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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네가 버린 영수증을 들고

  • 작성자 눈금실린더
  • 작성일 2023-12-29
  • 조회수 563

오늘은 꼭 방 좀 치워커튼도 좀 개키고 방이 너무 어둡잖아 아무리 어두운 게 좋다고 하더라도 햇빛이 들어와야 사람이 에너지를 얻지식탁에 빵이랑 딸기잼 있으니까 배고프면 챙겨 먹어잘 있을 수 있지괜히 걱정하게 하지 말고나갔다 올게네가 쓸고 지나간 이마에 손가락의 차가운 온기가 느껴지고향초에서 탄 내가 나는 것 같아서 손을 휘휘 내저었는데 가벼운 나무 냄새만 손에 묻을 뿐이었다 소이 왁스액체가 고체로고체가 액체로액체가 기체로빽빽한 노트와 네가 적어 내린 화학식은 이런 걸 설명해줄 수 있을까궁금해서 입속으로 중얼거렸다이산화 탄소수산화 나트륨칼륨황산 수소티타늄입안에서 비릿한 맛이 나입구를 묶고 있는 철사를 아무렇게나 풀어서 던져버렸고 물컹거리는 식빵을 베어 물었다 진득한 게 싫어서 잼은 바르지 않고 너는 프라이팬에 앞으로 2분 뒤로 3분 약한 불로 구운 땅콩버터 샌드위치를 좋아했다고 생각하면서 습기를 머금어 눅눅해지려는 식빵을 손가락으로 부스러트리고씹고 있었지 치아가 맞부딪히면서 혀와 음식물이 만나면서 침이 고여 조금은 고소한 맛아밀레이스가 포도당이 되고 그것이 식도를 타고 내려갈 때 느껴지는 찰나의 감각익숙하다고 생각했고 어색할 것은 하나 없었다 창밖에는 날벌레 두 마리가 정신없이 날아다니고 있는데 그때 창문을 열자는 생각이 왜 들었던 거지방충망까지 걷어 젖히고는 그 모습을 한없이 바라봤다다정해 보여벌레에게 든 생각이라고 하기엔 아무래도 따뜻하고 베란다에 나와 서 있는 발바닥은 시리다슬리퍼도 신지 않았고 방 안에 보일러도 틀지 않았으니까.

우리는 조금 더 따뜻해져야 하는 걸까네가 언젠가 물었던 기억이 있는 것만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아서그때 너는 무슨 이유로 내게 물었는지나는 무슨 대답을 했는지그날 온도는 따뜻했는지,

생각하며 걸을 때쯤 무심코 내디딘 왼발에 쓰레기통이 걷어차였고 엎어졌다휴지와 잔 비닐그리고 무언가 흘러나왔는데.

엎어진 쓰레기통에서 흘러나온 건 구겨진 영수증 펼치면 예각과 둔각이 어지럽게 섞여있는 너의 글씨체가 적혀있다 검은색 볼펜으로, 0월 00일 (0000)에 들릴 것 0000이라고 말할 것 0000, 0000

영수증에 적힌 글씨들이 흘러내리면서 너의 글씨만 남았다이게 너의 영수증이구나네가 버린,

네가 버린 영수증이구나중얼거리면서 지난날의 과소비를 후회하듯이어제는 네가 버린 영수증을 들고.

방을 치우고커튼을 개키고빵을 먹고울고게웠다.

눈금실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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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금실린더

    2월에서 3월 경에 작성한 시입니다. 산문시를 적고 싶었었는데, 지금 보니 아쉬운 부분이 조금씩 눈에 띄어요. 조만간 퇴고를 해서 업로드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각 문단 사이에 간격을 주는 편이 좋을까 싶기도 한데... 역시 고민해봐야겠어요 (´・.・`)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3-12-29 22:19:57
    눈금실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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