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틴10대 감성쟁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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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공지]1인당 1일 1작품까지 게재 가능합니다.작성일 2023-11-03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038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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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공지]'쓰면서 뒹글' 운영 규정(2024.01.02)작성일 2023-10-23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100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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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베라 마르셰(세 칸 전진)
그래! 나는 너의 낭만이자 혜성이고 싶었다!슬퍼하는 일은 경기가 끝나고 적절한 때에 할 거야. 아침점심저녁밥에도 때가 있듯이꽁꽁 응축해서 서술하자면난 네가 어디있는지 눈을 감고 알아 손 때묻은 인터넷 주소같이 네게서 나는 네 냄새는 하이퍼링크처럼마르셰 마르셰 전진한다 펜싱경기마다 에빼선수는 간을 보다 끝내는 일이 잦았지만나는 승리의 급소를 활짝 드러내고 네 검끝 버튼을 향해 나를 겨누었지투 마르셰!나아갈때마다 삭제되는 발 뒤쪽 공간발할라는 한국인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다던데이때다! 너와는 틈새시장공략으로 피튀기게 싸우다가 죽어서 함께프라이빗 헤븐을 마음껏 누리고픈 마음베라 마르셰..! 한발 차로 점수를 내어주더라도
작성일 2024-07-02 작성자 해강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3상세보기 -
시 모내기
어떤 단상이 떠오르다 사라진다, 망치가 날아든다 망치도 그냥 망치가 아니라 온갖 망치들이 날아든다 단상 위에 오르려 했던 나를 내리찍는 망치, 자리에 앉은 내 무릎에서 노려보던 망치, 모내기에 만난 망치, 그러니까, 당근같은 말뚝을 박던 시뻘건 망치, 그 말뚝이 뚜벅뚜벅 걸어와 머리 위에 앉았나보다 말뚝이라면, 뚜, 벅, 뚜, 벅,의 박자로 왔겠지 변박을 제시하는 망치들의 걸음걸이도 뒤따랐겠지 뚜,벅뚜, 벅, 뚜벅뚜 머리에 앉은 말뚝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피가 자라난 논에서 물을 빼는게 어떠냐고 묻고, 자리를 잡지 못하는 말뚝을 들어서 봉긋 솟은 곳에 둔다 구릉에 묶인 구름같이 고요한 말뚝, 잠이 와 눈을 감는다 어떤 단상이 떠오른다, 망치가 걸어오는 단상 걸어온 망치가 단상 앞에 멈춘다 망치를 그려나가던 구릉에 망치가 오른다 올라온 망치가, 망치가... 단상이 흩어진다 흐릿해진 단상과 평탄화된 구릉, 말뚝이 가운데 박혔고, 검붉은 것들이 날려서, 사진을 찍었다면 당근과 눕혀놓은 망치 하나일 텐데 어떤 단상도 떠오르지 않아서 카메라가 없었다
작성일 2024-07-02 작성자 데카당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8상세보기 -
시 검은 빛 세상
무정한 자동차 들판 위를 달려간다. 아니 걸어간다. 우산 쓰지 못해 혼자 비에 젖은 땅은 자신을 밟는 모든 것들을 잡으려 한다. 나는 아이스크림 위를 걷는다. 땅 속으로 끌려들어 가지 않으려고 뛴다. 신발 자국 선명히 남겨놓고 나는 바람에 맞서 이 너른 들판을 지난다. 신발 밑창이 발바닥이 되어 갈 때 쯔음, 전봇대가 나를 가로막고 바닥에 박힌 수많은 검은콩들이 내 발에 피를 낸다.(아스팔트라는 종의 검은콩들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내가 지난 들판은 어느새 검은 콩밭이 되어있었다. 밤하늘에는 별이 떠있는 데 시계는 정오라고 말한다.
