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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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장마
장마 강성은 천사의 맨발과 악마의 장화 둘 다 갖고 싶었다 쏟아지는 장대비에 이리저리 떠내려갔다 물 위에 피로 글씨 쓰는 흩어지는 마음 잡동사니가 익사체처럼 강으로 흘러가는 걸 보았다 햇빛 속에서 나는 없는 사람이 되려고 없는 세계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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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설
설 강성은 닭장의 닭들이 모두 얼어 죽었다 닭장의 유령들은 희미한 볏을 흔들고 있다 가족들이 모두 얼어 죽었다 집 안에서 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고요하다 곰과 뱀과 고슴도치는 잠이 오지 않는 잠 속에서 배고프다 춥다 장끼와 까투리가 눈밭을 걸어와 배고프다 춥다 닭장 속으로 들어갔다 눈 위에 발자국이 발자국 위로 눈이 배고프다 춥다 집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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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정처 없는 사람들
정처 없는 사람들 강성은 어제는 결혼식 오늘은 장례식 그래서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불 없이 타오르고 물 없이 익사하는 그래서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멈춘 공중자전거 위에서 달리는 침대 위에서 한밤중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시냇물 속에서 사금을 건지는 동안 여름의 순록이 뿔을 가는 동안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겨울에서 다음 겨울까지 여름에서 다음 여름까지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어느 밤 창문을 열고 한꺼번에 들이닥쳤다 모두 한꺼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