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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최진영 - 육지에서 쓴 일기
[에세이] 육지에서 쓴 일기 최진영 20240528 4박 5일 동안 육지에서 여러 일정이 있어 오늘 제주에서 서울로 왔다. 앞으로 며칠간 약속과 약속 사이, 출발지와 도착지 사이 시간이 날 때마다 이 창을 열고 단상을 써보려고 한다. Are you checking in? pm04:45. 여긴 충무로의 호텔. 3년 전 제주로 이사 간 뒤 처음으로 서울에 일이 있어 올라왔을 때 숙박한 후 매번 이 호텔만 이용하고 있다. 경기, 인천 지역에서 저녁 행사를 해도 근방 호텔을 잡지 않고 여기로 온다. 새로운 호텔을 검색하고 선택하는 게 번거로워서. 합리적인 위치나 가격을 따지려다가 검색 지옥에 빠져서 몇 시간을 고민한 뒤 결국 이 호텔을 예약했던 경험으로 깨달은 바가 있다. 시간이 돈이다. 더 저렴한 호텔을 찾으려 애쓰지 말고 검색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자. 점심시간 무렵 충무로 일대 분위기는 조금 묘하다.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거리를 걷는 외국인들과 점심 먹으러 나온 직장인들이 뒤섞이는 거리. 라디오 주파수를 돌리듯 여러 나라의 언어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서울역, 명동, 한옥마을, 남산, 종로가 가까운 곳이어서 외국인 관광객이 정말 많다. 올 때마다 느끼지만 호텔 투숙객 중 한국인은 나뿐인 것 같다. 한 달에 두어 번은 와서 2박 이상 하니까 나름 단골이랄 수도 있는데 프런트 직원들은 매번 나를 처음 본 손님처럼 대한다(호텔의 특성이겠지?). 체크인할 때도 내게 영어로 말을 건넨다. “give me your passport.” 그럼 나는 “제 이름은 최진영입니다”라고 한국어로 대답한다. 성공한 인생 오늘 아침 9시쯤 택배 문제 때문에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는 전화를 받자마자 놀란 목소리로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느냐”고 물었다. 내 용건에 개의치 않고 엄마는 거듭 물었다. 전화를 끊고 뿌듯해서 신나게 웃었다. 내 나이 이제 마흔이 넘었는데 아침 9시에 엄마에게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느냐”는 말을 들을 수 있다니, 이번 생은 성공한 것 같아서. 그건 바로 내 투쟁의 결과다. 거의 20년을 프리랜서로 살면서 남들 다 출근하는 시간에도 ‘성인 평균 적정 수면시간’을 사수하며 꾸준히 늦게 일어나는 생활양식을 차곡차곡 쌓아 온 결과 마침내 엄마도 나의 생활 패턴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래서 아침 9시에 전화하면 깜짝 놀라는 것이다. 나는 이런 게 진정한 성공 같다. 긴장감 저녁에 북토크를 할 예정이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거나 낭독할 때는 별로 긴장하지 않는 편이다. 내가 긴장하는 순간은 따로 있다. 예를 들면 비행기 탈 때. 기내 짐칸에 캐리어를 올리다가 무거워서 또는 실수로 떨어트려서 누군가를 다치게 할까 봐 매번 긴장한다.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걸 알지만 식은땀이 난다. 캐리어를 끌고 에스컬레이터 탈 때도 마찬가지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지거나 캐리어를 놓치는 구체적 상상에 시
작성일 2024-07-01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34상세보기 -
기획 JakeLevine - 거대한 존재들의 무한한 경탄
[에세이] 거대한 존재들의 무한한 경탄 제이크 레빈 소개 거의 12년 동안 나는 한국 대학교에서 강의를 했다. 지난해부터 강의하는 교사의 내면적 생활과 관련된 일기와 같은 글들을 쓰기 시작했다. 외국인 교수로서 처음 강의를 시작했을 때 모든 것이 낯설고 이방인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한국 문화에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교수의 삶은 익숙하지 않다고 믿는다. 학생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고 다른 교수의 마음도 이해하기 어렵다. 다른 강의실에 들어갈 때마다 새로운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이전에 만나지 못했던 민족을 만나는 것 같이 나는 죽을 때까지 방랑자처럼 매일 새로운 것을 경험한다. 학교에서는 현실에 경험한 것이 꿈꾸는 것 같고 꿈꾸는 것이 더 현실처럼 느껴지듯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가끔은 사라진다. 이 산문은 시나 소설이 아니고 현실의 기록도 아닌 교사로서의 삶의 내면적 반응이다. 교사는 인간이다. 가끔 사회가 인문대 교사의 인간중심주의를 억압한다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의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계산하지만 인문학과 시의 영향력은 계산될 수 없는 가치다. 인간중심주의 가치를 점점 찾기 힘든 사회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문화를 배워야 한다. 이 모순적인 긴장의 환경에 존재해야 한다. 