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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 「2098 스페이스 오딧세이」 중에서

  • 작성일 2013-06-20
  • 조회수 1,612


   김희선, 「2098 스페이스 오딧세이」 중에서





   노인의 말이나 그 밖의 다른 정보들을 종합해보면, 에드워드 김이 처음부터 불사(不死)를 위한 유전자 조작법을 연구했던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긴, 그것은 그가 일간지 인터뷰에서 했던 이야기를 통해서도 유추해 볼 수 있는 일이지만 말이다.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인간 복제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영국에선 한참 전에 복제양 돌리가 탄생했고, 얼마 전 한국의 한 연구소는 개와 코요테를 복제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지요. 미국의 한 생명공학회사에선 이미 인간 복제를 연구하고 있으며, 그게 거의 성공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건 학계의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그런 평범한 복제가 아닙니다. 저는 사람의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의 유전자를 분석하고 재배열하는 과정을 통해 그 부모를 대신 만들어내는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역복제라고나 할까요?” 그러면서 에드워드 김은 웃었다. “나는 처음 여기에 ‘부활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하지만 나중엔 그냥 ‘해피엔딩 프로젝트’라고 부르기로 했지요. 물론 별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단지 모든 결말은 행복해야 한다는 평소의 제 지론이 반영된 명칭이라고나 할까요? 어찌 됐든, 죽은 부모를 다시 살게 하는 것만큼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일은 어디에도 없을 테니 말입니다.” 그러나 막상 기자가 “그럼 당신은 결국 돌아가신 어머니, 그러니까 얼굴도 못 뵌 그분을 다시 만나고 싶은 건가요?” 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을 때, 왠지 에드워드 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사실 기자는 좀 감동적인 인터뷰를 원하고 있었다. 독자들이 바라는 게 그런 뉘앙스의 기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인터뷰 내용을 정리할 때 아주 약간의 수정을 가했는데, 따라서 실제로 그 일간지에 실린 것은 다음과 같은 눈물겨운 맺음말이었다. “에드워드 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기자가 잘못 본 것일까. 그의 눈에 약간의 눈물이 맺힌 듯 보였던 것은? 우리는 일어서서 악수를 나누고 헤어졌다. 돌아오는 기자의 마음에 아련한 슬픔이 차올랐다. 그렇다. 세상의 모든 과학은, 그것이 겉으론 아무리 차가워 보일지라도 결국은 이런 애틋한 휴머니즘 위에서 피어나는 것이다. 위대한 한국인 과학자 에드워드 김으로부터 얻은 새삼스런 깨달음이었다.”



   • 작가_ 김희선 – 소설가. 1972년 강원 춘천 출생. 2011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

   • 낭독_ 유성주 – 배우. 연극 <그게 아닌데>, <싸움꾼들> 등에 출연.

                   문형주 – 배우. 연극 <꿈속의 꿈>, <민영이야기> 등에 출연.

   • 출전_ 『2098 스페이스 오디세이』(계간 문학동네 2013년 봄)

   • 음악_ cine music /senstive/tender vol.1

   • 애니메이션_ 강성진

   • 프로듀서_ 김태형




   배달하며



   어느 문학계간지에서 읽은 단편입니다. 익숙한 소제인데 낯선 단어가 등장합니다. 역복제(逆復除). 자신이나 자식이 아닌 부모를 복제하여 탄생시키는 것. 오호, 일단 발상은 가능하겠군요. 이런 기술이 실제 있다고 해도 신청자가 얼마나 있겠습니까마는(세상살이 문제의 대부분은 앞 세대의 죽음이 해결하니까요) 소설에서는 개인의 지극한 동기가 등장합니다. 주인공 에드워드 김이 어머니의 죽음과 자신의 탄생을 맞바꾼 사람이라는 설정이죠.
아무튼 그는 역복제를 연구하다가 ‘소멸 유전자’라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람을 죽게 만드는 유전자이죠. 그리고 그는 소멸 유전자를 조작하여 억제시키는 기술을 만들어 냅니다. 그렇죠. 이제는 아무도 안 죽게 된다는 설정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그의 기술은 세상을 황폐화 시키죠.
재미있게 읽은 단편입니다. 약력을 보니 재작년에 데뷔한 작가이군요. 단편에 담기에는 무게감이 너무 큰 설정을 하기는 했지만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노련한 전개가 돋보입니다. 이런 말해도 된다면, 기대가 됩니다. 더군다나 이렇게 중성적인 소설은 참으로 오랜만에 보거든요.



