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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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비판의 비판
그렇기에 비판적 지성(혹은 자연과학적 지성)은 유동적이고 관계적인 느낌의 경험(항상 구체적인 관계의 맥락 속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경험) 속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보여주는 미묘하고 구체적인 실재적 성질들을 무시하면서, 귀납적 일반화를 목표로, 그러한 질적 느낌들을 지성의 고립되고 고정된 도식적 형식에 들어맞는 측정 가능하고 계산 가능한 양적이고 추상적인 감각자료들로 환원시켜 버리는 경향성을 갖는다. 문학비평의 한 가능한 과학인 유비의 과학은 그렇게 구체적인 질적 느낌을 추상적인 양적 감각자료로 환원하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며, 따라서 귀납적 일반화를 일차적 목표로 하지도 않을 것이며, 혹은 귀납적 일반화에 기초한 연역적 증명이 일차적으로 중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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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안전의 방향 (2)
이를테면 그 질문들은 여성의 어떤 경험은 미학적인 재현을 경유한 것으로, 어떤 경험은 미학적 매개 없는 ‘날것’의 경험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 그런 구분이 외려 어떤 여성의 경험 - 소설은 혹평을 받아야 할 것으로 어떤 여성의 경험 - 소설은 상을 받아야 할 것으로 판정하는 데에 활용되기도 한다는 사실과 관련되어 있다. ‘나’가 도용당했다 되찾은 소설은 가족 구성원에 의해 가해진 추행의 기억을 고백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여성의 이야기로, 그것을 쓴 ‘나’의 경험이든 그렇지 않든, 한 여성이 소유하는 경험을 발화하고 있다. 그 경험은 소설가로 활동해 온 ‘나’의 이름으로 앤솔로지에 실렸을 때 크게 주목받지 못하며, “한줌 될까 말까 한 독자들”에게는 “기획을 너무 의식해서 재미가 없어진 소설”(403)로 평가받는다. 그러한 평가에서 이 소설 속 경험은 경험이 아니라 기획되고 의식적으로 만들어진 ‘소설적 허구’로 여겨지고, ‘재미’의 대상으로 위치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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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고문의 방식
철철 흘리는 피를 봐도 무덤덤하다 전장의 군의관이 시체를 봐도 무덤덤한 것처럼 무지막지 아파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지만 흉터를 몸에 남기지 않는 방식을 연구하는 그는 그 세계의 영웅 관에서 부르고 서에서 부른다 수고비를 받고 보너스를 받는다 20년 동안 경기경찰청 공안분실 실장 1979년에 청룡봉사상을 받았고 1981년에 내무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사지를 연구하고 오장육부를 연구했다 사람을 갖고 실험했다 731부대의 장교처럼 마루타는 숨을 거두었는데 그 앞에 끌려온 사람은 죽지 않는다 죽고 싶을 만큼 아픈데 사람이 사람을 고문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자백일까 이실직고일까 진실일까 거짓자백일까 confession 혹은 admission 한자로 쓰면 自白 왜 하필이면 스스로 自에 흰 白일까 요령인지 기술인지 데이터인지 프로그램인지 오랜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