학교의 목적은 타인의 인간성을 인정하는 것에 있다. 이 산문은 한 인간의 존재하는 기록이다. 거대한 존재들의 무한한 경탄이라는 제목은 완전한 이해가 불가한 타인의 인간성을 발견하는 것에서 왔다. 이 기록은 내 개인적 경험과 전해 들은 동료 교사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으며 영어로 작성한 문장을 나의 소중한 학생 김혜인이 나와 함께 번역하였다. 지우개 머리 어떤 날 나는 대답하기 위해 여기 있고, 어떤 날 나는 오직 듣기 위해 여기 있다. “질문 있어?” 많은 학생들이 질문의 형태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그다지 어려울 것 없는 예술을 배웠다. 그런 질문에 대답하는 유일한 방법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질문자가 자신의 질문에 답변하는 동안 사용감 있는 지우개처럼 커피를 홀짝이며 머리에서 머리카락이 떨어지는 것을 느껴 보라. 학생들의 목소리는 배경소리가 되어 가다가, 불현듯 보이스 오버. 지우개는 부러지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얼룩을 견딜 수 있을까? 숭고한 느낌 지난 몇 주간, 를 듣는 학생들은 책상 아래 숨어 있었다. “교수님, 저희는 불확실성에 머물고 있어요.” 그들은 말한다. 일정 기간 동안 불확실성에 머문 뒤, 한 학생이 책상 아래서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저는 숭고한 느낌을 얻었어요.” 그들이 말한다. “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압도당해 죽음이 무섭고 두려워요.” “이제 제 핸드폰 돌려주시겠어요?” 정적. 학생이 나를 응시한다. 정적. 나는 천천히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학생을 응시한다. 흰 두루미 “주말 잘 보냈니?&r
작성일 2024-07-01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85상세보기 -
기획 eon - 아, ‘장르 문학’ 하시는구나
[에세이] 아, ‘장르 문학’ 하시는구나 김용언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고, 열심히 읽고, 그에 관한 잡지를 만들고, 또 가끔은 관련 공모전 심사를 보면서 언제나 느끼는 바가 있다. 한국에서 미스터리 장르에 대한 이해도는 여전히 심각하게 척박하다는 점이다. 가장 모순되는 감정을 느끼는 순간은 ‘장르 문학’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다. ‘(그냥) 문학’1)의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는 나머지 소설들은 굳이 ‘장르 문학’이라고 불린다. SF, 판타지, 미스터리/스릴러, 로맨스, 공포, 무협 등의 꼬리표가 붙고 낱낱이 분류되며 ‘문학은 문학이지만 그냥 문학이라고 부르기보단 그 안의 장르로 명명되어야 하는’ 존재가 된다.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장르 문학에 속하지 않는 작품은 그냥 문학이 아니라 ‘비장르 문학’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아니면 순문학 역시 일종의 장르임을 인정하면서 모든 작품을 ‘장르 문학’이라고 불러야 하는 건 아닐까? 예전 한국 문단에서는 ‘순(純)’이라는 단어가 참여 문학/민중 문학 등의 대립항처럼 불렸다고 하는데, 지금에 와서는 참여 문학/민중 문학도 ‘그냥’ 문학에 포함된 것 같다. 아무튼 거칠게 말해서 ‘장르’를 사용하지 않고 인간과 현실 자체에 집중하는 소설을 ‘그냥’ 문학으로 호명한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장르’로 호명되는 특정한 이야기들에는 그 장르가 만들어지게 된 역사가 있고 또 그 안에서 통용되는 특정한 규칙이 존재한다. 그런 약속된 구조와 규칙을 이용해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낸다고 해서, 그 결과물이 ‘그냥’ 문학으로 불릴 수 없고 장르 문학으로만 불려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장르 문학도 문학임을 인정하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다(그건 너무 당연한 사실이기 때문에 굳이 받아들여 달라고 애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그 장르 문학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불편해지는 순간들이 자꾸 찾아온다. 이를테면 한국 작가의 소설이 해외로 번역되었을 때 현지 리뷰들을 찾아보면, 스릴러/미스터리/공포 등의 명칭을 명확하게 부여하면서 소개한다. 한국에서는 기존 등단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할 때 ‘추리적 기법을 활용한’ 또는 ‘경계를 넘어선 상상력을 발휘한’ 등의 애매모호한 문구로 시작할 때가 많은데, 해외에서는 자신들에게는 낯선 작가의 번역 작품의 특성을 단번에 설명하기 위해 ‘이것은 스릴러다’ 또는 ‘이것은 공포소설이다’라고 알려준 다음 그 작품의 특성이 어떤 점에서 새롭고 멋진지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장르 문학과 장르 아닌 ‘그냥&r
작성일 2024-07-01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48상세보기 -
기획 양경언 - 죽은 사람은 살아 돌아올 수 있는가?