문학집배원 한창훈





한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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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세 번 나는 동안 벌통들에서 차례로 벌들이 부활했다. 벌들로 들끓는 벌통들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죽은 아버지가 되살아난 것만 같은 흥분에 몸을 떨었다. 아카시아꽃이 지고 온갖 여름 꽃들이 피어날 때, 마씨와 나는 벌통과 함께 산에 들었다. 마씨는 벌들이 날아가지 못하게 벌통을 흰 모기장으로 감싸고 지게에 져 날랐다. 마씨의 뒤를 따르는 내 손에는 해숙이 싸준 김밥 도시락이 들려 있었다. 그날따라 너무 깊이 드는 것 같아 주저하는 내게 그가 재촉했다. “꽃밭을 찾아가는 거야. 조금 더 가면 꽃밭이 있지.” 정말로 조금 더 가자 꽃이 지천이었다. 토끼풀, 개망초꽃, 어성초꽃, 싸리나무꽃··· 홍자색 꽃이 흐드러지게 핀 싸리 나무 아래에 그는 벌통을 부렸다. 벌통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마씨와 내가 알몸으로 나뒹구는 동안 벌들은 꿀을 따 날랐다. 고슴도치 같은 그의 머리 위로 벌들이 날아다니는 것을 나는 꿈을 꾸듯 바라보았다. “당신 아내가 그러데, 나비를 기르면 좋을 거라고. 나는 나비가 벌보다 무서워. 우리 할머니가 나비 때문에 눈이 멀었거든. 도라지밭을 날아다니던 흰나비의 날개에서 떨어진 인분이 눈에 들어가서···” “해숙은 착한 여자야.” “착한 여자는 세상에 저 벌들만큼 널렸어!” “널렸지만 착한 여자와 사는 남자는 드물지.” 여름내 마씨와 내가 벌통을 들고 산속을 헤매는 동안 해숙은 아들과 집을 보았다. 우리가 돌아오면 그녀는 서둘러 저녁 밥상을 차려내왔다. 먹성이 좋은 마씨를 위해 그녀는 돼지고기와 김치를 잔뜩 넣고 찌개를 끓였다. 그녀에게 나는 산속에 꽃밭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벌과 나비가 어울려 날아다니는 꽃밭이. “우리도 데려가면 안 돼?” 그녀는 꽃밭을 보고 싶어 했다. “꽃밭까지 가는 길이 험해서 안 돼. 가는 길에 무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무덤들 중에는 내 아버지 무덤도 있지.” “근데 읍내 정육점 여자가 내게 묻더라.” “뭘?” “사내 하나에 계집 둘이 어떻게 붙어사느냐고.” “미친년!” “정말 미친년이야. 내가 살코기하고 비계하고 반반씩 섞어 달라고 했는데, 순 비계로만 줬지 뭐야.” 눈치챘던 걸까. 아니면 벌과 나비가 어울려 날아다니는 꽃밭을 보고 싶었던 걸까. 그날도 마씨와 나는 벌통과 함께 산에 들었다. 해숙이 우리를 몰래 뒤따르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나는 모르는 척했다. 해숙은 산벚나무 뒤에 숨어 마씨와 내가 토끼풀밭 위에서 알몸으로 나뒹구는 것을 지켜보았다. 날이 어두워져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들은 마당에서 혼자 울고 있었다. 부엌 도마 위에는 해숙이 정육점에서 끊어온 돼지고기가 덩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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