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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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Non-diatonic
Non-diatonic 강백수 안온한 C키의 세계는 집에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고양이 화장실을 치우고 청소기를 밀고 밥을 차려 먹고 커피를 내려 마시고 책을 읽고 티브이를 보고 그대를 기다리고 저녁을 준비하고 하루를 이야기하고 도레미파솔라시도 도미솔 도파라 시레솔의 세계는 집에 있다 그런데 나는 자꾸 검은 건반을 누른다 술을 마시러 나가고 욕을 하고 쓸 데 없는 소리를 하고 쓸 데 없는 소리를 듣고 때론 다투고 휘청이고 공연히 외롭고 빈칸을 만들고 그리움이라 이름 짓고 그대를 성가시게 하고 내게 유해한 글을 쓰고 도레미파솔라시도의 안온한 세계는 내가 구겨 넣은 #들의 행패로 불안하고 위태로워지는데 나는 이따금 그게 아름다워서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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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무서운 꿈
무서운 꿈 강백수 애원하다 소리치자 끌어냈다 흐느꼈다 젊은 은행원이 띵동 소리로 미소를 수습하고 삼백구십번 고객님을 부르자 전대를 맨 아줌마 한 명을 뺀 나머지들의 시선은 일제히 다시 테레비를 향했다 혼자 사는 서른 몇 살 연예인은 벤츠를 타고 정신병원을 찾아가 공황장애를 호소하고 있었다 삼백구십이번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주택청약 좀 해지하려구요 곧 있으면 이 년 채우시는데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아요 처음도 아닌걸요 사십이만 원에 삼만 원을 보태 집주인에게 보냈다 끌려 나온 노인이 보도블록에 앉아 등이 굽은 담배를 태운다 소리를 치니까 끌려 나오죠 가만히 애원하다 흐느꼈어야죠 내게도 자네 같은 시절이 있었어 아유, 그런 소리는 마셔요 나도 나름 한다고 했다구 노인은 담배를 필터까지 태워먹고 신호도 안 보고 찻길을 막 건넌다 빵빵거리건 욕을 하건 그냥 막 건넌다 노친네! 뒈지고 싶어? 아니오, 저는 아직 오래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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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심야영화
심야영화 강백수 밤은 거대한 구멍 잠은 위대한 축복 축복이 비껴난 자리에서 우리는 구멍을 맞이하여 메울 것인지 외면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잘 걸어지지 않던 밤 빌라 밑 좁은 틈에서 들려오는 발정 난 고양이 울음소리를 듣고 깨달았지 나는 내가 메우고 있는 줄 알았지만 사실은 시늉뿐 구멍을 애처로이 메우고 있던 건 내가 하고 있던 그 메우는 시늉이었지 161/169 나 말고도 저주받은 여덟이 그 부질없음을 깨닫고 영등포 CGV 6관에 모여 어벤져스여도 상관없고 기생충이어도 상관없는 영화를 본다 이제 우리는 러닝타임만큼 구멍을 외면할 수 있지만 그래도 네 시간이나 남는 밤 타임스퀘어 맞은편 거리 가득 저주받은 이들이 구멍을 메우-는 시늉을 한다 술을 마시고 우정과 사랑을 맹세하-는 시늉을 하다가 애꿎은 거리에 토를 하고 집에 가는 길에 어느 고양이의 핏내 나는 울음소리를 듣고는 문득 허망한 마음이 들겠지 그 옆 거리에는 또 한가득 메움을 포기하고 매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