[에세이] 죽은 사람은 살아 돌아올 수 있는가? - 긴 시간의 미로를 살피는 시, 김행숙의 눈 양경언 장훈이 기자에게 물었다. 유족들이 가장 원하는 게 뭔지 아냐고. 글쎄, 오래도록 기억되는 것일까. 말을 고르는 사이 답이 돌아왔다. “죽은 아이가 살아 돌아오는 거예요.” - 진달래, 「[산 자들의 10년] 내 새끼는 왜 죽었나··· 정치에 밀려난 과학, 아빠가 붙잡았다」 부분, 《한국일보》 2024년 4월 25일. 수학여행을 간다고 집을 나선 아이들이 탔던 배가 왜 침몰했는지에 대한 답을 알아내기 위해 십 년 동안 분투 중이라는 장훈 님(‘4·16 안전사회연구소’ 소장)의 인터뷰를 읽다가, 불가능한 바람이 담긴 저 답변 앞에 오래 멈추어 있다.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는 일이 가능한가. 기적은 인간의 힘으로 감당하기 힘든 일을 맞닥뜨렸을 때 요청된다. 이뤄질 수 없으므로 간절해지는 것이다. 떠나간 사람을 한 번만이라도 더 보고 싶고 안고 싶은 마음이, 살아 움직이는 너를 마주하고픈 바람이. 죽은 남편과 아이를 다시 만나고픈 마음을 조금도 누그러뜨리지 않은 채 살아가는 한 사람을 떠올린다. 나는 그런 엄마가 내내 애달팠다. 그런 바람이, 엄마가 당신 스스로를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만드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엄마, 죽은 아빠도 오빠도 살아 돌아오진 못해,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안타깝지만,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면 애당초 거기에 매달리지 않는 편이 나아. 나는 이편이 남겨진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 현실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지만 그런가. 그게 정말인가. 어째야 하는가. 참사의 진상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할수록 ‘벌어져선 안 됐던 사건’이었다는 사실만이 분명해지는데, 내내 드는 저 불가능한 바람을. 잠재우지 못하는 바람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의 심경을. * 김행숙의 소시집 『1914년』(현대문학, 2018)은 특정 사건을 연상시키는 제목으로 2018년에 발간된다. 2014년으로부터 정확히 백 년 전의 시간이 시집 제목으로 소환되고 있으므로,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가 한 권의 시집에 ‘1914년’이란 이름을 부여한 셈이다. 누군가는 시가 품은 말들의 속성인 ‘애매성(ambiguity)’ ― 시어에는 여러 의미가 중첩되어 있어 다양한 갈래의 해석이 만들어진다는 특징 ― 에 기대어 먼저의 언급을 꺼릴지도 모르겠다. 이를테면 ‘1914년’이라는 말 자체로부터 얼마나 많은 해석이 가능한데 시집이 세상에 놓일 닻으로 굳이 2014년 4월 16일의 참사를 삼아야만 하나, 그러한 접근은 김행숙 시가 그간 벌여 왔던 시적 우주의 확장과 연결되지 못하는 해석을 낳지 않겠는가 하며 의아해하는 이들이 있을 거란
작성일 2024-06-01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365상세보기 -
기획 권여름 - 자라요, 언제나요.
[에세이] 자라요, 언제나요. 권여름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나는 장편소설 초고를 쥐고 있어야 했다. 지난겨울, 내게는 새로운 이야기의 처음, 중간, 끝이 있었다. 그걸 바탕으로 처음 몇 줄을 썼다. 시작이 반이니 이미 절반을 쓴 것 아니겠냐는 시답지 않은 농담을 하고 다녔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어느 정도 진심이 묻어 있었다. 이번에는 어쩐지 그전보다는 빠르게 장편소설 한 편을 뚝딱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장편소설을 쓰는 데 장애물이 없겠냐만, 무엇을 만나더라도 씩씩하게 넘어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일렁였다. 막 두 번째 장편소설을 출간하고 고무된 소설가의 자기효능감은 그야말로 하늘을 찔렀다. 더욱이 내게는 겨울 방학이 있지 않은가. 성긴 시놉시스를 촘촘하게 만들고, 그것을 바탕으로 초고를 시작하기에 충분했다. 두 번째 장편소설 출간 직후 크고 작은 일정도 서서히 마무리되면서 겨울 방학이 시작되었으니 타이밍이 좋았다. 온 우주가 나의 세 번째 장편소설을 위해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호기롭게 세 번째 장편소설을 시작하려던 겨울 방학, 두 돌짜리 조카아이가 우리 집에 왔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겨울 동안 우리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미안해하는 동생 부부에게 아기의 짐을 건네받으며 나는 소설 쓸 시간을 계산했다. 순둥이 조카아이는 꼬박꼬박 낮잠을 자고, 저녁이 되어 8시 30분에 씻기면 바로 잠이 든다고 했다. 아이의 낮잠 시간과 저녁 9시 이후를 활용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간과한 것이 있었다. 아이를 재우며 나도 함께 스르륵 잠들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조카와 잠들지 않더라도 그 시간에 온전히 글을 쓰는 일은 어려웠다. 