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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선의 「생의 찬미」를 배달하며

  • 작성일 2023-10-05
  • 조회수 1,699

시인 이수명
백은선┃「생의 찬미」를 배달하며

   무슨 특별한 일이 생겨서가 아니다. 새가 난간에 앉아 울고 있는 것이 전부다. “나는 우주로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한다. 창밖으로 낙엽이 떨어질 뿐인데, 어두워질 뿐인데, 사라지고 싶다. 무게중심이 사라지는 순간이 오고 만 것처럼,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텐데”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들은 언제나 그것을 만류하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사라지지 말라는 간곡한 음성, 그리고 “이렇게 나를 버릴거야?”라고 다시 되묻는 음성이 있다. 나는 죽음에 기울면서 동시에 삶으로 기울어진다. 유튜브에서 본, 동굴 속을 기어가다 죽은 사람이 마지막 순간에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한다. 사라지고 싶은 때는, 그리하여 사라짐에 이르는 때는, 생에 가장 근접하여 “뼈처럼 울고” 마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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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집 강우근 나의 어린 조카가 나를 좋아한다고 한다. 누나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너의 그 칙칙함을, 무표정을 좋아해” 가족 모임에 불편하게 앉아 있는 나의 모습이 만화에 나오는 부기라는 옆집 아저씨를 닮았다고 많은 것을 무서워해 바깥을 안 나가는 부기 아저씨를 소피라는 꼬마가 매번 불러내어 모험이 시작된다고 나는 그런 조카를 하루 맡아주기로 하고 “나는 하얀 집에 살고 싶어” 조카는 가방에서 스케치북에 그린 집을 꺼낸다. 여름에는 태풍이 오고, 가을에는 은행이 터져 나가고, 겨울에는 폭설이 떨어질 텐데. 하얀 집은 금세 검어질 것이다. 우리의 테이블에 놓인 생크림 케이크는 작아질수록 포크 자국이 어지럽게 남아 있다. “삼촌은 어떤 집에 살고 싶어?” 나는 검은 집이라는 말을 삼키고 환한 집이라고 대답하며 애써 웃는다. 조카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고 환한 집은 어떤 집일까, 생각에 잠기는 사이 생크림 케이크에는 검은 파리 한 마리가 죽어 있다. 나는 서둘러 케이크를 치우고 조카가 돌아온 테이블에는 새롭게 놓인 생크림 케이크 “······삼촌이 배가 고파서” “삼촌에게 추천해 줄 케이크의 맛이 아주 많아.” 환한 빛이 우리를 비추는 동안 우리는 생크림 케이크를 아무런 근심 없이 나눠 먹는다. 『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 (창비,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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