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율의 「컴컴한 것과 캄캄한 것」을 배달하며
- 작성일 202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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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열차를 타고 가는 듯한 날들이다. 우리는 똑같은 풍경과 멀미가 진행되는 열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다. 어둠 속을 달리며 목적지 없이 우주를 떠도는 열차일 것이다. 그러기에 “어두운 창을 뚫어져라 쳐다봐야만” 한다. 어둠은 그냥 어두운 것이 아니다. “컴컴한 것과 캄캄한 것/깜깜한 것과 껌껌한 것”이 모두 다르다. 어둠이 모두 다르고 모두 다르게 어두울 때, 어둠은 깊고도 넓다. 이 끝없는 어둠 속에서 사람들은 헛구역질을 한다. 무엇 하나 쉽게 내뱉지도, 쉽게 얻지도 못하면서 계속해야 하는, 어둠 속의 헛구역질이다. 어둠만이 따라오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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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집 강우근 나의 어린 조카가 나를 좋아한다고 한다. 누나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너의 그 칙칙함을, 무표정을 좋아해” 가족 모임에 불편하게 앉아 있는 나의 모습이 만화에 나오는 부기라는 옆집 아저씨를 닮았다고 많은 것을 무서워해 바깥을 안 나가는 부기 아저씨를 소피라는 꼬마가 매번 불러내어 모험이 시작된다고 나는 그런 조카를 하루 맡아주기로 하고 “나는 하얀 집에 살고 싶어” 조카는 가방에서 스케치북에 그린 집을 꺼낸다. 여름에는 태풍이 오고, 가을에는 은행이 터져 나가고, 겨울에는 폭설이 떨어질 텐데. 하얀 집은 금세 검어질 것이다. 우리의 테이블에 놓인 생크림 케이크는 작아질수록 포크 자국이 어지럽게 남아 있다. “삼촌은 어떤 집에 살고 싶어?” 나는 검은 집이라는 말을 삼키고 환한 집이라고 대답하며 애써 웃는다. 조카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고 환한 집은 어떤 집일까, 생각에 잠기는 사이 생크림 케이크에는 검은 파리 한 마리가 죽어 있다. 나는 서둘러 케이크를 치우고 조카가 돌아온 테이블에는 새롭게 놓인 생크림 케이크 “······삼촌이 배가 고파서” “삼촌에게 추천해 줄 케이크의 맛이 아주 많아.” 환한 빛이 우리를 비추는 동안 우리는 생크림 케이크를 아무런 근심 없이 나눠 먹는다. 『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 (창비, 2024)
- 관리자
- 2024-06-14
- 관리자
- 2023-12-28
- 관리자
- 202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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