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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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푸른 그리움
푸른 그리움 정남식 저 넓은 그리움을 어떻게 바라본단 말인가 저 넓은 푸른 그리움을 아무리 붉은 혀의 울음으로 울어도 바다는 푸르기만 하다 푸름이 나를 절로 설레게 한다 이 푸름은 빛과 시간을 바꿔 가며 제 빛깔을 바꾼다 바다를 바라보면 볼수록 그리움의 그림자는 오, 사라지지도 않지, 수많은 겹의 물살을 치고 있다 물결의 살내를 저미는 갈매기가 이 바다를 다 볼 수 없듯 이 그리움을 다 그리워할 수 없다 그리움의 끝이 어떻게 지워질 것인가 서녘 해거름에 눈빛 빨갛게 물들어 마침내 별빛에 쏘이다가 어둠으로 푸른 어둠으로 내가 지워지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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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수어로 읽는 그리움」 외 6편
수어로 읽는 그리움 이희정 곁에 없으면 없는 것, 없을 막(寞)을 읽는다 디지털 화면 너머 소리 접은 노모의 얼굴 손으로 목을 조르듯 목마르다고 하는데 그립다는 그 말은 목마르다와 같은 말 사막은 물이 그립고 저녁은 해가 그리운 수어(手語)로 목마르다는 말 보고 싶다는 다른 말 오가는 사람 없어 고독만 부려 놓은 손이 쓰고 눈이 읽는‘없다’라는 말 눈물이 액정에도 스밀까 젖지 않는 무음의 말 미라를 위하여 깡마른 가지에 석류 한 알 걸렸습니다 황리단길 고분 사이 새카만 먼 나라 여인 신전에 들지 못한 몸은 태양이 방부하고 허공 어디에도 죄가 된 기억 없습니다 산란기 영글었던 수용성 혈관 따라 모래알 고비를 넘어 낙타가 걸어옵니다 사막성 예후는 몸이 그림자입니다 한 사람 터지게 들었다가 나간 자리 겨울이 소묘합니다 소멸의 흔적만큼 초설 첫눈은 길 위에 쌓이지 않는다는데 첫눈이 사라져 첫사랑도 스러지나 첫눈은 실패입니다, 백지에 밑줄 긋고 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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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살 맛
살 맛 고증식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고 만나 맛있는 거나 좀 먹자고 장소 메뉴는 날더러 정하라는데 장소는 그렇다 치고 암만 뒤적거려도 맛있는 게 뭔지 땡기는 게 없으니 어디 사무치는 얼굴인들 있겠나 중학교 때 읍에 따라가 처음 먹어본 짜장면 한 그릇 개울 건너 약방집 은순이 고 가시내 하얀 얼굴만큼이나 삼삼하게 아른거리던 그 맛 어느 토요일 오후였던가 이십 리 타박타박 읍내길 걸어 그 꿈같은 짜장 한 그릇 날 저물어 돌아오기도 했는데 그런 집 어디 없나 몇 십리 자갈길 달려가 만나는 사무치는 그리움 하나 그런 끝내주는 짜장면집 하나