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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희의 「긴 줄 넘기」를 배달하며

  • 작성일 2023-09-21
  • 조회수 1,538

시인 이수명
김복희┃「긴 줄 넘기」를 배달하며

   줄을 넘는 놀이만큼 이상한 것도 드물다. 줄은 계속 움직이고 우리는 줄을 피해 뛰어야 한다. 땅에서 공중으로 뛰어올랐다가 다시 땅으로 떨어진다. “그림자로부터 떨어졌다/그림자 위로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다. 그림자뿐 아니다. “땅과/그림자와/소리와/우리가/마주치고 마주치고 마주친다”. 오직 줄을 넘는 놀이를 할 뿐인데, 이 세계와, 세계의 존재들과 순간적이고 우연한 마주침을 지속해야 한다. 

   줄을 돌리는 자는 누구일까. 줄은 어디서 나타나 공중을 날아다니며 우리를 던져대는 것일까. “줄에 걸리면 끌어안고 뒹구는” 우리는 언제까지 숨이 차고 가슴이 아파야 하는가. 긴 줄 넘기 놀이를 하는 동안 우리는 이러한 질문을 멈추고 그냥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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