조카아이가 잠든 사이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아기 전용 세제로 옷을 빨고, 젖병을 씻어야 했다. 아이가 여기저기에 숨겨 놓은 물건을 찾아 제자리에 놓으며 청소도 했다. 재채기 한 번에 아이의 코에서 누런 콧물이 입술까지 내려온 날부터는 더 분주해졌다. 아이는 밤에 통잠을 자지 못하고 계속 깨어나 울었다. 주먹만 한 작은 얼굴 어디에 이렇게 많은 콧물이 숨겨져 있는 것인가. 소아청소년과 병원의 대기 시간이 그렇게나 길다는 것, 예약 앱이 따로 있다는 것 등 새로 알게 된 것투성이였다. 아이를 낳고 길러낸 나의 자매들과 동료, 친구들의 얼굴이 지나갔다. ‘이 사람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었구나.’ 나는 조카들이 많다. 특히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초등생 조카들은 자주 우리 집에 놀러 왔고, 금요일은 대부분 우리 집에 와서 잔다. 조카들이 우리 집에 오지 않을 때는 내가 자주 놀러 간다. 주변 친구들은 나를 ‘조카 바보’라 부르며 나의 조카 사랑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저 한 발 떨어져 그들을 지켜본 것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다. 하루 이틀 놀아 주는 것과 함께 지내며 먹이고 돌보고 재우는 일은 차원이 달랐다. 겨울 방학을 꽉 채우고, 2월 27일에 조카아이는 무사히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함께 양육을 담
작성일 2024-06-01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292상세보기 -
기획 송진권 - 두고 온 것들의 목록
[에세이] 두고 온 것들의 목록 송진권 아, 참 세월 빠르다. 엊그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더이 벌써 나뭇잎이 우거지고 버찌가 익어 떨어지기 시작한다. 옛 시인이 읊었던 아침에 삼단 같던 머리가 저녁이 되니 눈빛이구나 [조여청사 모성설(朝如靑絲 暮成雪)]이 실감이 나게 내 머리에도 벌써 이팝꽃이 만발했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서 삐삐에서 시티폰으로 스마트폰으로 바뀌고 이젠 인공지능에 메타버스까지 점입가경으로 돌아간다. 그럼에도 아직 나는 흐르는 물 위에 표시를 해놓고 칼을 구하고자 하니 미련퉁이고 그야말로 어리석은 사람이로구나. 아침이면 잠결에 들려오는 나뭇가지 뚝뚝 꺾어 가마솥에 불 넣는 소리, 가마니 짜는 소리, 침을 뱉어 가며 아버지가 새끼줄 꼬는 소리, 와르르릉 가마솥 뚜껑 여는 소리, 콩나물시루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 아랫목에 묻어 둔 담북장 냄새와 메주 띄우는 냄새, 쥐가 뚫어 놓은 구멍으로 스며들던 냇내와 고구마 통가리에서 나는 흙냄새가 엊그제처럼 새삼 다시 생각나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다. 내가 그때의 아버지 나이가 되고 보니 그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은 알게도 되었는지 모르겠고 아침이면 학교 간다고 나서며 돈 달라고 손 벌리는 자식들 무서워 뒤꼍에 숨었다던 어머니의 마음 언저리에나 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이 글에서는 나와 함께 살다가 어른이 되거나 도시로 나오면서 두고 온 것들의 목록을 하나씩 적어 보려고 한다. 어릴 적 친구를 만나듯이 아니면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인형이나 장난감을 다락이나 창고에서 우연히 발견하듯 읽어 주면 좋겠다. 전북 장수군 신무산 뜬봉샘에서 시작된 강물은 물뿌렝이 마을을 지나고 무주 진안을 지나고 충북 영동을 거치며 내가 사는 마을 앞을 지나가면서부터 제법 큰 강물의 태가 나기 시작한다. 각지에서 나온 도랑과 시냇물이 합수되면서 나루를 만들고 철길과 다리를 만들면서 수레와 차가 다니고 물가에 사람 사는 마을까지 만들어 까치집처럼 둥둥산이로 지붕을 잇대어 집 짓고 돌담을 쌓고 사람들이 모여 산다. 곳곳이 산이라 앞을 봐도 답답하고 뒤를 봐도 첩첩한 산골 벽지 내륙의 한가운데 그나마 밭이라고 있는 것은 소도 쟁기를 끌다 구른다는 비탈이고 논이라고는 손바닥만 한 하늘바라기 천수답뿐인 궁벽한 곳에서 나는 태어났다. 이 척박한 땅에서 굶어죽지 않고 살아 보려고 내 부모님은 눈만 뜨면 풀방구리 쥐 드나들 듯 뭐라도 물어들여야 살지 밥 먹는 입들 무섭다고 해 뜨기 전부터 해지고 난 뒤까지 몸뚱이 가루가 되도록 일을 했다. 어떻게든 새끼들만은 무골충이로 살지 말라고 한 몸 거름 되어 새끼들 밑으로 고스란히 밀어 넣고도 모자라 대대로 이어 온 전답까지 팔아 새끼들 밑에 거름으로 넣었다. 지금이야 태생이 뭐 그리 중요하진 않으나 시골에 눌러앉은 나는 곳곳의 자연부락들과 무슨 무슨 ‘골’이나 ‘티’, ‘미’로 끝나는 이름을 가진 자연부락들의 내력을 굳이 일러주지 않아도 알고 있으니 여기 토박이라 하겠다. 다들 사는 형편이 비
작성일 2024-06-01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324상세보기 -
기획 임주아 - 책쾌의 여정