작성일 2024-07-02 작성자 김사은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7상세보기 -
시 머릿속
갓 태어난 아기가처음으로 소리를 깨우쳤을때어른들은 모르는 언어없는 소리가머릿속을 가득 채운다소리는 신경을 따라마치 제 집인 양온 우주를 헤집고 다니고오염된 우주는 소리라는낯선 침입자로부터 공격을 받고더 깊숙이 숨어든다침입자의 공간과 선천적인 공간 두 공간은 섞인 줄도 모르고 경계를 만들어서로를 토해낸다 우주가 소리 탓을 하며 오염의 책임을 묻자소리는 순수의 정의를 묻는다 일관성? 동일감? 의문을 가지게된 소리는 더욱더 순수해지고 맑아져 온 우주를 삼키려하다-‘엄마’라는 말 한마디에 순식간에 잊혀버린다
작성일 2024-07-01 작성자 안개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3상세보기 -
시 기억 스토밍
생각들이 모이면 하나의 폭풍을 만든다폭풍 안에는가구들이 돌아다녀테레비 안을 보면 항상 오빤 강남스타일을 추는 작은 알과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를 부르는 작은 뉴런이 있고침대 놓으는 벽장에는 뉴런들이 이어져 있고 아침에 누츠한 거울은 똑같은 뉴런들이 있고 모두 같은 모습 같은 감정의아침에 무심코 열어둔 냉장고에는 점점 식어가는 계란과 함께 녹아 계란물이 된 뉴런들이 있어폭풍은 폭풍에 부딪히고가구는 가구에 깨져 서로의 뉴런을 보고가구 폭풍은 동그란 뉴런을 만들어모이고 이어지고 붙어지고폭풍은 반짝이네반짝이는 뉴런들하나씩 지워지는 놀이가 시작한다가구들은 뺑뺑이와 함께폭풍 속에서 뉴런으로 돌고 있어
작성일 2024-07-01 작성자 송희찬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27상세보기 -
시 밤하늘의 버터플라이
밤하늘의 버터플라이밤에도 그대가날아다닙니다.조용히 꽃에 앉아밤하늘을 올려보렵니다.두 조그만한 날개로훨훨 날아오릅니다 어디로 가는지난 알 수 없습니다.
작성일 2024-07-01 작성자 달초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36상세보기 -
시 가편집본-제목없음
데릭 앤 더 도미노스의 레일라를 듣는다. 으, 너무 유명한 건 싫은데. 하지만 내가 들으려고 하는 부분은 슬라이드 기타 솔로인걸, 남들은 리프를 좋아하거나 어쿠스틱 편곡을 듣는다. 기껏 솔로 잘 뽑아놔도 듣지 않는 건 부정타는 짓이다. 재미없는 사람들. 재미없는 사람들의 재미없는 취향이 음악시장을 더럽힌다... 그래, 음악인은 돈도 못 벌고 마약, 알코올 중독으로 요절해야 하는 것이다. 믹 재거를 저주하며, 디오를 추억하며, 브라이언 존스는, 누구세요? 어서 시체가 되어야 더 열광하며 듣지 않겠는가, 그렇다기에는 이엘피보다 킹 크림슨이 좋긴 하지만. 플리의 다음 곡은 이생강류 대금산조. 어떤 친구는 국악을 배우는 내가 메탈을 듣는게 신기하댔다. 메탈보다 락을 더 듣는데. 그 친구가 듣는 음악들은 크립, 좋은 밤 좋은 꿈... 재미없는 친구. 재미없는 사람이니까 재미없는 친구들이겠지. 나는 왜이리 재미없게 살아왔나? 인생 길다지만, 누가 졸업하고 친구를 만든다고. 대금산조인 이유는 국악기들에 하나씩은 붙은 하자가 그나마 적다는 것. 가야금, 거문고는 음량이 작고, 피리, 단소는 음역대가 절망적으로 좁다. 해금, 아쟁은... 이어폰으로 듣기에는 너무 째진다. 태평소도 마찬가지. 이런 악기들로 몇백년을 버텼다니, 조선, 꽤나 대단할지도? 대금은, 저 단점들을 골고루 갖는다. 애매한 음량, 애매한 음역대, 이게 독주악기라니, 유교 문화권의 고매하신 양반님네들은 무슨 재미로 음악을 들었나. 