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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원의 「needle in the hay」를 배달하며

  • 작성일 2023-11-02
  • 조회수 1,490

시인 이수명
황유원┃「needle in the hay」를 배달하며
   건초 속에서 바늘을 찾는 것은 곤혹스러운 일이다. 없으면 당연히 찾을 수 없고, 있어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목적에서 해방된다면, 그래서 찾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을 한다면, 바늘 찾는 행위를 할 수 있다. “빨리 찾아지지 않아도” “빨리 찾아지지 않으면 않을수록” “영원히 찾아지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이라면 말이다. 찾지 않아도 좋은, 아니 어쩌면 찾지 않아야 하는 찾기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있다면 놀이와 다를 바 없다. 놀이에서는 무언가를 찾아내면 끝이 나는 까닭이다. 바늘 찾기라는 행위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보다는 좋다. 행위를 해야 찾든 찾지 못하든, 찾다가 찔려 “건초를 붉게 물들이는 행위예술”이 되든, “뭐가 됐든 좋았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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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집 강우근 나의 어린 조카가 나를 좋아한다고 한다. 누나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너의 그 칙칙함을, 무표정을 좋아해” 가족 모임에 불편하게 앉아 있는 나의 모습이 만화에 나오는 부기라는 옆집 아저씨를 닮았다고 많은 것을 무서워해 바깥을 안 나가는 부기 아저씨를 소피라는 꼬마가 매번 불러내어 모험이 시작된다고 나는 그런 조카를 하루 맡아주기로 하고 “나는 하얀 집에 살고 싶어” 조카는 가방에서 스케치북에 그린 집을 꺼낸다. 여름에는 태풍이 오고, 가을에는 은행이 터져 나가고, 겨울에는 폭설이 떨어질 텐데. 하얀 집은 금세 검어질 것이다. 우리의 테이블에 놓인 생크림 케이크는 작아질수록 포크 자국이 어지럽게 남아 있다. “삼촌은 어떤 집에 살고 싶어?” 나는 검은 집이라는 말을 삼키고 환한 집이라고 대답하며 애써 웃는다. 조카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고 환한 집은 어떤 집일까, 생각에 잠기는 사이 생크림 케이크에는 검은 파리 한 마리가 죽어 있다. 나는 서둘러 케이크를 치우고 조카가 돌아온 테이블에는 새롭게 놓인 생크림 케이크 “······삼촌이 배가 고파서” “삼촌에게 추천해 줄 케이크의 맛이 아주 많아.” 환한 빛이 우리를 비추는 동안 우리는 생크림 케이크를 아무런 근심 없이 나눠 먹는다. 『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 (창비,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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