[에세이] 책쾌의 여정 우당탕탕 독립출판 북페어 기획자 도전기 임주아 뜻밖의 부재중 이름이 폰에 떠 있었다.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S 팀장이었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일로 만난 공무원이 퇴근 시간을 넘어 전화 문자 콤보로 연락했다는 건 모종의 긴급 상황 아닌가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어딘가 다급해보이는 목소리였다. “헉 제가요?” 요지는 전주에서 처음 독립출판박람회를 여는데 내가 총괄 기획을 맡아줬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시기는 6~7월이라 했다. “오늘이 벌써 3월 7일인······” 기간도 기간이지만 독립출판 전문가도 아닌 내가 총대를 메는 게 맞는지 주제 파악에 나섰다. 그러자 팀장은 전주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동료와 팀을 꾸리면 어떻겠냐며 인건비도 한번 생각해보라고 했다. 당황스러우면서도 눈에 광이 돌았다. 단기간에 아이디어를 짜고 사람 모으고 경주마처럼 내달리는 일은 내 주특기 아니던가. 그렇게 살아온 임시변통스러운 삶에 드디어 어떤 보상이 따르려나. 함께할 내 기쁜 동료는 누구인가. 기획자 동료 구하기 첫 타깃은 전주에서 10년 가까이 독립출판 전문책방을 운영중인 뚝심의 M이었다. 그의 책방 인스타그램 프로필에는 ‘기성으로 출간된 도서는 입고를 받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단호하게 적혀 있다. 설사 혈육이 역사에 남을 명저를 썼다 하더라도 독립출판이 아니면 가차 없이 거절 메일을 전송하고야 말 꼿꼿함이었다. 그런 M의 책방에는 개인이 스스로 쓰고 만든 각양각색의 독립출판물이 대거 진열되어 있는데 그 큐레이션된 목록에는 웰메이드 작품인 ‘책방을 꾸리는 중입니다’라는 에세이도 있다. 화학공학과를 나온 공대생이 어쩌다 모교 대학로의 한 건물 지하에서 책방을 시작해 지금 모습에 이르게 됐다는 애환 서사가 담긴 책이다. 그는 그 책을 들고 전국을 쏘다니며 독자를 만났다. 주6일 책방 문을 여는 그가 문 닫는 날엔 어김없이 북페어 현장에 가 있었으니까. 캐리어를 끌고 고속버스를 타고 기꺼이 책 보부상으로 분해온 그는 힘들다 힘들다 해도 매년 매회 출전을 멈추지 않았다. 전주에서 오로지 독립출판만을 다루는 책방 주인은 M이 유일해서 대표성도 남다른 터다. 때문에 함께 하자는 내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그의 눈높이도 짐작이 간다. 일찍이 S 팀장이 독립출판박람회 관련 자문을 구하고 싶다고 여러 번 M의 책방을 찾았으나 그는 ‘박람회’라는 명칭부터 맞지 않다고 생각해 소통에 소극적이었던 것이다. 특히 독립출판 행사는 스스로 책을 낸 제작자나 책방 운영자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해 열리는데 전주에선 도서‘관’ 주도로 만들어질 행사라 생각하니 최대한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럴수록 나는 M이 적극적으로 합류해 의견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잘되면 그가 책방 꾸리는 일에도 전환점이 올 거라
작성일 2024-05-01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400상세보기 -
기획 한정현 - 도깨비 이야기
[에세이] 도깨비 이야기 한정현 최근 친구의 부탁으로 점집에 동행한 적이 있었다. 사실 무속에 대해선 알면 알수록 이건 민속 문화의 하나이지, 미래를 알려주는 예언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서 무속 때문에 큰 피해를 본 경우도 있어서 나같은 경우는 사실 이제 거의 점괘를 안 믿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친구가 갓 신내림 받은 애동이라기에 나 또한 어디 구경이나 한 번 해보자 하는 생각에 따라가겠다고 했다. 문화로서의 무속은 여전히 관심거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옆에서 들어보니 그 영검하다던 무속인의 점사는 무척 일반적인 내용이었다. ‘어깨가 아프지 않느냐’ ‘밤에 늦게 자지 않느냐’ ‘두통이 가끔 오지 않느냐’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있는 친구의 직업상 대부분 추측 가능한 증상이었다. 게다가 친구는 불면증도 없고 두통도 없다는 거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순간 친구는 자신이 혹시 두통이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마치 도깨비에 홀린 것처럼 그 말에 순간 따라가고 있더란다. 하긴 나도 그 당사자가 되면 순간 나도 모르게 내가 그런 건 아닐까? 싶기도 할 것 같다. 말 그대로 이런 걸 보고 도깨비에 홀린다고 하나 보다. 다행히 친구는 도깨비에 홀려 도깨비가 되기 전에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이후 나는 왜인지 내내 도깨비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살면서 도깨비 만나기 사실 어렵지 않군, 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사실 어릴 땐 도깨비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큰 산을 끼고 있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나고 자라다 보니 자연스레 온갖 민간 신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인 것 같다. 흔히 도깨비와 저승사자는 이길 수 없고 오로지 속일 수만 있다고들 한다. 그들이 그만큼 무서운 존재라는 것인데 특히 도깨비에 대해서는······. 