산조가 없을 적에는 더더욱, 청성곡 수제천, 그 외 비스무리. 아, 미안합니다, 국악 전공자들, 나는 전공생이 아닌지라. 재미없는 귀를 가졌기에 해금의 멋을 모르고, 거문고의 풍류를 모른다. 양반들도 몰랐을걸? 풍류는 기생에서 나오지 거문고에서 나오지 않았을 테니까. 기만자들, 돈 많고 세금 안 내니까 그러는 거다. 산조를 소개할 때는 참 낯간지럽다. 산조 들어볼래? 마음속으로는 거절을 바라면서. 그렇다, 가 나오면 우선 놀란다. 정말? 그리고 어떻게 해야 짧게 말할지 고민, 물론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뭐뭐뭐류 대금산조 중 무슨 장단, 으, 길어, 이걸 발음해야 한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괴롭다. 하긴, 나는 비대면으로만 소통하는 사람인걸, 대면시에는 헛소리와 욕밖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좁은 어휘에서도, 좁은 욕의 스펙트럼. 지람, 염병, 또, 뭐였지. 하여튼,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나와 소통하고 싶은 사람도 나처럼, 전기가 연결돼야 말을 할 수 있기를. 상대적 박탈감 따위 느끼고 싶지 않으니까. 혀가 꼬이는 기분을 느끼는 꼴을 직접 보고 싶지도 않다. 꼴사나워, 이런 꼴은 나 하나만 있어도 역치다. 역치마다 토를 한다면 사흘만에 탈수로 죽겠지, 아, 부럽다, 그런 가능세계의 나, 그런 감수성의 나, 그런 예민함의 나. 상대적 박탈감, 어감이 참 좋다. 비교를 기반으로, 나같은 사람의 비교를 기반으로, 다져진 사람들의 패배감, 싸운 적도 없으면서, 으, 다시 보니 별 같잖은 말이나 만들어 냈다. 언더독이 되고 싶은 개새끼, 그저 자라서 보신탕이나 될
작성일 2024-07-01 작성자 데카당 좋아요 1 댓글수 0 조회수 49상세보기 -
시 고향
어린 딸은 꽃을 좋아했다 그 어여쁜 모습에서 나는 옛 시골집을 사랑한 아버지를 보았다 시골을 비추는 테레비를 비추는 눈동자 테레비 앞에 앉아계신 아버지는 스마트폰으로 시골집에서 찍었던 사진을 넘겨본다 시골에서 내 어릴 적 함께 한 진돗개를 보는데 그곳에서 태어나 죽은 생을 아버지는 부러워하시는 것 같다 그가 기르던 난이 매연을 먹고 죽었다 큰 딸이 조화를 선물해 주었다 아버지의 미소가 일그러져 보였다 주변의 모든 것이 생명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회색 연기와 소음을 내며 땅을 점령한 철덩어리들 그 비좁은 사이를 항상 빠르게 걸어가는 마네킹들 마시고 있는 게 산소가 아니란 것을 깨달았을 때 그는 수리점을 들렸다 수리기사는 여러 장비를 그의 몸에 대더니 스트레스성 고장이라 말한다 수리를 거부하고 그날 아버지는 자기에 담긴 채 조화에 장식된 어머니를 빼내어 돌아갔다 모든 것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작성일 2024-07-01 작성자 김사은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38상세보기 -
시 블루오렌지껍질칵테일 시럽이 게시글은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폭력, 자살, 자해 등)
