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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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거울
거울 최승호 욕실의 거울 속에는 아무것도 없다 벌거벗은 내 허상이 있을 뿐 그 허상이 눈을 껌벅거린다 바보 같은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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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논 거울
논 거울 김호균 모내기 전 논에 고인 물을 백로 같은 새들은 제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 강에서 저 강으로 얼마나 고고히 날아갔겠는가. 날아가는 제 모습을 보고 또, 생각했을 것이다. 날아갈 때 그림자는 몸에 붙어 있었나. 저 거울 속에 빠져버렸나. 궁금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점점 근심 걱정으로 번져 갈 때, 한 번은 들렸을 것이다. 자신이 날아다닌 하늘과 거울 속의 하늘을 뚫어지게 바라다보고 싶었을 것이다. 네모난 논 거울 속에 두 발을 담그고 쨍그랑하고 깨질지도 모를 푸른 하늘과 구름과 제 모습을 기어코 쪼아보고 말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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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제1회] 거울
“나는 지금 거울을 안 가졌소마는, 거울 속에는 늘 거울 속의 내가 있다.” 제비다방에서 어느 멋진 여성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상을 떠올려 보세요. 환담을 나누지만 그는 자신의 얼굴 표정, 입 모양, 그리고 제스처, 그러니까 자기 자신을 의식하고 있을 겁니다. 이미 그에게는 거울을 통해 확인된 자기 이미지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상은 거울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이미 가지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래서 “거울 속에는 늘 거울 속의 내가 있다”는 그의 말은 “내 속에는 늘 거울 속의 내가 있다”고 바꾸어 읽어도 무방할 겁니다. 거울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관찰했던 경험이 없다면, 우리는 자기의식을 가질 수도 없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