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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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처용 강정
처용 강정 김소연 나는 강정의 고향집 남해에서 잠을 잔 적이 있다. 강정의 부모님이 쓰시던 안방에서. 오른 편에는 장롱이 있었고 머리맡에는 문갑이 있었고 왼편 위쪽에는 누군가의 시가 쓰인 붓글씨 액자가 걸려 있었고, 소설 쓰는 선배와 후배 사이에 내가 누워 있었다. 보송보송하게 비누 냄새가 나는 정갈한 이불을 덮고 누워서, 강정이 쏙 빼닮은 강정 엄마의 음식 솜씨에 대해 감탄하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우리는 밤새도록 강정 고향집 목욕탕 욕조 안에 있던, 강정 엄마가 담그신 술을 야금야금 빼냈다. 화수분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산해진미를 다 음미하려면 그 수밖에는 없었다. 강정이 어릴 때 쓰던 방에서 어릴 때 읽던 누렇게 빛바랜 책들을 만져보며, 책상 유리 밑에 끼워진 깔끔하고 샤프한 어린 강정의 사진을 훔쳐보며, 거실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남해의 푸른 바다를 내다보며 그렇게 하룻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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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키스
낭송 : 강정 출전 : 강정 시집 『키스』, 문학과지성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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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한국문학, 인터넷과 만나다
강정 / 출판시장이라는 것이 어린이 책이 제일 잘 팔리잖아요. 그런데 당연하면서도 조금 납득이 안가는 건 동화를 고르는 주체가 어린이가 아니라 엄마라는 사실이죠. 아이들이 먼저 좋아서 고를 수는 없을까 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가끔 할 때가 있는데, 정말 말도 안되는 생각에 불과할까요? 소영현 / 클릭하는 독자 문제로 보면 다를 것도 같네요. 그런데 게임을 안하고 인터넷 동화를 읽을까요. 강정 / 제가 아이가 없어 잘 모르겠는데….(웃음) 강정 / 게임만큼 경쟁력을 가지면 충분히 동화를 읽지 않을까요? 조카들을 봐도 우리세대와 감각체계가 워낙 다른 아이들이라 그네들은 맛있는 설탕이 발라져 있으면 그게 본래 뭐든 상관없이 주워 먹듯이 예상 못한 반응들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강정 / 이건 좀 다른 얘긴데, 제게 은근히 동화를 써보고 싶은 꿈이 있거든요. 제가 생각할 때 동화라는 것 자체는 잔혹한 거예요. 거기엔 아무 논리도 존재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