얼마 전 영화 〈파묘〉에서도 나왔지만, 도깨비들은 주로 안 쓰는 물건에 혼이 깃들어 만들어지는 귀신이다. 이후엔 도깨비가 그 사물을 대신하여 그 자체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일반적인 혼령하고는 아주 다른 무시무시한 존재가 되어버린다고 한다. 한데 찾아보니 이 험상궂은 도깨비는 사실 일제강점기 이후 도입된 ‘일본식 도깨비’ 이야기가 일부 섞여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혹부리 영감이 그러한데, 우리가 알고 있는 혹부리 영감에서는 영감이 부러 도깨비를 속여 혹을 떼지만 이것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한다. 원래 한국 전래동화에서는 도깨비가 그리 나쁜 존재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영감과 같이 어울려 놀던 도깨비들이 서로의 교감을 통해 친밀해진 후 먼저 나서서 영감의 혹을 떼준다는 이야기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혼령이 물건에 깃들어 만들어진 것이 도깨비라고 한다면 무슨 혼령이냐에 따라 좋은 도깨비가 될 수도 있고 나쁜 도깨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이십 년 가까이 이고지고 다니
작성일 2024-05-01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493상세보기 -
기획 전석순 - 어떤 기준
[에세이] 어떤 기준 전석순 “그래도 꽃은 잊지도 않고 제때제때 피네.” 예년보다 개화가 늦어지던 해였다. 어머니는 작년 봄 집 근처 공원에서 찍은 사진을 살펴보며 분명 이번 주쯤에는 피었어야 했다고 중얼거렸다. 이어서 괜히 달력을 들춰 보며 오늘 날짜를 확인했다. 사진 속 날짜와 일치했지만 어째선지 올해는 아직 봉오리조차 불거지지 않았다. 왠지 노크라도 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뭐 잊은 거 없냐고. 어디선가 계절을 알려주는 나무는 계절관측목이라고 부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개나리, 진달래, 매화, 벚꽃 같은. 이 기준에 따르면 아직 봄이 오지 않은 셈이었다. 옆에서 발톱을 깎던 아버지는 아마 까먹은 거 같다고 말하며 히죽였다. 사람도 깜빡깜빡하는데 꽃이라고 다를 게 있겠냐면서. 심드렁하게 이어지는 목소리에 어머니는 아버지를 슬쩍 흘겨봤다. 안 그래도 요새 외출하고 집에 들어올 때 수선 맡긴 바지를 찾아와야 한다거나 식초와 긴장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더러 잊었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어머니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닌 눈치였다. 몇 번쯤 길을 걷다가도 순간순간 또 뭔갈 잊고 지나쳐 버린 건 없는지 따져 보는 것 같았다. 한참 골몰하다가 겨우 친목회 회비 날짜를 기억해 낼 때도 있었다. 그때부터 사소한 거라도 핸드폰에 따로 메모를 해두고 수시로 빠뜨린 건 없는지 살펴봤다. 요가 교실 수업 신청 날짜나 관리비 납부 마감일과 함께 수리기사 방문 일정까지. 고개를 들다 어머니와 눈이 마주친 아버지는 돌아앉으며 우물댔다. “한 해쯤 그냥 지나가면 뭐 어때서.” 아버지의 생각과는 달리 뉴스에서는 연일 전국 봄꽃 개화 예상 일정을 내보내며 전문가까지 나와 늦어진 원인을 분석했다. 동네 사람들은 환경오염을 들먹이며 사나워진 날씨 탓에 종잡을 수 없는 계절 때문일 거라고 입을 모았다. 꽃도 계절을 헷갈리는 거라고. 개중에는 진짜 꽃이 피지도 않고 봄이 지나가는 게 아닐지 염려하는 이도 많았다. 어머니도 그중 하나였다. 나중에는 꽃을 향해 잊을 것 같으면 알람을 맞춰 두거나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라고 조언해 줄 기세였다. 어머니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앞산을 내다보고 매일 지나다니던 화단과 공원을 천천히 돌아봤다. 더러 까치발까지 하고선 주변을 휘둘러보기도 했다. 혹시 진즉 만개한 꽃을 놓친 게 아닌가 싶은 듯했다. 처음에는 조금 서운한 기색이더니 나중에는 아예 울상이 되었다. 어느새 나도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꽃이 필 기미가 보이는지 기웃거렸다. 언뜻 봉오리라도 보이면 사진을 찍어 바로 보내드리려 했지만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바람까지 서늘하니 날짜와는 상관없이 정말 봄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이러다가 봄을 건너뛰고 곧바로 여름이 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즈음 제법 많은 양의 봄비가 내리더니 하루 사이에 기온이 크게 올랐다. 곧 지천으로 사방이 꽃이었다. 지난해 유난히 다닥다닥 모여 있
작성일 2024-05-01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584상세보기 -
기획 연속좌담 '창작, 노동' 4차 〈대학(원)생 작가들의 미래설계〉
