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현, 「휴먼의 근사치」 중에서
- 작성일 2022-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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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현 ┃「휴먼의 근사치」을 배달하며
어떤 물음은 묻는 순간 대답하기가 어려워진다. 예컨대 이런 물음. “좋아한다는 건 무엇입니까?” 이 소설의 문장에 의하면, 좋아한다는 건 놓을 수 없는 것,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놓을 수 있던 것을 놓을 수 없게 되고, 포기할 수 있던 것을 포기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좋아하게 되면 선택에 제한이 생긴다. 놓을 수 없고 포기하기 어렵다. 좋아하는 대상(사람이든 일이든 물건이든)에 대해 부자유해진다. 무능력해진다. 좋아하지 않은 대상(사람이든 일이든 물건이든)에 대해서 우리는 자유롭다. 전능하다. 어떤 선택이든 할 수 있다. 그러나 좋아하게 되면, 좋아하는 대상이 좋아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어떤 것도 하지 못하게 된다. 부자유해진다. 무능력자가 된다. 어떤 물음은 대답을 듣는 순간 선명해진다. 예컨대 이런 대답. “좋아한다는 건…… 놓을 수 없는 거예요.”
소설가 이승우
작가 : 김나현
출전 : 『휴먼의 근사치』(다산책방) p.9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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