오렌지를 깎아서 금붕어를 만든다전문인력이 무균실에서 만든다물 속에서도 상하지 않도록정밀하게 단단하게 김을뿜는 기계익히는거야? 오! 영업비밀이래우리는 행복한 구성품 머리카락을 남기지 않고 손만 바쁘면 칭찬을 받지몰라도 업무에 지장이 없어 대의보단 사랑을, 옆에 선 구성품과도 사랑을사랑의 힘일까 비밀리에 오렌지는 금붕어가 된다생명력을 어디서 얻었나 영업비밀이다병든 금붕어는 시장가치가 떨어져서애완붕어로 납품되는 대신 칵테일의 재료가 되었다. 당신은 들어봤나 블루오렌지껍질칵테일을주황색 노란색 금붕어가 어떻게 재료가 되느냐고?색소 하나도 안넣어 색소무첨가야 완전 친환경 착한소비자영업비밀인데 너만 알고있어우선 병든 금붕어는 삶의 의지가 약하잖아금붕어들을 1붕 1어항에 넣어두고 영상을 시청하게 하는거야 영상에서는 말했지 "우리 공장측은 캘리포니아산 최고급 오렌지를 공수하여 수학자가 과학자가 설계한 최첨단 기계로 너희를 정밀하게 만들었는데 네가 병든 이유가 뭐겠어 문제는 너야 네가 문제야 미안하지도 않니 부끄럽지도 않니. 너는 모든걸 가지고 태어나서 하나도 노력하지 않아 다 노력이 부족한 거야 너의 존재 가치는 0에 수렴한다 너를 수확한 캘리포니아의 성실한 오렌지농장주도 지금쯤 너의 탄생에 대해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을 걸" 처음엔 제 아무리 병든 금붕어래도 콧방귀를 뀌는데..그러나 하루, 이틀, 사랑하는 신생아의 울음소리가 한달이면 환청으로 발전하듯 쇠약한 금붕어들은 허접한 반복영상따위에 가스라이팅 당하기 시작해. ' 아 아까 그 김이 이 과정에서 나온거야?' '나도 몰라 일단 더 들어봐'금붕어들은 완전 블루해지기 시작해 몸의 원재료원산지 캘리포니아 청명한 하늘의 색을몸에 표시하기 시작해 멍이 든게 아니고더러는 우울증에 걸리는 금붕어도 있지만그건 공정상 자연스러운 과정이었고통상적으로 한달정도 지나면 금붕어들은 블루큐라소의 색과 비슷하게 새파래진다이 시기에서 금붕어를 바다에 풀면 다시 찾아 회수할 수 없을 만큼. 이만하면 되었다이제 금붕어를 한 데 모아물 속에서 잘 안보이기때문에어항에는 색소를 풀고 잡아야 하지'그럼 색소는 쓴 거잖아' '아니야 금붕어는 이 과정까지도 살아있어 세포막이 색소를 거부할 걸, 금붕어는 하나도 색소를 흡수하지 않아 네가 손바닥 사탕을 먹고도 렙틸리언이 안된 것 처럼''설득되네 더 해봐 '자 다시, 금붕어를 한 데 모아튀지 않게 뚜껑을 덮을 준비를 하고 소금을 뿌리는 거야'세척하는거지?''맞아 추어탕처럼 이 과정은 똑같아.. 그리고 물로 헹구는거야. 이제 다음 과정이 중요해 믹서기를 틀어. 금붕어는 대기처럼 상하로 대류하며 파아란 오렌지껍질칵테일 시럽이 돼.' '첨가물은 없어?'친환경이라니까? 당연히 아무것도 안들어가지오렌지의 우울은 내면에서 배어나온 것. 첨가물은 없었고먹어도 혀가 블루해지지 않는 멋진 칵테일시럽바텐더들의 수많은 러브콜에 가격이 폭등해서내 월급도 올랐어. 진짜 공장장이 내 은인이지 사람됨이 너무 좋으셔. 지금 너가 마시는건 내가 살게...
작성일 2024-07-01 작성자 해강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74상세보기 -
시 안녕 지구에서 왔어
안녕 달에서 왔어 처음 내게 했던 말을 기억해 너무 소중해서 글자들을 흩었다 모았다 꿀꺽 삼켰지 9번의 여름과, 9번의 봄과, 9번의 가을과,못 다 채운 시린 겨울을 기억해혹여 문장으로 남기면소실되는 글자가 생길까토마토, 네잎클로버, 구제 티셔츠, 토끼풀따위로 너를 기억해너의 이름이 가물가물해서문희, 문정이, 문복이, 문태따위로 너를 기억해이제는 지구 어디서도너의 체취를 느낄 수 없지만나는 네가 하늘을 가르고 순식간에 달에 가버린 것을 알아 나는 달에 뛰어갈 힘이 없으니 지구를 터트릴게 펑하고 터지면 지구를 원동력 삼아 너에게 닿을게 신에게 사랑받는 내가 너의 볼모 할 테니 이번에는 나를 인질 삼아줘 너를 문장으로 남길 수 있게너의 이름을 새길 수 있게글자들이 무중력에 흩어지지 않게꼭 붙들어줘안녕 지구에서 왔어이름이 뭐였더라?