연속좌담 '창작, 노동' 4차 〈대학(원)생 작가들의 미래설계〉 기획 연속좌담 ‘창작, 노동’ 4차 대학(원)생 작가들의 미래 설계 2023년 11월호부터 2024년 2월호 사이에 총 4회의 좌담회 내용이 순차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ㅇ 회차별 구성 - 1차 : 부업이 있는 작가, 본업이 있는 작가 - 2차 : (비)정규직 교육노동자로서의 작가 - 3차 : 문학 강연 시장 - 4차 : 대학(원)생 작가들의 미래 설계 ㅇ 회의명 : 《문장 웹진》 2023년 기획 연속좌담 ‘창작, 노동’ - 4차 - 대학(원)생 작가들의 미래 설계 ㅇ 일 시 : 2023년 12월 5일(금) 14:00~16:00 ㅇ 장 소 : 예술가의 집 라운지 룸 ㅇ 참여자 : 서재진(시인), 정성우(소설가), 양기연(소설가), 임호균(미등단자), 채윤희(시인) 〈개회〉 서재진 : 저는 이번 기획 좌담에서 사회를 맡은 서재진입니다. 2017년도 대산대학문학상으로 시 쓰기 시작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정성우 : 저도 이번에 사회를 맡게 된 소설가 정성우입니다. 2019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등단해서 현재 소설가로 활동 중입니다. 채윤희 : 채윤희입니다. 시를 쓰고 2022년에 동아일보로 등단했습니다. 현재는 부산에 거주하고 있어서 기차 타고 왔습니다. (웃음) 양기연 : 저는 소설 쓰는 양기연입니다. 2022년도에 부산일보에서 등단했고 천안에 살고 있습니다. 임호균 : 저는 시 쓰는 임호균입니다. 등단은 아직 안 했고 2021년에 ‘같이 가는 기분’이라는 웹진에서 발표했습니다. 그때부터 작품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재진 : 거주지는 어딘가요? 임호균 : 진천 살고 있습니다. 충북 진천. 정성우 : 다들 먼 데서 오셨네요. 서재진 : 성함이랑 거주 지역 간단하게 들어 봤고요. 최근 작품 활동 관련해서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채윤희 작가님은 최근 쓰고 계시거나 관심 가진 소재 있으신가요? 채윤희 : 질문지를 공유 받은 뒤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모르겠는 거예요. 그래서 최근 쓴 것들을 보면서 반대로 내가 뭐에 관심이 있었지, 하고 유추를 해봤습니다. 밑에서는 전공한 사람도 적은 편이고 이렇게 모이려는 분들도 적고 직장을 병행하면서 쓰시는 분들이 많아서 모임을 가져도 지속이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 혼자 쓰는 게 더 많은 것 같고. 주로 시선과 경계? 반복되는 표현들이 있더라고요. 마치와 것처럼. 그런 것들을 제가 자주 즐겨 쓰고 있다는 것을 뒤에서 알게 됐죠. 그리고 섹슈얼리티에 대한 것도 써봐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양기연 : 저는 가장 최근에 디지털 소외 계층의 교통권 문제에 대한 소설을 썼습니다. 주인공들이 다 노인인데, 제가 노인에게 굉장히 관심이 많아서 이번에도 노인 이야기를 소설로 썼습니다. 임호균 : 저는 최근 작품을 보니까 약간 기독교 색채가 들어간 작품을 많이 썼더라고요. 제가 기독교인이라 삶의 일정 부분을 반절 이상 차지해서 쓰다 보니까
작성일 2024-02-01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918상세보기 -
기획 연속좌담 '창작, 노동' 3차 〈문학 강연 시장〉
연속좌담 '창작, 노동' 3차 〈문학 강연 시장〉 기획 연속좌담 ‘창작, 노동’ 3차 문학 강연 시장 2023년 11월호부터 2024년 2월호 사이에 총 4회의 좌담회 내용이 순차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ㅇ 회차별 구성 - 1차 : 부업이 있는 작가, 본업이 있는 작가 - 2차 : (비)정규직 교육노동자로서의 작가 - 3차 : 문학 강연 시장 - 4차 : 대학(원)생 작가들의 미래설계 ㅇ 회의명 : 《문장 웹진》 2023년 기획 연속좌담 ‘창작, 노동’ - 3차 - 문학 강연 시장 ㅇ 일 시 : 2023년 12월 8일(금) 14:00~16:00 ㅇ 장 소 : 예술가의 집 라운지 룸 ㅇ 참여자 : 유인혁(문학평론가), 김수희(용두어린이영어도서관장), 김승일(시인), 오한기(소설가), 이현진(와우북페스티벌 담당자) 〈개회〉 # Part 1 : 개회 및 자기소개 유인혁 :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사회를 맡은 유인혁입니다. 간단하게 오늘 모임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2023년도 《문장 웹진》 기획좌담 ‘창작, 노동’ 4번째 시간입니다. 요즘 창작자들을 크리에이터라고 하잖아요. 우리가 아는 창작자와 크리에이터라는 단어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크리에이터라는 말을 쓰면 전문가, 나아가 생산자로서의 정체성이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획좌담은 이렇게 생산자이자 노동자로서의 작가를 되짚어 보기 위한 의도로 구성되었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강연 시장입니다. 현재 강연이라고 하는 것은 작가에게도 독자에게도 그리고 그 사이를 잇고 있는 여러 사람한테도 굉장히 중요한 이벤트이자 산업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그래서 강연 시장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작가님 그리고 숨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기획자분들을 모시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우선 제 소개를 다시 드리자면 저는 대학교에서 비정규직 교원으로 일하고, 특히 국책사업인 인문학 관련 연구 지원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인문학 대중화 부분을 담당하고 있어요. 