녹아내리게 만들어 버린다. 시끄러운 선풍기 소음과 그 바람결에 맞춰 나풀거리던 책장, 잠옷, 그 이 외의 여름날들.여름은 아이스크림도 빙수도 나의 뇌도 녹아내리게 만든다. 그렇게 만들고서는 쿵, 쿵, 쿵 무너트리게 하고. 여름 물비린내에 질식하거나 그 열기에 말라버리거나. 혹은 그 찝찝한 향기와 물기 가득한 공기에 울음이 터져버리거나. 첫사랑은 죽을 때까지 평생 기억한다는 말에 걸맞게 아마 나는 첫사랑과 같이 태어나서는 평생을 그리 기억하다가 함께 죽어버리겠지.그렇다면 나의 사인은 여름.나의 유언도 여름.

  • 난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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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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