작성일 2024-06-30 작성자 세빈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28상세보기 -
시 아스팔트에 얼굴을 묻고 울다가
귀를 기울였지. 길도 울고 있는 것만 같아서.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검은 길의 마음은 어떤 모양일까. 울퉁불퉁한 표면을 곧게 깔아놓은 건 네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너를 닮은 것들은 쉽게 지나치지 못하고. 넘어져서 얼굴이 쓸려도 아프지 않았어. 무르팍이 깨지지도 않았지. 아, 여긴 꿈이구나. 완전히 내가 만들어 놓은 상상의 안쪽이구나. 생각하다가. 나는 꿈에서도 너를 만나는구나. 맨발을 내려다보며 이 길 위에서 내가 자꾸만 넘어지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한다. 소리가 들리는 길은 처음이야. 울고 있는 길도 처음이지. 너는 분한 일이 있으면 울고야 마는 아이. 앞을 생각하다가 터져버린 울음, 나는 만나본 적 없는 것들 위에서 미끄러지고. 베개에 고개를 묻고 운 적이 있어. 너와 함께 울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어서. 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힘껏 달려 본 적은 없어서. 아스팔트에서 눈을 뜨고서 알아차린 것들. 달구어진 길에 엎드려서 진동을 느끼고. 네가 어떤 마음으로 이 길을 깔아두었을까. 깔아두며 앞으로 나갔을까 고민하는 동안. 너의 발끝에서 질질 흘러나왔을 아스팔트를 쓸어내린다. 하나도 아프지 않았어. 마음을 쥐어짠 뒤에 나오는 잔여물. 그러니까 울퉁불퉁한 눈물을 쓰다듬으며. 표정으로 포장된 심장. 검게 그늘 들이찬 얼굴 쏟아부으며 딱딱해진 길. 나 밤새 너를 생각했어. 단단하게 자리 잡은 아스팔트 뜯어내며 흘려보내는 한 마디. 너를 위해 우는 동안 실컷 미끄러졌어. 만나본 적 없는 길을 걸으며. 넘어지면 몰래 우는 소녀를 생각하며. 울음을 밑창에 끼우고 달리는 너를 떠올리며. 처음으로 잘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잘 이해하고 싶다는 다짐으로. 아스팔트는 나의 이야기를 먹고 부풀어 오른다. 조금씩 말랑해지다가 힘을 주면 뜯어져서 바닥이 보이고. 마침내 포장되어 있던 길의 안쪽을 만나고. 길게 펼쳐진 길을 끌어안을 수는 없지. 끝도 없이 달려가는 네 마음처럼. 다만 나는 귀를 기울일게. 말캉한 길. 너의 가장 내밀한 표정을 가만히 담아내는 상상. 알고 있지. 이 모든 건 내가 만든 상상의 안쪽. 나는 여전히 네 뒷모습을 보고 걸어가겠지만. 꿈에서도. 꿈속에서도 생각하고 있어. 악착같이 울부짖으며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소녀를. 결승선보다도 뛰어가는 방법을 골몰하는 너를.
작성일 2024-06-30 작성자 모모코 좋아요 1 댓글수 1 조회수 41상세보기 -
시 호두 장례식
부정을 까먹는 일을 시작합시다내 두 손에는하나의 뇌가 있는데이를 부스면 나를 보호할 수 있다지나는 손에 잡혀진 뇌를 부셔본다어디서 온 누구의 뇌일까붉고 시퍼런 멍을 가지고더하기 빼기의 수학 부호들이 있어나는 이 부호들을하나씩 다시 뇌에 넣는다뇌에 주름이 머리가 좋다지하지만 속을 보면 모두 생각덩이라다들 입을 다물어계산을 하며뇌를 위한 장례를 준비하자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주름들을 지우는 준비를 하자부정을 꺾고 다시 꺾자육개장을풀풀 끓이면주위에 있던 공식들이 붙어와공식을 끓이면지나온 부정들이 하나씩부서지기 시작해자, 지금이야함께 내 소식을 넣자뇌를 부시고호두를 끓이자뜨거운 육개장에뇌를 토핑으로 먹으며지나온 뇌들을다시 돌이키네부정 먹은 뇌는 또 다른 부정을 만들고깔끔한 뇌도 다시 부정으로 물드네
작성일 2024-06-30 작성자 송희찬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54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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