요 몇 년간 작가나 영화감독 혹은 피디, 유튜버 등 다양한, 이른바 크리에이터들의 특강을 기획하고 운영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을 바탕 삼아 오늘 사회를 맡게 되었습니다. 각자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승일 : 네, 저는 김승일 시인입니다. 김수희 : 반갑습니다. 저는 서울시 동대문구에 위치한 동대문문화재단 용두어린이영어도서관 관장 김수희입니다. 다양한 강연에 관심이 많습니다. 오한기 : 안녕하세요, 저는 소설가 오한기입니다. 이현진 : 안녕하세요. 저는 와우컬처렉 대표 이현진입니다. 저희 회사는 서울 와우북페스티벌을 주최, 주관하고, 올해로 19회가 되었습니다. 북페스티벌은 매년 10월경에 열리고 토크나 강연 프로그램 30개에서 40개 정도 진행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올해 저희가 한 사업은 서울국제작가축제, 청소년인문교실사업 등으로 인문학과 문학 사업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아마 그런 이유로
작성일 2024-01-01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029상세보기 -
기획 [책방곡곡] 포항 책방수북(제2회)
《문장 웹진》 책방곡곡 포항 책방수북(제2회) 독서모임 〈생글〉 사회, 원고정리 : 연산 참여자 : 제이필, 나경, 이슬, 지현 책 : 강효진 『오늘도 나를 대접합니다』(구름의시간, 2022) 연산 : 저는 아직도 단풍과 눈맞춤을 하지 못했습니다. 유명한 단풍 명소를 찾아가려니 사람과 자동차에 단풍의 고상함마저 안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 사진과 tv 뉴스로만 감상하고 있습니다. 11월입니다. 오지 않는 사람은 있어도 오지 않을 시간은 없다고 합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늘 책을 읽으며 느끼고 감상을 말하고 단어와 문장으로 표현하는 즐거움을 통해 삶이 한층 더 윤택하고 지혜로웠으면 합니다. 독서에 관한 선생님들의 생각을 잠시 들어 보겠습니다. 제이필 : 독서, 책이 있어야 되겠죠? 그런데 내가 읽을 책을 선택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더군요. 인터넷 공간에는 수많은 책이 숲을 이루고 있어요. 인내심을 가지고 하나하나 탐색하고 요리조리 살펴보는 것이 즐거움만큼 고단함도 있었어요. 그런데 모임에서 매달 함께 읽을 책을 서로 토론하며 선정하니 큰 고민 하나가 해결되어 좋았습니다. 독서는 좋은 책을 찾아내는 과정과 수고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현 : 책을 읽는 것이 서서히 즐거움이 되고 의무처럼 느껴집니다. 독서 습관이 자리 잡아 가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책을 읽는 것만큼 시간이 잘 가는 것도 없어요. 오롯이 책에만 집중하다 보니 잡념도 사라지고 그 순간만큼은 걱정도 사라졌어요. 독서는 집중력을 키울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 두 번 한 권 두 권 책을 읽다 보니 독서의 재미와 묘미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재미와 감동 그리고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덤으로 얻을 수 있으니 너무 좋습니다. 나경 :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했잖아요, 지금이 독서의 시즌입니다. 저도 사실 독서는 가을에 하자, 가을만 기다리며 그때 책을 읽자, 가을을 핑계 삼았어요. 독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나 좋은 것 같아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책을 읽는 것이 진정한 독서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른 계절보다 가을에 책을 읽으면 더 낭만적이고 운치가 있어 좋다는 사람도 더러 있었어요. 독서는 계절이 아닌 개인의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슬 : 시간이 없어서 책을 읽지 못한다는 것은 핑계 같아요. 관심이 없다는 것이 솔직한 표현일 것 같아요. 저도 한때는 시간을 핑계로 책을 가까이 두지 못했어요. 현대인의 일상은 누구나 분주하고 복잡하게 돌아갑니다. 이러한 일상이 독서를 하지 못하거나 할 수 없는 이유와 핑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책 읽을 시간을 따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니면 무슨 요일 이렇게 저 나름의 독서 계획을 만들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임을 통해 좋은 책을 알게 되고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독서의 기술과 기법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연산 : 역시 훌륭하십니다. 선생님들 덕분에 저도
작성일 2023-12-01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686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